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순수녀의 시편 묵상

제21강 시편 121편 내 도움은 어디서 오리오?

재생 시간 : 08:40|2013-01-18|VIEW : 2,780

"산들을 향하여 내 눈을 드네. 내 도움은 어디서 오리오? 내 도움은 주님에게서 오리니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다." (1-2절) 시편 121편은 신뢰 시편이며, 성전으로 올라가며 부르는 노래 또는 순례의 노래에 속합니다. 구원은 주님으로부터 오며, 삶의 매 순간을 주님께서 지켜주신다고 확신하는 신뢰표현이 시편 전반에 걸쳐 드러납니다. 이 시편을 ...

"산들을 향하여 내 눈을 드네.
내 도움은 어디서 오리오?
내 도움은 주님에게서 오리니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다." (1-2절)

시편 121편은 신뢰 시편이며, 성전으로 올라가며 부르는 노래 또는 순례의 노래에 속합니다. 구원은 주님으로부터 오며, 삶의 매 순간을 주님께서 지켜주신다고 확신하는 신뢰표현이 시편 전반에 걸쳐 드러납니다. 이 시편을 읽는 사람은 내적인 안정감과 흔들리지 않는 신뢰에서 오는 평온하고도 위로가 되는 확신을 얻습니다.

이 시편에서 하느님은 '지키시는 분'이십니다. "지키신다"는 표현이 여섯 번이나 나오고 있는 데 이것은 하느님께서 함께 계심을 나타내 주는 표현입니다. 주님은 발이 비틀거리지 않게 하시고, 졸지도 잠들지도 않으시고, 그늘이 되어 주시며, 해와 달로부터 보호해주시고, 모든 악에서 지켜주시고, 생명을 지켜 주시며, 나거나 들거나 그리고 영원히 지켜주십니다. 하느님은 고달픈 우리의 인생길에서 큰 위로가 되어 주십니다.

이 시편은 일종의 대화체로 되어 있으며, 1-2절에서는 "내"가, 3-8절에서는 "너"가 나오고 있으므로 누가 누구와 대화하는지 밝히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을 시인과 그의 영혼의 대화로 보는 이들도 있고, 아들과 아버지, 또는 사제와 순례자 사이의 대화로 보는 이들도 있으며, 어떤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떠나는 아들에게 주는 아버지의 축복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 시편은 순례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순례자와 아버지 내지 사제와의 대화는 순례자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산들을 향하여 내 눈을 드네. 내 도움은 어디서 오리오? (1절)

"산들"이란 낱말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한편 산은 야생 짐승들과 강도들이 숨어있는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순례자가 불운을 당할 수 있는 곳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산은 하느님 현존의 장소로 이해됩니다. 시나이 산은 모세가 주님을 뵙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한 십계명을 받은 거룩한 장소이듯이 여기에서도 산은 위험한 장소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느님이 현존하시는 거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눈을 드네"는 우러러보며 간구하는 태도를 묘사합니다. 눈을 들고 마음을 들어 높일 때는 무언가 우러러볼 수 있는 대상을 향하는 모습이요, 도움을 청하며 갈망하는 태도, 곧 기도자의 모습입니다.

"내 도움은 어디서 오리오?"는 회의적이거나 불신앙의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확고부동한 믿음의 근거가 있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는 자기 믿음의 원천을 알고 있습니다. 이 표현에서 시인이 급박한 상황 내지는 위험한 분위기에 처해 있음을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그는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 자로서 도움은 어떤 피조물로부터도 오지 않음을 알고 있다는 암시적인 질문입니다.

내 도움은 주님에게서 오리니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다. (2절)

"내 도움은 주님에게서 오리니"라는 표현은 시인의 신앙고백입니다. 그는 교만하게 자신의 힘을 믿는 것도 아니며, 외적인 어떤 것에서 도움을 구하지도 않고, 자기 도움의 근원을 완전히 창조주 하느님께 둡니다. 그는 어떤 특정한 피조물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피조물을 만드신 분께 신뢰를 둠으로써 자신의 내적 안정을 드러냅니다.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다"는 주님께서 온 우주의 주인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시편 8, 2) 우주의 주인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도움입니다.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도우시는 하느님은 무한히 넓으신 분입니다. 쉽게 불안에 떠는 인간의 좁은 마음과 견줄 수 없이 크신 분입니다.

그분께서는 네 발이 비틀거리지 않게 하시고 너를 지키시는 그분께서는 졸지도 않으신다. (3절)

"네 발이 비틀거리지 않도록" 지키시는 주님의 모습은 마치 부모가 어린 아이의 걸음마를 이끌어 주는 것처럼 따뜻하고 든든한 손길의 이미지입니다. 헛걸음을 딛지 않도록 손을 잡아 주시는 주님은 언제나 곧은길로 이끌어 가십니다. 주님께서는 저 높은 곳에서 인간이 어떻게 걸어가는지 살피시는 분이 아니라, 바로 인간과 함께 동행하시면서 발걸음을 지켜주시는 분이십니다. 발을 비틀거리지 않게 이끌어 주심으로써 우리의 삶이 목적 없이 방황하지 않도록 하십니다. 실로 당신을 따르면 그 걸음걸이를 지켜주십니다. (1사무 2, 9)

"너를 지키시는 분"은 목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목자가 각 양을 인도하듯이 하느님은 우리 각자를 지키십니다. 지키시는 주님은 우리 인생길의 좋은 동반자이십니다.

"졸지도 않으시는" 주님께서는 언제나 깨어 계시면서 끊임없이 활동하십니다. 창조주 하느님은 잠들지도 않으시고 계속 일하시며, 그분은 영원히 살아 계신 하느님이십니다.

시편 121편에서 "내 도움은 어디서 오리오?"라고 말하는 시인은 자기를 도와줄 수 있는 분에게 온전히 내어 맡기는 큰 신뢰를 보여 줍니다. 안전에 대한 보장이 전혀 없는 현실은 우리를 늘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 속으로 몰고 갑니다. 현실이 불안할수록 안전을 보장받고 싶고 의지할 곳을 찾고자하는 본능은 한층 더 강해집니다.

이 시편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창조하신 인간이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에 쌓여있다는 것을 잘 아시기에 그분 스스로 보호자가 되어 주십니다. 주님은 결코 주무시지 않으시는 보호자이시며 당신을 믿고 의지하는 이들을 온갖 해악으로부터 지켜주시기 위하여 항상 눈을 뜨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이런 주님께 대한 믿음은 오늘날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든든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우리는 "내가 세상 끝날 때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 20)고 약속하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심을 믿을 수 있습니다.  

"내 도움은 주님에게서 오리니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다." (2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