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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살레시오회 이호열 신부

황무지 일궈 농사 지으며 청소년 50여명 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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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9 발행 [824호]
황무지 일궈 농사 지으며 청소년 50여명 돌봐


▲ 1. 이호열 신부(살레시오회)가 포크레인으로 `새 땅`을 일구고 있다. 길거리에서 살고 있는 몽골 아이들을 위해 집과 직업 교육 관련 시설을 세울 계획이다.2. 몽골 아이들이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게르(몽골전통가옥) 앞에 선 이호열 신부. 3. 돈보스코청소년센터에서 자원봉사자 몽골 교사의 수업을 듣는 아이들. 늦게 공부를 시작한 탓인지 배우고자 하는 열기는 그 누구보다도 강하다.
 '새 땅'으로 향했다.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의 보얀트 오하 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20여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암갈랑. 몽골 사람들은 이곳을 '새 땅'으로 부르고 있다. 불과 4년전만 해도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버려진 땅이었지만 살레시오회 이호열 신부가 이곳에 온 이후 생명 넘치는 땅이 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호열 신부님을 만나뵈러 왔는데요." 한 몽골 소년이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켰다. "드르릉~ 부릉~" 포크레인이 밭 고랑에서 한껏 힘을 쓰고 있었다. 이호열 신부였다.

 "반갑습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죠." 이 신부가 포크레인에서 내리면서 환하게 웃었다. 얼굴이 까맣다. 최근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쓰기 시작했다는 선글라스 때문인지 검은 얼굴이 더 검게 보였다.

 2001년 9월 몽골에 온 이 신부는 교육 받지 못하는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필리핀, 슬로바키아 등지 출신 살레시오회 신부들과 함께 암갈랑에 1만9000여평의 땅을 임차, 돈보스코청소년센터를 세웠다.

 몽골 정부에 내는 '새 땅' 임차료는 1년에 27만원. 임차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물과 전기를 끌어오는 일이었다. 모두 자비로 해야 했다. 혹한의 날씨과 갑자기 찾아오는 돌풍 등 최악의 조건과도 맞서 싸워야 했다. 집이 날아가고, 가축들이 동사했다. 그럼에도 이 신부는 몽골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 준다는 일념으로 이를 악물고 해냈다.

 "겨울이 되면 모든 것이 얼어붙습니다. 땅도 물도 몸도 꼼짝할 수 없습니다. 이웃 사람들은 언 강을 깨서 식사를 준비합니다. 수도꼭지를 틀면 바로 뜨거운 물이 나오는 그런 환경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환경이 오히려 선교사로서 삶을 보람있게 해 줍니다. 어려운 과정을 신앙으로 이겨낸 뒤의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돈보스코센터 아이들은 영어, 역사 등 기본 교육과, 전기, 목공, 미싱 같은 실무교육을 함께 배운다. 한번도 학교라는 곳을 가보지 못한 탓일까,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 신부는 이들이 졸업한 후에도 몽골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 신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집이 없어 맨홀에서 생활하며 구걸에 나서고 있는 몽골 아이들을 거두는 일에 나선 것. 한겨울엔 영하 40~50도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많은 몽골 아이들이 울란바타르 시내 아파트 파이프관이 통과하는 맨홀에 들어가 그 열로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이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 천막이나 나무 판잣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또 많은 아이들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집을 나와 구걸하며 살아갑니다. 가족의 정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그래서 이 신부는 낮에는 울란바타르 시내 번화가를 돌고, 밤에는 맨홀에 들어가 아이들을 찾아 나선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는 물론 파리떼와 바퀴벌레가 우글거리는 맨홀에서 이 신부는 아이들을 일일이 설득하며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한두명 모이기 시작한 것이 벌써 50여명. 이들은 모두 이 신부가 직접 세운 14개 게르(몽골 전통 가옥)에서 생활하고 있다.

 "성소에 알맞은 아이들을 찾아 더 많은 교육을 시키고 외국으로 유학을 보낼 계획입니다. 그들이 몽골교회에 필요한 성직자, 수도자로 성장하길 희망합니다."

 요즘 이 신부는 3개월 전 몽골에 와 함께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김기천(바오로, 39)씨와 함께 비닐하우스 4개동을 지었다. 추위에 강한 상추 등을 심을 계획이다. 이 신부가 자꾸 이처럼 일을 벌이는 것은 '희망' 때문이다.

 "이들의 가난을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희망조차 없었던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이유와 강한 의지를 심어주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꿈이 있으면 살아가야 할 이유가 생기니까요."

 이 신부는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닐하우스를 거쳐 축사 앞에 서자 밝았던 이 신부 얼굴이 굳어졌다. 지난해 5월 돼지 30마리를 들여와 키웠지만 대부분 지난 겨울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폐사했다. 지금은 새끼 돼지를 포함, 7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닭도 50마리 중 4마리만 남았다.

 "아이들을 위해 정성껏 키웠는데…."

 이 신부가 아이들이 있는 게르로 들어섰다. 대부분 제대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키가 작고, 몸이 야위어 있었다.

 이 신부가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밤 돼지 한 마리 잡아 파티를 열자."

 아이들이 "와" 함성을 질렀다.

  울란바타르=우광호 기자  kwangho@pbc.co.kr

**몽골 대초원에서 하느님을 만나세요

 몽골선교후원회는 오는 8월18~23일, 9월1~6일, 2회에 걸쳐 몽골 현지에서 '대초원 자연 피정'을 실시한다. 김성현ㆍ이호열 신부 등 몽골 현지 선교사들이 직접 피정 지도에 나설 예정이다. 몽골선교후원회는 앞으로 피정을 정례화해 몽골 복음화에 대한 한국교회 신자들 관심을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서우평 후원회장은 "세상의 무게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몽골 대초원에서 만나는 하느님은 평생 잊지 못할 신앙의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 취재를 마치고
 몽골에서 땀흘리는 이준화ㆍ김성현ㆍ이호열 신부님, 그리고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예수 수도회, 사랑의 선교회 수녀님들께 하느님 은총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이번 취재에 많은 도움을 주신 몽골 한인 신자 공동체와 대전교구 몽골선교후원회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몽골 선교사들은 열악한 환경과 싸우며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뿌린 신앙 씨앗이 몽골 전역에 퍼져 빨리 꽃필 수 있기를 다시한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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