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창익 "국민건강보험료처럼 재산소득에 따라 벌금 차등 부과해야"

[인터뷰] 오창익 "국민건강보험료처럼 재산소득에 따라 벌금 차등 부과해야"

벌금 낼 돈 없어 유치장 강제노역으로 때우는 사람 한해 4~5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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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6 18:54
▲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사진=인권연대 사무국)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오창익 / 인권연대 사무국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벌금 100만 원, 부유층과 빈곤층의 ‘체감 부담’ 달라
벌금 낼 돈 없어 유치장 강제노역으로 때우는 사람 한해 4~5만 명

핀란드는 100년 전부터 경제력에 따라 벌금 차등 부과
건강보험료처럼 소득과 재산에 따라 벌금 매겨야

재산비례벌금제는 文대통령 대선 공약, 시행 미루는 이유 이해할 수 없어


[인터뷰 전문]

벌금을 똑같은 잣대로 부과하지 말고 재산이나 소득에 따라 차이를 두자는 제안,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른바 재산 소득 비례 벌금제인데요. 가난한 이들과 부자들에게 같은 벌금은 그 무게가 다르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연결해서 재산 소득 비례 벌금제 도입에 관해 견해 들어보겠습니다.

▷오창익 사무국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얼마 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벌금을 재산과 소득에 비례해 부과하자’, 이렇게 제안했던데요. 이른바 ‘재산 비례 벌금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재명 지사가 말씀하신 날이 4월 25일입니다. 법의 날인데요. 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법이 우리 국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날인데 그런 말씀을 주셔서 굉장히 고맙다고 생각했는데요. 재산 비례 벌금제. 이름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소득 비례 벌금제, 재산 소득 비례 벌금제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제도는 그동안 가톨릭교회에서도 오랫동안 요청했던 제도거든요.

형벌이 제대로 된 형벌이려면, 형벌은 기본적으로 고통을 부과하는 거 아닙니까? 고통의 크기가 같아야 하는데 부자에게는 100만 원이라는 돈이 아무런 고통이 없는 돈일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에게는 100만 원이라는 돈이 굉장히 큰 고통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벌금을 내지 못하면 감옥에 갇히거든요. 감옥에 갇혀서 열흘 또는 20일 동안 구금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거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고 고통스러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형벌도 공평해야 한다. 특별히 더 중요한 건 가난한 사람에게 더 큰 고통을 주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가톨릭교회를 비롯해서 시민사회가 갖고 있는데, 유력 대선 주자가 이런 생각에 뜻을 같이해 주니까 고맙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벌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벌금 납부 대신 노역장에서 일하는, 이른바 ‘환형유치(換刑留置)’를 선택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하던데요. 환형유치라는 게 정확히 어떤 것이고, 현재 어느 정도 상황인 겁니까?

▶한자인데요. 환은 교환하다할 때 환(換)자고요. 형은 형벌할 때 형(刑)자입니다. 형벌을 바꿔서 가두는 건데 돈을 내지 못하면 몸으로 때워야 한다는 건데요. 보통 일당 10만 원 쳐줍니다. 부과된 벌금이 300만 원이면 그걸 나누기해서 한 달 동안 감옥에 있어야 하는 건데요. 지금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감옥에 가는 사람이 연간 4만 명에서 5만 명 정도 됩니다. 굉장히 많은 겁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이를 테면 죄질이 나빠서 감옥에 간다든지 위험해서 감옥에 가는 게 아니라 오로지 돈이 없어서 감옥에 가는 사람들이 연간 4만 명에서 5만 명이 된다는 건 매우 고약한 일입니다.


▷하루당 10만 원 정도의 비율로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노역장 유치를 하고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보통 10만 원 정도 쳐주는데요. 부자들은 ‘황제노역’이라고 해서 하루에 일당 1억 원도 쳐주지 않습니까? 가난한 사람들은 10만 원 쳐주거든요. 예전에는 5만 원 쳐줬고요. 이렇게 해서 몸으로 때우는 사람들이 연간 4, 5만 명 정도 된다는 겁니다.


▷황제노역도 논란이 많지 않았습니까?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요.
징역형을 살지 않아도 될 정도의 죄를 지어서 벌금형을 받았는데 그 벌금을 낼 돈이 없어서 감옥에 가야 한다? 약간 모순적인 면도 있는 것 같아요.
결국 가난이 죄가 되는 거냐, 이런 생각도 들고요. 어떻게 보세요?

