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8/31(월)- <3> '사제의 길' 걷는 美 정치인 사이러스 하빕

재생 시간 : 05:27|2020-08-31|VIEW : 373

[앵커] 최근 미국 예수회에는 정치인이 입회한 사례가 있습니다. 정치인이 사제직에 지원한 것도 보기 드물지만, 그는 30년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인물이었습니다.제16대 워싱턴주 부지사인 사이러스 하빕씨가 주인공인데요. 예수회 입회 소식을 본사에서 연수 중인 정석원 신학생이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예수회 서부관구에서 ...


[앵커] 최근 미국 예수회에는 정치인이 입회한 사례가 있습니다.

정치인이 사제직에 지원한 것도 보기 드물지만, 그는 30년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인물이었습니다.

제16대 워싱턴주 부지사인 사이러스 하빕씨가 주인공인데요.

예수회 입회 소식을 본사에서 연수 중인 정석원 신학생이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예수회 서부관구에서 열린 입회식에는 마흔을 앞둔 특별한 입회자가 있었습니다.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사제직에 뛰어든 그의 이름은 사이러스 하빕.

시각장애인이자, 2016년 워싱턴주 부지사에 당선된 유명 정치인이었습니다.

1981년 미국 메릴랜드 주에서 태어난 하빕은 이란 이민자 가정 출신입니다.

출생 직후 희귀성 안종양을 앓게 된 그는 여덟 살 무렵, 세 차례 암수술을 받고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었습니다.

변호사였던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에 하빕은 장애로 인한 차별 속에서도 자신을 변호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하빕이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 때, 학교 측은 놀이기구를 타다 다치지 않도록 감시카메라 앞에 가만히 서있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사이러스 하빕 / 제 16대 워싱턴 부주지사>
"어머니께서는 교장 선생님에게 제가 놀다가 미끄러져 넘어질 수도 있고, 심지어 팔이 부러질 수도 있음을 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녀가 다칠까봐 두렵지 않을 어머니가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팔은 부러지면 고쳐도, 상처받고 부러진 영혼은 고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정말 중요한 말씀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릴 적부터 저는 나 역시 보통 사람들이 하는 모든 활동에 포함될 자격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눈 때문에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하거나 남들과 다르게 배워야 했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자신의 꿈을 실현할 자격을 지닌 존재임을 배웠습니다."

장애를 극복하며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배우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추구했던 하빕은 학문에 두각을 나타냈고, 명문 콜롬비아대에 입학했습니다.

학부생이던 2001년, 그는 당시 뉴욕 주 연방 상원의원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의 뉴욕사무실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하면서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됩니다.

9.11테러 직후 맨해튼 지역의 가정과 사업체들의 복구사업에 동참하면서 정치와 공공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됐습니다.

이후 옥스퍼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하빕은 영국 유학 중에 가톨릭 신자로 거듭나게 됩니다.

2012년 주 하원, 2014년 주 상원의원을 지낸 그는 지지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6년 워싱턴주 부지사에 당선됐습니다.

<사이러스 하빕 / 제16대 워싱턴 부주지사>
"여러분들께서 3번의 암수술 끝에 살아난 저를, 시각장애를 가진 이란계 미국인이자, 각자 다른 종교를 믿는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저를 부지사로 뽑아주신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드립니다."

하빕은 자신이 받은 혜택을 워싱턴 시민들과 장애인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추구했습니다.

장애 청년들을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 모금 마련을 위해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산 등정에 나서는가 하면, 의회에 점자 시스템도 도입했습니다.

누구보다 승승장구했지만 그는 정치계에 금세 환멸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의 눈에 비친 정치인의 모습은 약자들의 삶을 개선할 실제적 문제해결에 있지 않았습니다.

가식과 타협, 그리고 더 높은 직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그는 부지사에 당선된 그 해 64세로 아버지가 선종하면서 성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본당 신부의 추천으로 미국 예수회 가톨릭 주간지 아메리카 편집 책임자인 제임스 마틴 신부가 쓴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라는 책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빕은 이냐시오 영성에 관한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 위한 실질적인 길이 사제직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빕이 예수회에 입회할 것을 밝힌 것은 지난 3월 19일.

아메리카에 기고문을 통해 부지사 재선 대신 예수회 입회하겠다고 밝혀 세간을 놀라게 했습니다.

외신들은 하빕 지지자들이 그가 주지사가 되는 것을 시간문제로 여겼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달 16일, 예수회 제임스 마틴 신부는 SNS를 통해 예수회 수련원에 입회한 하빕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권력의 사다리에서 내려와 가톨릭 사제직을 통해 이민자들과 소외된 이들의 삶에 투신하기로 한 사이러스 하빕.

정치인에서 사제직으로 이어진 새로운 삶의 궤적을 그리기 시작한 하빕은 자신을 응원해준 모든 이들에게 기도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CPBC 정석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