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조영남부터 팬걸까지` 언론의 오보가 논란 키워"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조영남부터 팬걸까지` 언론의 오보가 논란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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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30 16:45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배우 윤여정 씨 오스카상 수상 이후 이어지고 있는 논란`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스카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씨에게 찬사와 축하가 쏟아지고 있는데, 논란이 될 일이 뭐가 있을까 의아스럽긴 한데, 굳이 꼽자면 "브래드 피트의 냄새가 어땠냐"라는 질문은 정말 충격적이지 않았나 싶어요?

▶엑스트라TV(EXTRATV)의 리포터는 비공개 인터뷰에서 브레드 피트의 냄새를 물어봤는데 이에 대해서 윤여정 씨가 재미있고 직선적으로 대답해서 화제를 불러 모았죠. 윤여정은 "난 개가 아니다.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다" "그는 내게도 스타이며, 그가 내 이름을 호명한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우문현답, 우문에 품격있는 대답이었고요. 오히려 품격있게 재치로 응수했던 점이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비난이 가해지자 해당 매체는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했는데,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팬들은 스타의 냄새까지도 궁금해 하는지 모르지만, 윤여정은 일반인이 아니라 오스카상 수상자인데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과연 오스카 수상자는 적절히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역사를 쓴 여성에게 던져야 할 질문인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이를 대변합니다. 그들의 속마음은 여전히 차별적인 인식구조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더구나 그 기자가 변호사 출신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어쨌든 삭제되어도 빛나는 입담이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팬질이라는 단어를 써서 또다른 논란을 일으켰다는데, 이게 뭔가요?

▶Fangirl은 우리말로 팬덤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에는 덕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죠. 브레드 피트보다 훨씬 더 연기 경력이 있는 윤여정씨입니다 연기 경력이 56년차. 윤여정씨는 대학교 1학년인 지난 1966년 데뷔를 했습니다. 브레드 피트는 1963년생이기 때문에 연기 경력을 비교한다면 견줄 수가 없습니다. 대등하게 오스카 조연상을 받은 배우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분위기는 오히려 브레드 피트가 윤여정씨에게 덕질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더 주목받는 듯 싶습니다. 과연 젊은이들이 브레드 피트를 얼마나 알까요? 오히려 윤여정씨가 젊은 세대에게 힙한 인기 스타로 귀감이 되고 있고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입니다. 브레드 피트는 제작사 대표인데 오히려 윤여정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영화를 훌륭하게 성공시키고 이렇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주게 하고 제작사 경영자가 브레드 피트라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니까 말입니다.


▷이번에도 일부 언론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어요. 윤여정씨의 전 남편 조영남씨를 인터뷰한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죠?

▶무려 34년 전에 이혼을 한 남편이죠. 더군다나 윤여정씨가 언급하기 것 자체를 꺼리고 있는 사람을 애써 언론이 부각하는 것은 과연 적절한 보도저널리즘의 태도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 내용 인터뷰도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 일이 바람 피우는 남자들에 대한 최고의 멋진 한방, 복수가 아니겠냐. 바람피운 당사자인 나는 앞으로 더 조심해야지.`, 마치 오스카상을 받은 것이 전 남편에 대한 복수 때문이라는 식의 발언은 상식적으로나 통념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정말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이라기고 보기 힘들고 한국 최초의 오스카 수상이라는 점에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이 이런 말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 언론이 이러한 말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지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방송 언론이 윤여정씨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어떤 것이 윤여정씨를 존중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지점이었습니다. 윤여정씨를 존중한다면 윤여정씨가 언급되기를 좋아하지 않는 조영남씨를 다루는 이런 방송 행태를 보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거꾸로 조영남이 수상을 하고 윤여정이 방송국에 초대되어 이렇게 할 말,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했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언론들이 오역된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논란이 되었다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한 매체는 미 NBC의 한 방송 프로그램이 윤여정씨와 한 화상 인터뷰를 보도했는데 그 인터뷰 내용을 잘못 전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바로 윤여정 씨가 ”난 할리우드를 존경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습니다. 존경이 아니라 동경이라고 번역했어야 합니다. 즉 원래는 윤여정씨가 “미국 작품을 맡으면 한국에선 내가 할리우드를 동경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난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라고 해야 합니다. 존경하다와 동경하다는 너무나 판이한 번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지 않는다고 하면 매우 무례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분들이 윤여정씨가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런 논란조차도 번역가 황희석씨가 지적해서 알려졌는데 이같은 사실은 언론매체가 아니라 SNS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 교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언론들이 잘못된 번역을 그대로 게재했고 포털에는 위에 기사는 존경으로 아래 기사는 동경으로 기재되어 배치가 이뤄지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동시통역도 아니고 나중에 원문을 대조할 수 있는데 무심했고 속보 경쟁이 나은 폐해라 할 것입니다.


▷잘못된 번역을 그대로 전한 게 이뿐만이 아니라고 하는데 수상 소감도 오역이라고 해요. 어떤 부분이 그런가요?

