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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싹 움트는 몽골에 무지갯빛 사랑 전해

복음의 싹 움트는 몽골에 무지갯빛 사랑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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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8 발행 [876호]
▲ 1. 5월26일 울란바타르 시내 쭈꾸무제에서 게르 기증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는 임인철 수원교구 범계본당 빈첸시오협의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 등 한국 평신도, 수도자들과 게르를 받은 몽골 현지 주민들.2. 가조리트 근처 샤르헐러 초원에서 들른 게르에서 양을 잡고 있는 몽골인 부부.
 2006년 4월말 현재 전 인구 251만9000명에 신자 수 345명, 복음화율 0.014%. 교세는 본당 3개에 주교 1명, 사제 14명, 수도자 39명. 1992년 교황청과 외교관계 수립, 2002년 7월 첫 지목구 설정, 초대 지목구장에 필리핀 출신 선교사 웬스슬라우 S. 파딜라 주교 임명…. 몽골 가톨릭교회 현황이다. 초원과 사막, 바람의 나라 몽골. 칭기스칸이 대몽골제국을 건국한 지 올해로 800주년을 맞는 몽골이 복음의 싹을 틔우고 있다. 13~14세기 중국을 거쳐 들어온 프란치스칸(작은형제회) 선교사들에 의해 첫 선교가 이뤄진 지 무려 600여년만이다. 몽골교회는 특히 한국인 사제(4명) 및 수도자(13명), 숱한 익명의 한국인 평신도들을 통해 한국교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푸릇푸릇 선교의 움이 트고 있다. 그 현장을 돌아보고자 5월25일부터 31일까지 7일간 일정으로 수도 울란바타르와 인근 선교지를 다녀왔다. 한국 평신도들의 활동상을 2회에 걸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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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9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 비가 내렸다. 연중 강수량이 350㎜, 그나마 4분의 3이 7~8월에 집중되는 탓에 몽골 사람들은 비만 오면 "축복받은 날"이라며 그냥 비를 맞고 다닌다. 굵은 빗줄기에 휩싸인 시내를 벗어나자 푸른 초원이 펼쳐졌다. 지독한 대기오염과 함께 황량하다못해 삭막하기만 한 도심과는 완전히 다른 푸른 생동감이 대지를 감돈다.

 1시간 넘게 초원을 달려 이동식 몽골 전통가옥 게르(Ger)에 들어섰다. 11자녀를 낳아 몽골 정부로부터 훈장(Aldard Ekh)까지 받은 체드 다들(74) 할머니집. 때마침 우박이 쏟아지자 할머니는 게르 안에서 아들, 며느리와 함께 양 한마리를 잡고 있던 참이었다. 양가죽으로 뒤덮인 흰 게르 안은 양탄자로 둘러싸여 있고 침대 3개와 중앙 난로, 말 안장에 거는 자루, 물병, 물레 등이 고작이다. 아주 단출하고 추레한 살림.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막 잡은 양가죽에 흠칫 놀랐다. 하지만 어찌나 인심이 좋은지 수태차(우유가 섞인 차)에 양이나 염소젖을 발효시킨 아롤이나 으름 같은 몽골 전통음식 대접이 잇따른다. 처음보는 데도 양젖을 10ℓ짜리 물통 하나 가득 채워 건넨다.

 이처럼 시외 게르를 방문하게 된 것은 한국에서 현지를 방문한 임인철(요셉) 수원교구 범계본당 빈첸시오협의회장 등 3명과 정현숙(마르가리타, 예수수도회) 수녀, 교포 권영례(헬레나)씨 등 주도로 울란바타르 시내 도시빈민들이 정착할 땅을 찾기 위해서다.

 이미 26일 오후 울란바타르 시내 쭈꾸무제에서 바양주르흐구(구청장 웅흐 오치르) 추천을 받은 이들 빈민들 12가구에 40만원 상당 게르를 1가구당 1채씩 전달한 바 있는 임 회장 등은 게르만으로는 빈민들에게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빈민들을 도울 계획을 구상했다. 구청과 협력해 빈민들에게 나눠준 게르를 지을 땅을 확보하고 거기에 샘을 파서 식수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자가발전설비를 들여오고 양을 3~4마리씩 분양해 이들이 자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임 회장 등 일부 뜻있는 평신도들은 수년째 이곳을 지원하고 있다.