▶그렇습니다. 감옥에 간다는 게 단지 신체의 자유를 제한 당하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다니는 사람 같은 경우에 생계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고요. 가정이 파괴되거나 특히 인간으로서 자존감이 허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라 100, 200만 원 내지 못해서 감옥에 갔다고 하면 창피하잖아요. 자존감이 허물어지죠. 그러니까 감옥에 가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징역형 외에 다른 방법으로 형벌을 부과할 수 있는 방법을 국가가 고민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한없이 게을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벌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건 그만큼 당장 먹고 사는 일이 힘겹다는 의미일 텐데요.
강제노역이 사실상 징역형이라는 점에서 다른 대체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는 거고요. 감옥에 가진 않으니까 그거보다는 낫죠. 또 하나는 저희가 주장하는 것처럼, 며칠 전 이재명 지사가 제안했던 것처럼 벌금을 공평하게 내게 하면 좀 낫다는 거죠. 소득과 재산이 다르니까 벌금, 돈에 대한 고통을 느끼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으니 다른 여러 나라가 하는 것처럼 재산과 소득에 비례해서 벌금을 부과하자. 그러면 좀 더 안전해지는 거 아니에요.

저희의 관심은 부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벌금을 내서 통쾌하다거나 정의가 실현된다는 차원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적게 벌금을 낼 테니 그만큼 감옥에 가는 숫자를 줄일 수 있어서 다행이 아닌가 생각하는 거죠.


▷방점은 부자와 빈자. 가난한 이들의 형벌의 고통이 같아야 한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경제력에 비례해 부과하는 벌금형 제도, 이미 도입한 나라들이 있다면서요? 해외 사례는 어떤가요?

▶그 정도가 아니라 핀란드 같은 경우는 이미 100년 전, 1921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핀란드가 이미 100년 전에 시행한 제도를 대한민국이 못할 이유는 전혀 없는 거죠. 스웨덴 같은 나라도 1935년이고요.

그러니까 재산 비례 벌금제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조금 있다고 하지만 그건 아마 재산이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이미 금융실명제를 한 지 30년 가까이 됐고, 또 부동산이나 자산도 다 실명제 아닙니까? 부동산도 실명제고요. 아주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은 파악하고 있고 그것에 기반해서 국민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 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라도 차등을 줘서 벌금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예산, 인력이 너무 많이 들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라는 생각이 자꾸 들고요. 그렇다면 가난하다는 것만으로도 서러운데 가난한 사람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당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겁니다.


▷이재명 지사가 ‘재산 비례 벌금제’라고 표현하면서 얘기했는데,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재산이 아닌 소득을 기준으로 벌금액을 정해야 한다며 ‘재산이 많은 사람을 벌하고 싶으면 그에 맞는 근거와 논리를 가져오라’고 논박하지 않았습니까. 정치권에서 논란이 있는데 재산 비례 벌금형, 소득 비례 벌금형 이게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아무 차이가 없는데요. 그래서 이재명 지사가 그다음에 ‘공정 벌금제’라고 하자. 이렇게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에 없는 제도입니다.

핀란드는 100년 됐지만 대한민국은 낯설어요. 그러니까 이름을 뭐라고 붙일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겁니다. 법률이 만들어 지면 이름이 정해지겠죠. 학교에서는 ‘일수(日數) 벌금제’라고 합니다. 날짜 숫자대로 벌금을 매긴다는 거예요. 뭐라고 하든 설명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재산과 소득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월급을 받으면 통장에 들어오잖아요. 그러면 일단은 통장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지만 금융재산이 되는 거예요. 칼로 무 자르듯이 소득과 재산이 완전히 풀린 개념이 아니거든요. 연동되어 있는 개념이 있어요.

그러니까 앵커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그 사람의 경제력을 보고 벌금을 달리 매기자는 게 핵심인거예요. 경제력에는 재산도 들어가고 소득도 들어가죠. 그러니까 건강보험료 같은 경우에도 자동차 배기량, 아파트 평수, 그 사람 소득 등을 다 합해서 적정하게 매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벌금도 내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은퇴 후 집 한 채 달랑 있고 소득은 없다.

▶그런 사람은 벌금이 굉장히 적어지는 거죠.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금 매기고 있는 보험 납부금 방식으로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거죠.

