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순수녀의 시편 묵상

제37강 시편 126편 운명의 회복

재생 시간 : 08:48|2013-03-05|VIEW : 4,651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환호하며 거두리라.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이  곡식 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             시편 126편 5-6절 시편 126편은 공동 탄원 시편이며 공동 감사 시편에 속합니다. 왜냐하...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환호하며 거두리라.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이
 곡식 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
            시편 126편 5-6절

시편 126편은 공동 탄원 시편이며 공동 감사 시편에 속합니다. 왜냐하면 감사와 탄원의 요소가 함께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 시편은 소박하고 단순하면서도 깊은 정취를 풍겨줍니다. 믿음에 기초를 둔 희망의 부드러운 정신세계가 이 시편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시인은 과거에 받은 구원에 감사드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더 큰 구원을 위하여 간구합니다. 운명이 되돌려지긴 했어도 여전히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으니 근원적으로 운명을 되돌리도록 간구합니다. 시인은 백성들의 운명이 “네겝 땅의 시냇물”처럼 되도록 간구합니다. 이 은유를 통해 시인은 하느님의 놀라운 구원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 시편은 1절에서 ‘되돌리다’로 시작하여 마지막 절에서 ‘돌아오다’로 마칩니다. ‘돌아오다’가 이 시편의 핵심어로 나옵니다. 시인은 주님께서 ‘되돌려 주셔서’ 그들이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이 시편은 이스라엘 백성이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온 역사적 상황을 반영합니다.

주님께서 시온의 운명을 되돌리실 제 우리는 마치 꿈꾸는 이들 같았네.(1절)

“시온의 운명을 되돌리실 제”는 이스라엘인들의 운명을 회복시켜주신 때입니다. 그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시온의 운명의 전환은 주님께서 그의 백성에게 돌아오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느님만이 백성의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바빌론 유배에서 그 백성을 자기 땅으로 돌아오게 하시어 그들의 운명을 바꾸어 주셨습니다.

“되돌리다”는 것은 방향을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이것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운명은 유배에서 귀환하는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꿈꾸는 이들 같았네.”는 시온으로 돌아온 것이 너무도 감격스러움을 나타냅니다. 그들의 삶 속에 하느님의 기적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때 우리 입은 웃음으로, 우리 혀는 환성으로 가득하였네. 그때 민족들이 말하였네. “주님께서 저들에게 큰일을 하셨구나.”(2절)

여기서 시인은 이스라엘의 비참했던 운명을 하느님께서 변화시키셔서 그들의 입에 웃음과 환성을 주셨다고 합니다. “입은 웃음으로”와 “혀는 환성으로”라는 말은 운명을 돌려주신 하느님의 구원 행위로 인해 나타나는 충만한 기쁨의 표현입니다. ‘환성 또는 환호’를 뜻하는 단어인 ‘리나’가 이 시편에서 세 번(2.5.6절)이나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그들의 기쁨이 얼마나 컸는가를 짐작케 합니다. 놀랍게도 하느님의 기적적인 능력은 슬퍼하는 자들의 눈물을 행복한 웃음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민족들”은 일반적으로 “네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시편 42,4.11)고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하며 조롱하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이 무너질 때 “허물어라, 허물어라, 그 밑바닥까지”(시편 137,7)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들이 이스라엘의 회복을 보고 감동을 받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들이 “주님께서 저들에게 큰일을 하셨구나”하면서 주님의 행하신 일을 인정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 운명이 회복된 이스라엘이 구원된 모습은 다른 민족들에게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주님, 저희의 운명을 네겝 땅 시냇물처럼 되돌리소서.(4절)

포로들이 이미 돌아왔지만 운명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 ‘되돌려’ 달라고 간구합니다. 이 간구는 하느님이 그들의 운명을 되돌릴 수 있다는 신뢰와 확신과 희망으로 바쳐진 기도입니다. “네겝”은 유다 남부 지방으로 이스라엘에서 가장 건조한 곳입니다. 이런 곳에 폭우가 쏟아지면 갑자기 시냇물이 흐르게 되고 사막의 식물들이 되살아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네겝 땅의 시냇물처럼” 이라는 말은 메마른 곳에 시냇물이 흘러 죽음의 땅이 생명의 땅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네겝 땅을 변화시켜 놓듯이 시인은 주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운명을 완전히 돌려놓으실 것을 간구합니다.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 환호하며 거두리라.(5절)

농부가 씨를 뿌릴 때는 기대를 안고 뿌리기 때문에 기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농부가 씨를 뿌리면서 왜 눈물을 흘리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 구절의 배경에는 가나안 종교에서 농사를 주관하는 신이 해마다 씨를 뿌릴 때는 죽고 장사 지냄을 받는다고 생각하여 그 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데서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해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신앙은 이런 신화를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느님이 농사를 주관하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시편 65,9-13).

“눈물로 씨 뿌린다.”는 표현은 그 당시 농부들이 부족한 노동력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했다는 뜻입니다. 풍성한 추수를 거두기 위해서는 눈물과 땀 흘리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씨를 뿌리는 때는 슬픔과 고난의 때입니다. 하지만 추수할 것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기에 지금 당하는 모든 어려움은 극복될 수 있습니다. 고통은 환희로 바뀔 것입니다.

  시편 126편은 이스라엘 백성이 역사적으로 체험한 운명의 회복을 노래합니다. 한 민족의 운명을 지배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비참한 운명을 행운으로 돌리셨습니다. 이에 시인은 기뻐 환호하며 큰일을 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시편은 희망의 노래입니다. 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이 환호하며 곡식을 거두는 것은 역경을 넘어 희망의 삶을 보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씨를 뿌릴 때는 고통의 체험을 하지만, 반드시 거둘 때의 기쁨이 있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씨를 뿌리는 이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씨 뿌리는 고통은 기쁨으로 인도되는 기회입니다. 우리가 비록 세상 삶에 지치고, 절망의 순간들이 우리에게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운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의지하며 이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이, 곡식 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6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