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은 지금] 교황 "갈릴래아는 다시 시작하라, 변방으로 가라는 의미"

[바티칸은 지금] 교황 "갈릴래아는 다시 시작하라, 변방으로 가라는 의미"

김근영 / 바티칸뉴스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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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6 17:00
▲ 4일 부활 축복 메시지를 발표하기 위해 성 베드로 대성전에 들어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사진=CNS)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근영 / 바티칸뉴스 번역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코너죠.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와 함께하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바티칸뉴스 김근영 가비노입니다.

▷ 지난주는 부활 대축일이었습니다. 이날 교황께서는 강론이 없었다면서요.

▶ 이번 부활 대축일 미사는 강론이 없었습니다. 교황님의 기력이 좀 약해지신 것 같은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교황님을 위한 기도가 절실히 필요해보였고요. 교황님은 이날 강론을 침묵으로 대신하셨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전례의식과 행위에 집중할 수 있었던 미사였습니다. 미사는 24명의 추기경들과 4명의 주교들이 교황님과 공동으로 거행했고요. 미사 시작에 앞서 대형 ‘구세주’ 이콘 앞에서 교황님이 분향하고 부활 선포 성가를 부르는 ‘Resurrexit 예식’과 성수 예식이 거행됐습니다. 특히 이날 복음은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선포됐습니다. 미사 말미에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아시시 준관구봉사자(준관구장)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님이 성 베드로 대성전의 수석사제로 임명됐습니다.


▷ 그렇군요. 파스카 성야 미사 강론 말씀은 무엇이었나요?

▶ 교황님은 우리가 부활 신비 앞에서 ‘놀라워해야 한다’는, 그러니까 놀라워할 줄 아는 감각인 이른바 ‘놀라움의 감각’을 강조하셨습니다. 아울러 “갈릴래아로 가라”는 천사의 초대를 풀이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천사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시면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보다 앞서서 갈릴래아로 가신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갈릴래아로 간다는 것은 첫째 ‘다시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하셨는데요. 예수님을 만난 첫 만남과 예수님과의 첫사랑의 순간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풀이하셨습니다. 또한 갈릴래아로 간다는 것은 둘째 ‘변방으로 가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하셨는데요. 우리보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먼저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낙심하고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을 찾으러 가신다고 풀이하셨습니다. 끝으로 교황님은 갈릴래아로 간다는 것이 ‘새로운 길을 걷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하셨는데요. 이는 무덤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 그러니까 예수님을 과거의 인물로 화석화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바로 여기서 다시 놀라움의 은총이 필요한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또한, 마치 예수님께서 과거의 인물, 이미 멀어져 간 청춘의 벗으로 생각하고, 제가 어릴 때 교리반을 다녔을 때처럼, 오랜 세월 전에 일어난 사건인양, ‘기억에 대한 신앙’을 살고 있습니다. 타성에 젖어 과거의 일들로, 유아기의 좋은 추억으로 이뤄진 신앙은 더 이상 나를 감동시키지 않고, 더 이상 나에게 질문을 던지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갈릴래아로 간다는 것은, 생기 있는 신앙이 되기 위해, 다시 신앙의 길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일 새롭게 여정을 시작하고, 첫 만남의 놀라움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이미 모든 것을 안다고 우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방식에 놀라도록 자신을 맡기는 겸손으로 신뢰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의 놀라움을 두려워합니다. 우리는 흔히 하느님께서 우리를 놀라게 하시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놀라움에 우리 자신을 내맡기라고 초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쌓아둘 수 없는 분이십니다.”


▷ 교황께선 이번에 주님 만찬 미사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집전하지 않으셨다면서요.

▶ 성삼일의 시작을 알리는 주님 만찬 미사는 추기경단의 수석 추기경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집전했습니다. 전통적인 발 씻김 예식은 생략됐고요. 이날 강론에서 레 추기경님은 성체성사와 사제직에 관해 말씀하셨습니다. 레 추기경님은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가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열고, 형제자매를 사랑하고 용서하며, 또한 가난한 이들, 고통받는 이들, 소외된 이들이 아무도 버림받지 않도록 지원하라는 초대를 받는다고 강조하셨습니다.