▶그 사람 벌금 액수가 낮아지는 거예요. 실제 소득이 적으니까요. 100% 정확하게 매길 수는 없겠죠. 그러나 90%, 80% 수준으로 정확하게 매길 수준은 와 있으니 그렇게라도 공평하게 하자는 겁니다.


▷이거는 오창익 사무국장님께서 오래 전부터 일수 벌금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를 해 오셨는데 용어를 바꿔서 공정 벌금제나 일수 벌금제는 그 취지는 비슷하다고 봐야 하는 거죠?

▶취지도 같고 방식도 같은 겁니다. 우리가 아직 제도가 없으니까, 예를 들어서 대한민국이 남북으로 분단돼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통일을 지향하니까 통일이 되면 통일된 나라의 이름은 한국입니까? 조선입니까? 다른 이름일 수도 있잖아요. 우리는 통상 대한민국에서 사니까 통일 한국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못마땅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게 뭐냐면 다 고려할 사항이고 논의할 사항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재산과 소득에 비례해서 내는 벌금의 이름을 뭐라고 정할지 국회에서 정해준 적이 없어요. 학교에서도 합의된 안이 있는 건 아니고요. 그러니까 이름은 뭐라고 붙여도 좋으니 그런 제도로 가자는 게 저희의 요청인 거죠.


▷벌금을 특정 액수가 아니라 날수로 선고하는 일수 벌금제나 공정 벌금제나 경제력에 비례해서 평등한 형벌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런데 경제력에 연동하는 벌금제 도입,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제도화 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저희도 답답하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일단 법무부가 미온적입니다. 그러면 국회에서 법을 만들면 되는데,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데도 왜 안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당장 법률을 새로 만들거나 고치지 않아도 저희는 얼마든지 일수 벌금제 또는 재산 비례 벌금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각자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습니까? 법무부 또는 검찰에 건강보험료 납입증명서를 제출하는 거예요. 그거에 맞게 벌금을 달리 매기면 되거든요. 행정력이 더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이왕에 국가가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거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거는 제도가 어려워서 못하는 건 아니고 이미 핀란드도 100년 전에 했기 때문에요. 의지가 없기 때문에 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그래서 예를 들어 종부세를 올린다, 어떻게 한다 이런 걸로 나라 전체가 시끌시끌하잖아요. 종부세 부과 대상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 이유는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입니다. 유력 인사들이 많아요. 그런데 벌금 못 내서 감옥에 가는 사람들은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저는 염수정 추기경님 같은 종교 지도자들에게 감사한 게 뭐냐면 그런 분들이 힘없는 사람들의 소리를 대변해 주시는 거예요. 이런 안타까움이 있다, 고통이 있다. 여기에 귀기울여야한다는 간접적인 목소리만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순위에서 자꾸 멀어지고 공약 이행도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대통령 공약이니까 어려운 일도 아닌데 당연히 이행해야죠.


▷벌금을 내지 못해서 강제노역을 해야 하는 분들 입장에서 보면 가정을 잃을 수도 있고요. 해체될 수도 있고 생계도 못하는 상황이면 생명의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는데 그런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하나의 대안으로 운영하고 있는 게 바로 ‘장발장은행’인데요. 장발장 은행이 문을 연 지도 벌써 6년이 넘었습니다.

▶이게 대안은 아니고 궁여지책으로 한 건데요. 벌금제가 개혁돼야 할 필요가 있다. 공평한 벌금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인권단체 목소리에 경청하진 않습니다. 국회나 정부도 관심이 없고.

그런데 중요한 건 당장 벌금 못 내서 감옥 가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눈에 밟히는 거예요. 안타까움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저희가 장발장은행이라고 가짜 은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벌금을 못 내서 감옥 가는 분들에게 무담보 무이자로 돈을 빌려드리는 걸 하고 있어요. 만 6년 넘게 했는데 저희는 정말 소망하는 게 하루라도 빨리 은행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 공정 벌금 해서 없애자. 가난하다는 것만으로도 서러운데 가난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못 내서 감옥에 가는 건 정말 후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창피한 일입니다. 책임 있는 분들이 문제해결을 해주셨으면 해요.


▷지금까지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과 재산소득비례 벌금제에 대한 견해 들어봤습니다.
오창익 국장님,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cpbc 김원철 기자(wckim@cpbc.co.kr) | 입력 : 2021-05-06 18:54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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