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순수녀의 시편 묵상

제7강 시편 23편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재생 시간 : 08:25|2012-12-14|VIEW : 3,670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가 저에게 위안을 줍니다." (4절) 시편 23편은 신뢰시편입니다. 이 시편은 전반적으로 깊은 신뢰가 깔려있고 안전하고 평온한 분위기입니다. 이 시인은 "어둠의 골짜기와 재앙"(4절)과 "원수들"(5절)이 쫓아오는 위험한 상...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가 저에게 위안을 줍니다." (4절)

시편 23편은 신뢰시편입니다. 이 시편은 전반적으로 깊은 신뢰가 깔려있고 안전하고 평온한 분위기입니다. 이 시인은 "어둠의 골짜기와 재앙"(4절)과 "원수들"(5절)이 쫓아오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를 안전하게 이끌어 주시는 주님께 깊은 신뢰를 표현합니다. 푸른 목장에 있는 양떼의 목가적인 장면과 골짜기에서 막대로 한결같이 양을 보호하는 장면, 그리고 공격자들의 위협에 대비하여 지팡이로 위안을 주는 장면은 우리의 긴장을 풀게 합니다. "푸른 풀밭"과 "물가"도 큰 위안을 주는 상징으로 주님의 선물입니다. 신선하고 향기로운 기름과 원수들 앞에서도 즐겁게 먹고 마시는 장면은 우리의 머리와 목을 진정시킵니다. 이 시편은 만족하고, 편안하고, 부드럽고, 잔잔한 것만이 아니라 어둠과 원수들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평화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이 시편은 오랜 세월 동안 가장 사랑받는 시편들 가운데 하나로서 시편의 진주로 불립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1절)

시인은 "주님은 나의 목자"라고 하면서 하느님과의 개인적인 친밀감을 드러냅니다. 성경에서 목자의 이미지는 항상 집단적으로 사용되며 개인적인 관계로 사용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시편 100, 3; 이사 40, 11 참조) 그러나 이 시편의 시인은 '나의 목자'라고 하면서 하느님께 대한 개인적인 신뢰를 고백합니다. 목자의 사상에는 2가지 체험 영역이 있습니다. 먼저,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유목민 생활을 체험했으며 정착 후에도 양떼 치는 삶을 살았습니다. 또한 주님께서 약속의 땅으로 인도해 주셨던 역사적 체험이 있습니다. (시편 77, 21)

"아쉬울 것 없어라"라는 표현 속에는 모든 것을 다 소유한 만족감이 충만합니다. 구원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스라엘 백성은 40년 동안 광야에서 하느님께서 함께하셨기 때문에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었습니다. 영성적으로는 하느님 안에서 충만한 삶을 말합니다.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2절)

목자는 양들에게 "풀밭"과 "물"을 줍니다. 쉴 수 있는 "푸른 풀밭"과 "잔잔한 물가"는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는 평화의 상징입니다. 이스라엘 초기 역사에서 보면 "풀밭"은 약속의 땅입니다. "잔잔한 물가"는 오아시스이고 원기를 회복시키고 생기를 돋게 합니다.

"나를 이끄시어"는 하느님과 시인의 개인적인 관계를 강조합니다. 현실은 어렵지만 양들에게는 목자가 있기에 큰 위안이 됩니다. 목자는 양떼를 낮에는 푸른 풀밭에 쉬게 하고, 밤에는 생기를 되찾도록 쉴 수 있게 해 줍니다. 목자는 수고하며 양떼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 줍니다. 우리는 인생이 고달파도 목자이신 주님이 계시기에 든든합니다.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가 저에게 위안을 줍니다." (4절)

"어둠의 골짜기"는 "푸른 풀밭"과 "잔잔한 물가"와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평화로운 곳에 이르기 위해 우리가 거쳐 가야 할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둠"은 히브리 말로 '죽음의 그늘'을 뜻합니다.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전전하며 겪었던 체험은 '죽음의 골짜기'를 통과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둠의 골짜기"는 은유적으로 마음이 공포나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음을 의미합니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는 큰 위안을 주는 말입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확신은 신뢰의 기초가 됩니다. 목자는 항상 양떼와 함께 있으면서 생사고락을 같이 합니다.

목자의 손에는 "막대"와 "지팡이"의 두 가지 도구가 있습니다. 양들은 어둠 속에서도 목자의 막대와 지팡이 소리를 듣고 평온을 느낍니다. "막대"는 야수나 적으로부터 자신과 양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지팡이"는 양떼를 인도하고 통제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목자는 이 지팡이로 곁길로 나가는 양의 뒷다리를 잡아 걸어 무리에 도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양이 구덩이에 빠졌을 때나 질퍽한 땅에서 나오지 못할 때도 이 지팡이를 이용해 양을 끌어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지팡이는 약한 양이 가파른 언덕을 기어오를 수 있도록 받쳐주기도 하고, 목자는 이 지팡이로 길을 가는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을 치우거나, 피로할 때 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막대"와 "지팡이"는 목자의 역할을 종합해 줍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표시가 됩니다.  

시편 23편은 독자가 양이 되어 목자이신 주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도록 이끕니다. 이 시편은 상징들을 통한 단순함과 풍요로움을 조화시켜 하느님의 현존을 더 강하게 부각시켜 줍니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자연과 매일의 활동, 곧 풀밭(1절), 잔잔한 물가(2절), 막대와 지팡이(4절), 하느님의 식탁(5절), 그리고 성전(6절)과 같은 이미지들 안에 투사하여 일상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께 깊은 신뢰를 둡니다. 하느님은 일상의 모든 삶 안에서 함께 계시는 분이십니다.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