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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인(주 영림카디널 전무이사)

나일론 신자의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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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4 발행 [874호]
나일론 신자의 대변신


 "집합!"

 일요일 오전 성당에, 예배당에, 법당에 가자고 집합이 걸렸다. 막사 앞으로 나갔다. 줄은 모두 세줄. 단연 법당으로 가는 줄이 가장 길었다. 그 다음이 예배당. 성당으로 가는 줄은 가장 짧았다.

 '훈련에 지친 몸과 마음의 피곤을 어디서 풀 건가?  그래. 가자, 저 절로!'

 부대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절에 도착한 우리는 향내가 흠뻑 밴 법당에 들어가 오와 열을 맞춰 앉았다. 잠시 후 들어와 좌정한 스님 목소리는 진한 마취제였다. 침묵 속에서 나는 '마땅하고 옳은 말씀'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졸았다. 이렇게 스님 설법을 듣고 나오면 우리를 기다리는 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라면. 쫀득쫀득한 면발에 곁들인 잘 익은 김치, 우리는 모두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뚝딱 한그릇씩 해 치우고 부대로 복귀했다.  

 예배당에 가면, 더욱이 성당에 가면 일어섰다 앉았다 하니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러나 법당에 가면 설법을 들으면서 잠시 꿈나라에 다녀올 수 있으니, 일요일에 가는 곳은 으레 법당이다. "부처님, 하나님, 하느님, 죄송합니다."

 결혼 후, 나는 아내 손에 이끌려 그리스도교에 입교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내가 형님으로 모시는 선배는 형수님 손에 이끌려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그 선배도 내가 교회를 빠지듯, 일요일이면 무슨 일이든 만들어서 미사에 빠지곤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젠 주일이면 꼬박꼬박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례한단다.

 얼마 전, 점심을 먹는데 선배가 성호 긋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선배, 왜 안 하던 걸 하고 그래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어. 아내가 본당에서 오르간 반주 봉사를 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얼마 전 '꾸리아'라는 델 갔다 왔지. 오르간 앞에 다소곳이 앉아 오르간 반주하는 아내 뒷모습에 감동 먹었지 뭔가. 아내의 손끝에서 나오는 음률에 공연히 눈물이 나올 것 같고,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구. 그 날, 저녁을 먹는데 아내가 깜짝 놀라지 뭔가. 내가 밥 먹기 전에 성호를 그었대나. 난 아내를 따라한 것뿐인데 말야. 그 때부터 이렇게 됐어. 그런데 이봐, 예수님은 하느님 오른편에 앉아 계시다는데, 왼편엔 누가 앉아 계신지 아나?  모르면 우리 집사람한테 물어 봐. 허허허."

 "그러지요. 헌데 거참 신기하네요. 가톨릭 교리는 하나도 모른다던 나일론 형이 미사도 잘 보는 열심한 신자로 변하다니…"

 "처음엔 나도 마누라한테 바가지 안 긁히려 코 꿰어 갔지만, 이젠 미사를 보고 오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져. 자넨 예배당 갔다 오면 안 그런가?"

 이번 주 예배당에 가서, 정말 그런가 안 그런가를 느껴 봐야겠다. 예배당에 계신 하나님과 성당에 계신 하느님을….

 얼마 전, TV 광고에서 본 장면이 기억난다. 수녀님과 스님이 함께 자전거 타고 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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