▷ 성유 축성 미사에서 교황께선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 교황님은 성목요일 오전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성유 축성 미사를 거행하셨습니다. 이날 미사에는 소수의 신자들과 로마교구의 사제평의회 소속 사제들이 함께했고요. 교황님은 이날 강론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것에는 구체적으로 십자가를 껴안는 것이 연관된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예컨대 밭에 뿌려진 좋은 씨앗은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지만, 동시에 한밤중에 밀 가운데 가라지를 뿌릴 정도로 원수의 시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또한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연민은 탕자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지만, 동시에 큰 아들의 분노와 원망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또한 포도밭 주인의 관대함은 맨 나중에 일하러 오는 일꾼들에게는 감사를 표하는 이유이지만, 동시에 나중에 온 일꾼들에게는 투덜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이처럼 복음을 선포하는 것과 십자가는 불가사의하고 신비스럽게 연결돼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아울러 교황님은 주님께서는 우리가 청하는 것을 분명 주시긴 하시지만, 언제나 당신의 거룩한 방식으로 주신다면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주셨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한 번은, 제 인생에서 매우 어두운 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저를 자유롭게 해달라고 주님께 은총을 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몇몇 수녀님들을 위한 연례 피정을 지도하러 갔었습니다. 피정 마지막 날에, 그 당시 관습대로, 수녀님들에게 고해성사를 베풀었습니다. 아주 맑고 빛나는 눈을 가지고 계신 나이 지긋하신 수녀님 한 분이 고해성사를 하러 오셨습니다. 그 수녀님은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수녀님에게 저를 위해 부탁 한 가지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수녀님에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녀님, 저는 주님의 은총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보속으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수녀님께서 주님께 청하면, 주님께서 저에게 은총을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그 수녀님은, 기도하듯, 한참을 기다렸다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님께서는 확실하게 은총을 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착각하지 마십시오. 주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방식으로 은총을 주실 것입니다.’”


▷ 교황께서는 수요 일반알현에서 기도에 관한 교리교육을 이어가고 계시죠. 지난주는 성주간 수요일이었는데요. 이번에도 기도에 관한 주제였나요? 교황께선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 교황님은 지난달 31일 교황청 사도궁 도서관에서 열린 일반알현을 통해 ‘파스카 성삼일’에 관한 교리교육을 진행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성목요일, 성금요일, 성토요일, 그리고 파스카 성야의 의미를 하나하나 설명하셨는데요. 특별히 성금요일과 관련해 오늘날에도 십자가에 못 박힌 이들이 너무나 많다고 한탄하셨습니다. 예컨대 전쟁이나 독재, 일상의 폭력과 낙태로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입니다. 교황님은 이들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모상(模像)이고, 이들 안에 예수님께서 계신다고 강조하셨는데요. 그러면서 오늘날 십자가에 못 박힌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 성토요일에 관한 교황의 가르침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파스카 성야에 대한 가르침도요.

▶ 교황님은 성토요일이 침묵의 날이라면서, 모든 이가 고아가 됨을 느끼는 날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심지어 하느님에게서 우리가 고아가 된 날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하지만 성토요일은 성모님의 날이기도 하다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일 때도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며 깨어 있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우리의 십자가가 너무 무거워질 때 성모님의 간구 기도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울러 파스카 성야와 관련해서 부활하신 분을 가장 먼저 보고 믿은 사람이 마리아 막달레나라고 설명하셨는데요. 하지만 마리아 막달레나 말고도 무덤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과 군인들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았지만 부활을 선포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왜 그랬는지 교황님의 묵상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저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제자들이 와서 예수님의 시체를 훔쳐가지 못하도록 무덤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과 군인들도 부활하신 분을 보았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살아 계시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원수들은 부활하신 분을 보았으나, 보지 못한 척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왜냐하면 그들은 돈으로 매수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예수님께서 언젠가 말씀하신 진짜 비밀이 있습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주인이 둘입니다. 더 많지도 않고 둘입니다. 하느님과 재물입니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여기서 돈이 실제 사실을, 현실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들은 부활의 경이로움을 보았지만 돈으로 매수되어 침묵했습니다. 남녀 그리스도인들이 종종 실생활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대가를 받는다는 것,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그리스도인답게 행하라고 요구하신 것을 실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 모두 생각해 봅시다.”


▷ 네.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cpbc 김원철 (wckim@cpbc.co.kr) | 입력 : 2021-04-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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