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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사회복지사)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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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3 발행 [881호]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종교


 어릴 적에 성탄절을 전후해 성당이나 교회에 가서 귤, 과자 한번 안 먹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의 경우는 성탄절 신자보다 조금 착실해 몇달 동안 열심히 다니던 성당이 있었다. 모태신앙으로 지금은 수사신부가 된 사촌동생을 따라 동네에 새로 생긴 성당에 다녔었다.

 그리고 성당의 주임신부님. 1980년대 초 지방 소도시였던 그곳에서 길다란 가죽 재킷에 커다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시던 건장한 폭주족(?) 외국인 신부님이었다. 어른들에겐 어땠는지 몰라도 아이들에겐 항상 재미있고 짓궂은 장난도 잘 받아주던 신부님이셨다. 나는 교리공부를 하고 세례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가친척 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결혼식을 빼곤 성당 근처에도 안 가시는 부모님 피를 물려받은 탓이었는지, 아니면 나름대로 생각이라는 것을 열심히 했던 탓이었는지, 나는 신이 정말 있는지 그리고 있다 해도 매주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려야만 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독특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세례명을 받을 수 있다는 욕심을 떨쳐버리기 어려웠지만 세례를 받기로 한 며칠 전에 신부님을 찾아갔다. "신부님! 전 아직 하느님의 존재를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례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뭔가 열심히 말하려고 애썼던 것 같고 신부님은 내 이야기를 오랫동안 진지하게 들어주셨다. 그리고 초등학생이던 내 선택을 인정해주셨다. 신부님의 그런 태도는 나에게 정말 신선한 것이었다. 요즘이야 아이들에게 있지도 않은 주장, 없는 논리도 만들어 주려고 발벗고 나서지만 그때만 해도 아이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어른은 많지 않았다. 더구나 신의 존재라는 거창한 주제가 아닌가. 물론 결과적으로 보자면 신부님은 신자를 하나 잃으셨다.  

 성장하면서 종교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고 알게 되었다. 구도, 사랑의 실천, 도피처, 환상, 마약, 마녀사냥, 전쟁 유발 요인, 그리고 많은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신부님, 구복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신자들, 강박적으로 전도에 열을 올리는 신자들을 보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가톨릭에 대해 따뜻하고 개방적이라는 편향된 시선을 유지하게 된다. 그 이유의 상당 부분은 어린 나의 뇌리에 각인된 신부님의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변의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다른 종교 신자들에 비해 훨씬 포용력 있는 종교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그러한 믿음을 갖게 하는데 일조하는 것 같다.

 신앙심을 갖는다는 것과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인 듯하다. 현재도 진행형이지만, 자신의 종교만을 절대시하면서 벌어졌던 수많은 역사적 비극들을 생각하면 오늘날 우리나라 가톨릭이 보여주는 타 종교와 더불어 가고자하는 노력이나 장기기증운동에 앞장서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은 아름다워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더 많은 비종교인들에게 기울였으면 한다. 가톨릭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좀더 넓게 활용하고 베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모에게 살갑게 구는 자식만 사랑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니듯 신은 조금은 삐딱하고 어리석은 피조물에게도 너그러울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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