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순수녀의 시편 묵상

제35강 시편 71편 노인의 기도

재생 시간 : 08:51|2013-03-04|VIEW : 4,009

"늙어 백발이 될 때까지 하느님, 저를 버리지 마소서. 제가 당신 팔의 능력을, 당신의 위력을 앞으로 올 모든 세대에 전할 때까지"                     &nb...

"늙어 백발이 될 때까지
하느님, 저를 버리지 마소서.
제가 당신 팔의 능력을,
당신의 위력을 앞으로 올 모든 세대에 전할 때까지"
                      시편 71편 18절

시편 71편은 개인 탄원 시편입니다. 이 시인은 나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많은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희망을 이끌어내고 있고 확신의 분위기가 시편 전체에 흐르고 있습니다. 이 시편은 노인의 기도이며 노인의 신앙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제 다 늙어버렸고 기운이 다하였으며 하느님께서 어릴 때부터 자신을 길러오셨다고 하는 시인은 노인입니다. 이 시인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으로 자기의 복잡하고 괴로운 인생경험을 말함으로써 단순히 노인의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인생이 어머니 뱃속에서 생기어 세상에 나고 자라고 노인이 되기까지의 전 생애를 일목요연하게 다루고 있습니다(5.17.18절). 그는 나이가 들어 생의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생애를 전체적으로 되돌아보면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시인의 문제는 이제 건강을 잃어 늙고 인간 사회에서 버림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노년에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주 하느님, 당신만이 저의 희망이시고 제 어릴 때부터 저의 신뢰이십니다.(5절)

“제 어릴 때부터”라고 하는 시인은 그의 삶이 하느님을 의지하면서 신앙생활을 해 왔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유일한 희망은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은 그가 기대어 의지할 수 있는 바위이시고 그가 피신할 수 있는 성곽이십니다(3절).

“저의 희망”과 “저의 신뢰”가 대구를 이루어 ‘내가 신뢰할 수 있는 희망’이란 뜻을 만들어 줍니다. 구약성경에서의 “희망”은 단순히 ‘바라는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께서 바라는 바를 확실히 이루어주실 것을 의지하는 것입니다(예레 29,11 참조). “신뢰”는 오직 하느님께만 둘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우상이나 금이나 기마와 기병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희망을 줄 수 없습니다.

저를 내던지지 마소서, 다 늙어 버린 이때에. 저의 기운 다한 지금 저를 버리지 마소서.(9절)

시인은 노년의 위기를 주님 앞에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는 늙어가고 있으며 병들어 쇠약해 가고 있습니다. “늙다”와 “기운이 다하다”가 평행을 이루는데, 이는 늙음으로써 나타나는 체력의 저하를 말합니다. 늙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버림받는 삶입니다. 사회와 가정 안에서도 점차로 고립되어 갑니다. 사람이 늙어 홀로 버림을 받게 되는 것은 큰 고통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관계가 끊어지는 것보다 더 깊은 고통과 절망은 없습니다. 시인은 하느님의 버리심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는 멀어졌지만 하느님의 관심을 받고자 합니다. “저를 버리지 마소서”라는 청원은 ‘제가 희망과 신뢰를 버리지 않게 하소서’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 절은 “주 하느님, 당신만이 저의 희망이시고 제 어릴 때부터 저의 신뢰이십니다.”(5절)라는 것과 대조를 이룹니다.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하느님을 신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가 늙었을 때 하느님은 멀리 계신 것 같습니다. 그는 믿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합니다. 사실 하느님은 유년 시절의 하느님일 뿐 아니라 늙은 시절의 하느님이시기도 합니다. 이 점에 대해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야곱 집안아, 이스라엘 집안의 남은 자들아, 모태에서부터 업혀 다니고 태중에서부터 안겨 다닌 자들아. 너희가 늙어 가도 나는 한결같다. 너희가 백발이 되어도 나는 너희를 지고 간다. 내가 만들었으니 내가 안고 간다. 내가 지고 가고 내가 구해 낸다.”(이사 46,3-4)

 

하느님, 당신께서는 제 어릴 때부터 저를 가르쳐 오셨고, 저는 이제껏 당신의 기적들을 전하여 왔습니다.(17절)

시인은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합니다. 하느님은 시인의 스승이었으며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주님의 교훈을 배워왔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이론적인 가르침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시인이 무엇을 배웠는지는 언급되지 않지만 “당신의 기적들”이라고 하는 것으로 볼 때, 그는 하느님께서 자기 백성들에게 베푸신 구원사를 배웠을 것입니다. 시인은 그것을 인간 스승한테서 배웠겠지만 하느님께서 친히 자신에게 가르쳐주셨다고 강조합니다.

늙어 백발이 될 때까지, 하느님, 저를 버리지 마소서. 제가 당신 팔의 능력을, 당신의 위력을 앞으로 올 모든 세대에 전할 때까지.(18절)

시인은 늙어 백발이 될 때에도 자신을 버리지 말아 달라고 기도합니다. 자신의 “백발”과 주님의 “팔의 능력” 및 “위력”을 대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육체적인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주님의 힘과 능력’을 한 평생 전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올 모든 세대”에까지 전하기로 서원하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찬미드리는 일을 할 것이며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하여 이루어주신 일을 선포할 것입니다.

 시편 71편의 시인은 기력이 쇠하고 백발이 된 노인으로 자기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불평 없이 수용하면서 전적으로 하느님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이 시편에서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기억과 하느님의 길을 배웠던 것에 대한 기억(6,17절), 그리고 하느님께 대한 희망(5절)은 신실한 노년의 사람들을 위한 더 활기찬 생명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노년기에 도달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하나의 선물입니다. 만일 하느님께서 동반해 주시는 인생이라면 노년은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이 선물에 감사드리며 노년에 혼자 있는 법을 배우고 고독을 견디기 위해서는 이 시편의 시인처럼 하느님의 관심을 받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노년은 외롭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집니다. 그렇기에 하느님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늙어 백발이 될 때까지, 하느님, 저를 버리지 마소서.”(1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