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순수녀의 시편 묵상

제36강 시편 79편 하느님의 이름을 위하여

재생 시간 : 08:31|2013-03-04|VIEW : 2,686

"당신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저희를 도우소서, 저희 구원의 하느님. 당신 이름을 위하여 저희를 구하시고 저희 잘못을 용서하소서"                     &nbs...

"당신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저희를 도우소서, 저희 구원의 하느님.
당신 이름을 위하여
저희를 구하시고 저희 잘못을 용서하소서"
                      시편 79편 9절

시편 79편은 공동 탄원 시편에 속합니다. 시인은 이민족들이 이스라엘 땅에 쳐들어와 성전을 더럽히고 예루살렘을 폐허로 만들어버리고 백성이 학살당하며 조롱을 받았다고 탄식합니다. 이스라엘의 환난은 백성들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진노 때문입니다. 이민족들은 하느님의 진노를 수행한 도구였습니다. 시인의 공동체는 하느님께서 자신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자신들을 구해 달라고 간청하는데, 그것은 하느님의 이름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구원은 하느님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됩니다.

나라가 환난을 당하고 성전이 파괴되고 백성들이 이민족들의 발 아래 짓밟히게 된 사실은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또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슬퍼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백성들은 주권과 자주성과 자존심을 상실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살해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슬프고 괴로워 비탄의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인에게는 슬픔의 주된 이유가 하느님의 이름이 모욕당하고 멸시당한 데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이름을 위하여 그들을 구원해 달라고 간구하고 있는 점이 우리의 눈길을 끕니다.  

이 시편의 배경은 역사적인 사건에서 나온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어느 재난 때에 이 시편이 저작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원전 587년 예루살렘의 함락을 이 시편의 배경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느님, 민족들이 당신 소유의 땅으로 쳐들어와 당신의 거룩한 궁전을 더럽히고 예루살렘을 폐허로 만들었습니다.(1절)

“민족들”은 하느님을 모르고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이방인들(6절)로서 세 가지를 파괴합니다. 곧 당신 소유의 땅, 당신의 거룩한 궁전, 그리고 예루살렘입니다.

“당신 소유의 땅”은 약속의 땅 또는 예루살렘(시편 105,11)을 가리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땅을 분배받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땅은 하느님의 ‘유산’으로 불립니다. 이스라엘 땅은 하느님의 땅이므로 그 땅에 이민족들이 침입한 것은 하느님의 권리가 짓밟힌 것입니다.

“당신의 거룩한 궁전”에서 “궁전”은 성전을 뜻합니다. ‘거룩한 성전이 더럽혀졌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여기서 ‘거룩함’과 ‘더럽힘’이 대조를 이룹니다. ‘거룩함’은 하느님의 속성입니다. 성전이 더럽혀짐은 주님의 속성에 대한 부정, 곧 주님의 거룩함에 대한 침범입니다. 성전은 주님께서 현존하시는 곳이기 때문에 거룩하며, 그 거룩함은 침범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국 ‘거룩한 성전이 더럽혀졌다.’는 것은 예루살렘의 폐허로 미루어 보아 ‘성전이 파괴되었음’을 암시합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백성의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입니다. 예루살렘은 하느님의 도성, 하느님의 거처로 불립니다. 하느님의 도성인 예루살렘이 폐허가 된 것 또한 하느님의 권리가 짓밟힌 것입니다.

따라서 시인은 단순히 이스라엘 공동체가 환난을 당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권리가 짓밟혔음을 하느님께 상기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당신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저희를 도우소서, 저희 구원의 하느님. 당신 이름을 위하여 저희를 구하시고 저희 잘못을 용서하소서.(9절)

시인은 이스라엘의 멸망이 죄에 대한 하느님의 벌임을 고백합니다. 그는 구원의 하느님께 용서와 구원을 간구합니다. 시인은 하느님의 이름과 그 명예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구원해주시길 간구합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름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신앙은 하느님의 이름, 곧 ‘야훼’라는 이름을 아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름은 그 이름을 가진 분의 본질을 나타냅니다. 하느님의 이름은 하느님이 어떤 분인가를 말합니다. 하느님의 본질은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요 이스라엘에게 구원을 베푸시는 하느님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저희 구원의 하느님’이라 부릅니다. 시인은 국가의 패망과 성전의 파괴는 곧 하느님의 이름이 이민족들에게 모독을 받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이 고통을 당하는 것은 결국 하느님의 명예와 관계되는 일입니다. 파멸된 이스라엘의 현 상태는 하느님의 명예가 훼손되었음을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게 구원을 베푸심은 결국 하느님의 이름과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됩니다.

 시편 79편은 이스라엘의 환난을 신학적으로 해석하여 하느님께 구원을 청합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하느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지 않는 이민족들이 땅과 성전을 침입하여 파괴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짓밟았습니다. 이 시인은 나라의 패망과 성전의 파괴를 맞이하여 하느님의 이름이 모욕과 멸시를 당한다는 사실을 슬퍼하며 비탄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는 하느님의 명예를 두고 호소합니다. 이스라엘 땅은 하느님에게 속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의 백성이기에 이스라엘 사람들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결국 하느님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위기에 처한 것은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명예를 걸고 이민족들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하셔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구원은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이민족들에 대한 복수입니다.

이 시인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하느님의 이름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당신 이름을 위하여 저희를 구하시고 저희 잘못을 용서하소서.”(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