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누굴 위한 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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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0 03:00 수정 : 2022-06-14 19:45


[앵커]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

그런데 나이만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노동 현장에 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정아 기자가 판결의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기자] 임금피크제 논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9년 전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2013년 국회에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됩니다.


그때 당시 국내 기업 대부분이 호봉제를 택해 입사 후 임금은 계속해서 상승했습니다.

이에 정년이 늘어나면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신규 채용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고용 보장'이나 '정년 연장'을 조건으로 임금을 감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체에선 절반 이상이, 100인 이상 사업체에선 절반 가까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을 정돕니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대기업, 중소기업 등 국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도입된 임금피크제.

하나의 트렌드처럼 무분별하게 도입됐던 임금피크제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깎는 것은 위법하다"

대법원이 제시한 임금피크제의 합리적 이유는 이렇습니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있는가,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 또는 업무강도의 저감이 있었는가, 실질적인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또 감액된 재원이 도입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는가.

여기서 도입 목적은 '청년고용 창출'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임금피크제 도입 후 청년고용은 늘어났을까.

2017년 국회 예산처가 발행한 보고서와 지난해 한국경제통상학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고용 창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청년고용은 늘어나지 않았고 고령층 노동자의 임금만 삭감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모든 사업장이 법을 어긴 건 아닙니다.


임금피크제의 유형은 정년유지형과 정년연장형으로 나뉘는데 이번 판결의 경우는 정년유지형에 해당하는 사례입니다.

이번 사례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던 겁니다.


그래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모든 사업장에 일반화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양정은 / 법무법인 이평 변호사>
"대법원에서 최초로 나왔다는 것은 이제 합리적인 기준에 대해서 임금피크제가 어떻게 하면 적법할 것인가에 대해서 기준을 설정해줬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상 대법원에서는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청년고용 창출로 진짜 사용됐는지 확인하겠단 기준을 제시한 겁니다."

노동계는 현행 임금피크제를 폐지하자는 입장입니다.

<이지현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
"지금 법적 정년인 60세 이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법정 정년인 60대 이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서 임금을 깎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반대하고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령화 대한민국 속에서 임금피크제는 사라져야 하는 제도일까.

<김혜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
"한 기업 안에서 임금을 깎아서 일자리를 보존하기보다는 정년 이후의 일자리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를 같이 고민하면서 그것과 관련한 대안을 만드는 게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년이 60세에서 63세 혹은 65세로 법제화 된다면 또다시 임금피크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은 정년 연장과 관련한 효율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노동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
cpbc 김정아 기자 | 입력 : 2022-06-10 03:00 수정 : 2022-06-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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