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눈] 정수용 "오징어 게임에서 이기는 법?"

[사제의눈] 정수용 "오징어 게임에서 이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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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08 15:00 수정 : 2021-10-08 16:41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이 말은 1848년 발표된 공산당 선언의 첫 문장이었고, 이후 역사상 많은 패러디를 낳았습니다.

2021년 10월, 이 문장을 오늘날 상황으로 표현해보면 "하나의 드라마가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유령이"라고 바꿀 수 있어 보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를 제공하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 "오징어 게임"! 처음 서비스 시작한 것이 지난 9월 17일이었는데, 불과 2주 만에 넷플릭스 순위를 집계하는 전 세계 83개국에서 모두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 사상 처음 있는 일일 정도로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하나의 신드롬으로 받아들여질 만합니다.

드라마는 큰 빚을 진 456명의 사람들이 외딴 섬에 모여 게임을 하는데, 하나같이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알던 놀이 입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등 모두가 단순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게임의 상금은 1인당 1억, 총상금 액수는 456억 입니다. 게임에 진 사람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지만, 마지막까지 생존하면 적립된 상금 모두를 차지한다는 설정입니다.

참가자들은 현실에서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진 사람들이었기에 목숨을 건 게임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참가에 앞서 동의서를 작성합니다. 게임을 임의로 중단할 수 없고, 거부는 탈락으로 간주하며, 참가자 과반이 동의할 경우에만 살육의 게임이 중단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게임장 모습이 약육강식, 승자독식, 그리고 일확천금이라는 현실 모습을 잘 풍자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외국인,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생존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등장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오징어 게임의 현장입니다. 2021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빠르게 상승해 1800조가 넘었습니다. 소득양극화도 더 커져 상위 20% 소득은 하위 20% 소득에 열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수백만 원 하는 가방을 사기 위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도, 한 끼의 허기를 채우기 위한 무료 급식소 앞에도, 새벽부터 줄을 서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역설이, 부정할 수 없는 우리네 현실입니다.

드라마는 456억을 손에 쥔 최후의 생존자 1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적어도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낭떨어지로 떨어져 목숨을 잃은 455명을 먼저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아니, 적어도 현실에서는 이러한 살육의 게임이 벌어지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 동의서 제3항을 주목해 봅니다. "참가자의 과반수가 동의할 경우 게임을 중단할 수 있다." 공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각자도생이라는 게임이 아니라, 공동선과 연대성을 인식하며 우리 모두가 게임의 승자가 되는 길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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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제의 눈>은 "오징어 게임에서 이기는 법?"입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라는 티모테오1서 6장의 말씀을 기억하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1-10-08 15:00 수정 : 2021-10-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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