 샤르헐러 등 가조리트 근처 두 세 군데 도시빈민 정착촌 후보지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울란바타르 시내 빈민가를 찾았다. 4000여명에 이르는 빈민들이 몰려사는데도 우물 3개에 물탱크 5개만이 설치돼 있는 헝허르다. 타우가후 투징(52) 동장은 "헝허르는 급속한 도시화와 함께 시골에서 상경한 유목민들이 몰려들면서 물이 오염돼 식수난 해결이 현안 중 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서 지역 현황을 들으며 진창길을 헤치고 체릉(75) 할머니 집을 찾았다. 장맛비처럼 세찬 빗방울이 차창을 때린다. 26일 치러진 게르 전달식에도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아픈 체릉 할머니는 마침 집에 있었다. 30년쯤 된 낡은 게르는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낡은 게르에 나무기둥을 다시 받치고 벽에 바른 흙이 갈라져 붕괴 일보 직전처럼 보였다. 그 게르에 난로 하나를 피워놓고 할머니는 의자에 앉아 있다. 함께 갔던 정 수녀가 쌀과 밀가루, 설탕, 소금, 차 등이 담긴 식료품 봉지를 건네자 그제야 정 수녀가 온 걸 알아차린듯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체릉 할머니의 딸 오르트 낫승(40)씨는 "새 게르로 이사갈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며 "이렇게 따스한 사랑을 나눠준 한국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침대가 부족해 아이들은 바닥에 장판 하나를 깔고 자야하는 열악한 주거공간을 돌아보며, 한국이 몽골에 영원한 '솔롱고스'('무지개의 나라'라는 뜻으로 한국의 별칭)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진다.

 이어 시내 동쪽 성 베드로 바오로 주교좌성당 근처 업치를데 어르뚱을 찾아갔다. 하지만 한국 선교사들이 게르를 전달한 어융 체체크(41)씨 집엔 들어갈 수 없었다. 장대비로 인해 평소엔 물 한방울 찾아볼 수조차 없던 그의 게르 주변이 물바다로 변했기 때문. 그래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식료품 봉지를 던져주고 돌아설 수밖에 없다.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홀로 키우는 어융씨는 "지난해 여름 장마로 인해 게르가 휩쓸려가서 친척에게 빌려 쓰던 중이었는데 새 게르를 받게 돼 마음이 들떠 있다"며 "조만간 빌린 게르를 돌려주고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가난하게 살지만, 사랑이 있고 우리네 시골 같은 푸근한 인정이 있고 또 한국 선교사와 평신도들의 아름다운 나눔이 있는 울란바타르에 때아닌 눈발이 폭설로 변해 시내를 덮어간다.

  울란바타르(몽골)=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울란바타르에서 빈민사목하는 예수수도회 정현숙 수녀**

 7월이면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선교활동을 한 지 만 4년이 되는 정현숙(마르가리타, 예수수도회) 수녀를 만났다. 현재 몽골지목구 울란바타르시 빈민사목과 성 베드로 바오로 주교좌성당 내 도서관을 운영하는 정 수녀는 임인철 수원교구 범계본당 빈첸시오협의회장 등 한국 평신도들의 나눔으로 이뤄진 게르 기증에 "몽골의 가난한 형제 자매들 얼굴에 다들 웃음꽃이 피었다"고 전했다. 가난한 현지 주민들을 대할 때마다 '더 많은 것을 나누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며 하느님께 매달렸던 터라 정 수녀 자신에게도 게르 선물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라고 털어놓았다.

 "우리가 빈민들을 돕다보면 몽골 사람들은 '왜 우리를 도와주느냐'며 의아해하곤 하죠. 물론 몽골분들도 가족ㆍ친척 사이에선 아주 헌신적입니다. 하지만 남들과는 결코 나누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 질문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우린 그 때마다 몽골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대답합니다. 이런 나눔을 통해 몽골에도 나눔 정신,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직까진 황무지지만 곧 옥토로 변할 거라는 사실을 믿고 있어요."

 빈민사목 현장에서 너무도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많이 접한 정 수녀는 이들을 위해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빈민가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도서관이다. 자신의 공부방은커녕 공부할 공간도 없고 책도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다. 20평 남짓한 성당 내 도서관 이용자는 회원수만 1700여명에 이르고 있고, 매일같이 10여명씩 회원이 늘고 있을 만큼 인기가 폭발적이다.

 수원교구 범계ㆍ평촌본당 빈첸시오협의회 등에서 수백만원 상당 성물을 보내온 데 대해 감사를 전한 정 수녀는 "몽골에선 교세 확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사회적 필요나 인간적 교육, 사회복지, 인간성 회복 등이 진정 필요하다고 본다"며 "우리도 이제는 가난한 아시아 국가 빈민과 나눠야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말하고, 몽골 선교지를 위한 기도와 사랑, 나눔과 후원을  호소했다.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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