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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

류정(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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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4 발행 [904호]
류정(조선일보 기자)


사례1

 어머니는 불교 신자다. 매일 아침 물 한 그릇을 떠 놓고 기도를 올리고, 염주알을 돌려가며 불경을 외고, 법당 불상을 향해 절을 한다. 방마다 부적을 붙이고, 부처님 오신 날에는 연등을 사서 자식의 행복을 기원하실 땐 한국적 기복신앙에 가까워 보이긴 해도, 어머니는 영락 없는 '열혈 신자'다.

 그런 어머니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분은 가톨릭 신자다. 어릴 때 세례를 받았고, 성경을 몸에 끼고 사실만큼 독실한 분이다. 어머니는 가끔 그 아주머니와 성당을 찾아 신부님 말씀을 귀 담아 들으신다. 아주머니도 어머니가 사드린 염주를 손에 쥐고 사찰을 찾는다. 두 분은 각자의 '신(神)'에게 서로를 위해 기도한다. 그들은 이런 교류가 자신이 믿는 종교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포용'이라고 믿는다.

사례2

 "대학에 가면 개량한복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거야."

 고등학교 시절, 이렇게 엉뚱했던 친구가 있다. 그러나 외곬의 괴짜나 냉소적 반항아와는 거리가 멀었다. 편지에 시 써주기를 좋아하고, 머리가 살짝 벗겨진 신부님을 잘 따르던 그저 순수하고 청백한 소녀였다. 친구는 또 말했다.

 "특수교육과나 교정학과를 가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일 하고 싶어."

 그는 결국 교정학과에 진학했고, 지난해 정말로 교정관이 되었다. 졸업 후 성당과 소년원에서 보호관찰, 교화 업무로 실무경험을 쌓고, 밤에는 두꺼운 책을 읽으며 몇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었다.

 힘들다는 이유로 자신의 꿈을 배신하지 않는 용기는 그의 곧은 신앙심에서 나왔다. 친구 덕분에 세상의 어둠만 배웠던 범죄자들이 밝은 길을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늘 고맙고 기분이 좋다.

사례 3

 "정말 열심히 기도했어. 하지만 하느님은 우리 아버지를 살려주지 않았어."

 군대에 있을 때 아버지를 여읜 한 친구는 어릴 때부터 이어온 가톨릭 신앙에 회의를 느꼈다고 했다. 그 뒤로 그는 기도를 하지 않았다. 많이 울었고, 간절히 바랐고, 깊은 진심이 담긴 기도였는데도 마음이 닿지 않아 실망이 컸던 모양이다. 그는 그때부터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전보다 많이 강해진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다시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다시 성당을 찾고 싶어한다. 강해짐으로써 그는 깨달았다고 한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슬픔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싶었던, 어린아이 같은 원망이었음을. 하느님은 인간이 바라는 것을 모두 해 줄 수 없지만, 마음이 의지할 곳을 조건 없이 베풀어 준다는 것을. 여전히 그는 누구보다 선하다. 아마,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신앙이 빚어낸 심성 때문일 것이다.

 
 가톨릭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살아오면서 만난 가톨릭 신자들은 하나같이 꽃처럼 아름다웠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넓은 가톨릭 신자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불신과 미움을 지혜롭게 보듬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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