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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버들(경북도민일보 기자)

마더 데레사, 목소리를 높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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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6 발행 [880호]
마더 데레사, 목소리를 높혀라


 가톨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엄숙한 분위기 속 검은 수단을 입은 신부와 하얀 미사보를 쓴 여성의 청초한 모습이다. 그리고 20세기의 성모 마리아, 마더 데레사 수녀가 떠오른다. 더럽고 병든 곳, 사람들이 가장 꺼려하는 곳에서 인류를 구원하고 하느님 말씀을 전한 인류의 어머니,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어라'던 마더 데레사 수녀의 가르침을 생각하면 마음은 어느새 강속 깊이 가라앉은 조약돌같이 고요하며 숙연해지고 인간이 갖추어야 할 도덕적 수양과 존엄성에 대해 스스로 묻게 된다.

 마더 데레사 수녀처럼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가톨릭에서 말하는 봉사 정신의 정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성경 말씀에도 나오듯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게', '소리없이 실천하는 사랑', '조용하면서도 강한 나눔'을 가톨릭에서는 오랫동안 조용히 실천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랑 실천은 문제 근원이 아닌 증상으로만 치료하는 진통제 처방에 불과하다. 진통제가 치료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 원인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병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할 뿐 결국 아픈 사람이나 도와주는 사람이나 새로운 고통이 양산되는 결과만을 초래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가톨릭을 생각하면 평화와 사랑이 떠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수동적 역할에 머물러 정체돼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담이 높아 잘 드러나지 않는 걸까. 마더 데레사 수녀의 사랑 방식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각을 근원 쪽으로 돌려보자는 얘기다.

 보다 현실적이고 근본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보는 건 어떨까. 노동자나 장애인 문제 등 세상도처에 깔려있는 사회적ㆍ정책적 모순들이 낳은 문제들에 대해…. 분명 사실이 아님에도 바뀌지 않는 고정관념 등이 또 다른 모순과 고통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것에 대한 방안모색에 함께 참여하는 능동적 위치에 가톨릭이 서있으면 어떨까. 백년전쟁에서 조국을 구했던 잔다르크처럼. 그녀도 하느님 부름을 받지 않았던가.

 종교가 정치적 색을 띠기 시작하면 그것은 이미 본질에서 벗어나 왜곡될 위험이 있고, 얼마만큼의 목소리를 내느냐의 수위 조절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또한 자칫하면 종교의 중립성에서 벗어나 집단과 집단사이에 끼여 등터지는 새우 꼴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근본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인류를 향한 진정한 사랑이 바탕이 되고, 열린사회를 이룩할 반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더 데레사여, 목소리를 높혀라. 잔다르크의 손을 들고 사랑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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