▶수상 소감 때문에 해외에서도 정말 많은 호평을 이끌어냈는데요. 국내 언론은 “나가서 일하라는 아들들의 잔소리 덕에 상을 타게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일하러 나가도록 만든 정도의 의미로 수상 소감을 말했습니다. 잔소리를 뜻하는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마치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는 셈인데 아이들이 윤여정씨에 일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일하러 나가게 만들었다는 점은 윤여정씨가 아이들의 생계를 위해서 열심히 배우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생계를 위한 배우였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이런 배경을 모를 수 없습니다. 이전에도 이미 배급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위해 가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조영남 씨와 헤어지고 난 이후에 아이들을 홀로 키워야 했던 윤여정 씨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지난날의 삶이 담겨 있는 수상 소감이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했고 더욱 이혼한 여성에 대한 차별이 더욱 가혹했던 시기에 전 남편의 양육비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두 아이를 키워야 했던 점은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아이들보다는 해외 매체는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라는 소감에 더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번역에 정말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케 했습니다.


▷사실을, 사실 너머의 이면을, 진실을 알리는 게 보도의 기본 원칙임에도 이를 망각하고 잘못된 번역인지조차 검증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그대로 보도하고, 논란을 키우는 행태를 언제까지 언론 자유라는 미명하에 그대로 두고봐야만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아시아계의 약진이 있었는데, 클로이 자오 감독의 수상에 대해서 중국언론들은 일제히 침묵했다죠?

▶애초에 중국 본토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방송 하지 않았고 홍콩에서도 처음으로 하지 않았죠. 이번에 아카데미에서 작품성과 감독상을 받은 클로이 자오 감독은 중국 국적이고 베이징에서 태어났죠. 이 정도라면 중국에서는 정말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용합니다. 투명인간이 된 듯 합니다. 심지어 관련 소식을 인터넷이나 SNS에서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싸늘한 반응은 물론이고 차단을 하는 것은 2013년 매체와 가진 인터뷰 내용 때문입니다. 중국은 거짓이 여기저기에 많이 있다고 언급한 내용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오래전이며 현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묻지 않습니다. 자오 감독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아버지와 어린시절 외웠다는 중국의 고전 경구를 들어 했는데 중국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중국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아카데미는 다양성을 용인하는 흐름으로 가는 듯 싶은데 중국은 아닌 듯 싶습니다. 중국의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왜 미국으로 건너가서 활동하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오스카상 수상자들이 백인 일색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도 나오던데, 어떤 면에서 그렇습니까?

▶양적으로는 다양하고 풍성해 보입니다. 총 23개 부문에 76명의 여성 후보들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작품상과 감독상은 아시아계 여성이 받았죠. 아시아계 감독으로 정이삭 감독도 후보에 올랐습니다.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머럴드 페널 감독은 여성으로 감독상 후보에 올랐죠.4대 연기상 후보 20명 가운데 유색 인종 배우들이 총 9명입니다. 그런데 안소니 홉킨스는 영화 ‘더 파더’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나오지 않았고 영화 ‘양들의 침묵’으로 이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남우 주연상으로 영화 ‘블랙팬서’의 배우 고(故) 채드윅 보스만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흑인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남우조연상은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영국계 흑인 대니얼 컬루야가 받았죠. 또한, 여우주연상은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받았는데 백인으로 세 번째 수상입니다. 가만히 보면 주연상은 모두 백인이고 조연상은 모두 유색 인종입니다. 여전히 연기상은 백인과 유색인종이 주연과 조연으로 나뉘는 것일까요. 조연상을 윤여정씨가 받은 것은 대단하지만 주연상을 아시아계를 포함한 유색 인종이 자주 받기를 바랍니다. 어쩌다 한번은 곤란합니다. 또한 여전히 아시아계는 아카데미에서 소수에 불과합니다.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각본상은 모두 그들에게 익숙한 내용의 영화들입니다. 미나리가 각본상, 작품상, 감독상에서 멀어진 것은 아쉽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카데미 시상식 시청자가 많이 적어졌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현지 언론에서는 내년에는 윤여정 씨에게 진행자를 맡겨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인은 985만 명에 그쳤는데, 이는 전년 2360만 명과 비교했을때 58%나 줄어든 것이라고 합니다. 2012년 이후 10년 동안 가장 적은 수치라고 합니다. 경쟁작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점이 꼽힙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때문에 작품 편수가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축하 공연도 없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힙니다. 홉킨스도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홉킨스도 시상식을 보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와중에 윤여정 씨의 수상 소감은 활력을 더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 현지 매체들이 윤여정 씨가 쇼를 훔쳤다는 등의 극찬을 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꼭 윤여정 씨만은 아니더라도 다른 때와는 다른 진기록을 많이 세웠기 때문에 활력이 있고 많이 인터넷에 회자된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런 매체의 변화에 맞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변화를 응원합니다.


▷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1-04-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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