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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조 스님(길상사 주지)

사랑 넘치는 아름다운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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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1 발행 [890호]
사랑 넘치는 아름다운 이웃


 어둠이 잔잔하게 깔리는 저녁! 귀뚜라미 노래 소리가 구성지다. 어느새 가을이 우리 곁에 와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언제 여름이 갈까 싶었는데 벌써 가을 향기 가득한 계절이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시간 막을 수 없듯이 계절은 절로 오고 절로 간다.

 가을이 오면 산으로 단풍 맞이하러 간다. 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다. 다 정상으로 통하는 루트들이다. 그런데도 자기가 오르는 루트만이 가장 옳다고 고집하게 되면 결국에는 산에 못 오른다.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종파적 종교를 통하든 마침내 우리가 나가야할 곳은 보편적 종교의 세계여야 한다. 종파적 종교란 비유컨대 한 나무의 여러 가지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가지만을 전부라고 고집하면 나무 전체를 알 수 없다.

 길상사가 있는 성북동은 수도원, 수녀원, 교회 등이 많은 지역이다. 덕분에 이웃 종교와 교류할 기회가 많다. 종교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일이다. 이웃은 종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가깝다는 말도 있듯이 자주 교류하다 보니 이웃에 있는 '작은형제회 수도원'과 '성가정 입양원'은 길상사의 가까운 벗이 되었다. 오래 전에 작은형제회 수도원 원장 신부님이 프란치스코 성인 축일에 초대를 해주어서 미사에 참례하고 시설 내부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수도원 곳곳이 참 정갈해 인상 깊었다. 또 예수님께서 복음 선포를 떠나는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 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는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수사님들 모습이 부처님의 무소유 가르침과 다름이 없는 듯 여겨져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무릇 출가 수행자는 물질적 집착과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길로 가는 삶을 사는 이들이므로.  

 출가란 말 그대로 집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욕심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이며, 속박의 굴레에서 떠나고, 무뎌진 타성의 늪에서 떠나고, 집착하는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이른다. 결국 출가란 비본질적인 일상의 자기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기로 돌아가는 일이다.

 떠난다는 것은 곧 새롭게 만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남이 없다면 떠남도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출가는 빈손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다. 크게 버림으로써 크게 얻을 수 있다. 적게 버리면 적게 얻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소유의 법칙이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을 때 온 세상을 다 차지할 수 있다. 무엇을 내 것이라 가지면 가진 만큼 속박을 당한다.

 그래서 우리들이 탐욕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다. 탐욕으로부터 벗어나면 사랑이 가득해진다.

 사랑이 가득한 성가정 입양원에 가보면 맑은 영혼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이제 세상에 막 온 아기 천사들! 수녀님의 따뜻한 품안에서, 봉사하는 자매님의 얼굴에서 살아있는 관세음보살님의 온화한 자비심을 보았다. 사랑의 결정체인 천진무구한 천사들! 이곳에서 수녀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국만리 낯선 땅에서 조국을 원망하며 살지 않았을까 생각되어 마음이 저려온다.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한 성가정 입양원은 아름다운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사랑만큼 강한 힘을 가진 것은 세상에 없다. 지식이 아닌 사랑이, 진실된 가슴과 행함에서 세상이 변하는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성북동에 비둘기가 많은 까닭이 바로 사랑과 자비심이 가득하여 종교의 벽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길상사를 내 집처럼 찾아오시는 수녀님! 마리아상을 닮은 관세음보살님이 계셔 좋다고들 하신다. 우리는 아름다운 이웃이다.

 내가 바라보는 가톨릭은 사랑이 가득하고 향기가 가득한 종교다. 마치 관세음보살상을 통해 성모 마리아가 존재하는 것처럼. 사랑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 모두가 사랑이고 행복이다.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으면 모두가 한 식구이다. 모두가 행복이고 사랑으로 충만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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