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순수녀의 시편 묵상

제33강 시편 45편 임금의 혼인 축하 노래

재생 시간 : 09:00|2013-03-04|VIEW : 3,127

"당신께서는 어떤 사람보다 수려하시며 당신의 입술은 우아함을 머금어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영원히 강복하셨습니다." (3절) 시편 45편은 머리글에 따르면 "사랑의 노래"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가서와 같은 사랑의 노래는 아닙니다. 이 시편은 임금과 왕후에 대해 말하고 있으므로 군왕 시편에 속하는데 정확히 임금의 혼인 축하 노래입니다. 이 시편에서는 다른...

"당신께서는 어떤 사람보다 수려하시며
당신의 입술은 우아함을 머금어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영원히 강복하셨습니다." (3절)

시편 45편은 머리글에 따르면 "사랑의 노래"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가서와 같은 사랑의 노래는 아닙니다. 이 시편은 임금과 왕후에 대해 말하고 있으므로 군왕 시편에 속하는데 정확히 임금의 혼인 축하 노래입니다. 이 시편에서는 다른 찬양 시편과는 달리 임금이 찬양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보통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임금의 아름다움과 향기와 영화를 찬양합니다. 여기서 임금은 신랑으로, 왕후는 신부로 등장합니다. 이 시편은 왕실 문체를 사용하고 있어서 과장법이 아주 심합니다.

이 시편은 성경에서 유일하게 비종교적인 시로서 임금의 결혼을 축하하는 시편입니다. 이 세속적인 노래가 정경 속에 들어와 신학적 의미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종교와 세속이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삶은 늘 하느님 중심적이었습니다. 혼인은 정치적․종교적으로 중요한 행사이며 인생에서 가장 경사로운 일입니다.

이 시편의 배경에 대해 학자들은 '다윗 왕조'에 속한 임금의 결혼식으로 보고 유배이전 시기의 작품으로 봅니다. 어떤 이들은 구체적으로 솔로몬과 이집트 공주와의 결혼을 떠올립니다. 다른 이들은 이 시편이 이스라엘 임금 아합과 시돈의 공주 이제벨의 혼인식 때(1열왕 16, 31) 불린 축가라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13절 참조)

아름다운 말이 제 마음에 넘쳐흘러 임금님께 제 노래를 읊어 드립니다. 제 혀는 능숙한 서기의 붓입니다. (2절)

"아름다운 말"은 '좋은 말'이며, 그 내용에 있어서 선한 의도와 방향을 가진 말입니다. 이 시인의 마음에는 위로·격려·지혜와 같은 좋은 말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임금님께 제 노래를"라는 말은 '임금님께 바치는 나의 작품'이란 뜻입니다. 시인은 대작을 만들어서 임금에게 헌사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마음속에서 넘쳐흐르는 좋은 말은 그의 혀를 통해 나옵니다. 그는 자신의 혀를 "능숙한 서기의 붓"에 비유합니다. "능숙한"으로 옮긴 히브리 말 단어(마히르)는 '빠르다'는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전문성을 가리킵니다. 시인은 당시의 서기관으로 그는 사회적으로 매우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고대 중동에서 서기관은 궁전의 중요한 신하였습니다. 서기관들은 궁전과 성전에서 행해지는 모든 활동과 관련하여 그들에게 필요한 언어들을 적절하게 다듬고 정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시편에서 서기관은 자신이 직접 시편을 지어서 노래로 바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어떤 사람보다 수려하시며, 당신의 입술은 우아함을 머금어,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영원히 강복하셨습니다. (3절)

신랑인 임금이 등장하는데 시인은 임금의 아름다움을 묘사합니다. 이 임금은 백성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자입니다. 구약성경에서는 임금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예를 들면, 사울(1사무 9, 2), 다윗(1사무 16, 12), 압살롬(2사무 14, 25)이 그러합니다. 이것은, 지도자는 외모와 우아함을 지녀야 된다는 생각에 나온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임금을 영화롭게 하기 위해서 이런 표현들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임금의 아름다움 가운데 "입술"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입술이 아름다운 것은 입술을 통해 나오는 좋은 말 때문입니다. 입술은 언어 기관입니다. 곧 임금의 아름다움은 언어에서부터 나타납니다. 임금은 자비롭고 친절한 말을 해야 하고, 호감을 사는 말을 해야 합니다. (코헬 10, 12) 임금의 말은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합니다. 솔로몬은 지혜의 말을 하여 다른 이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1열왕 10, 8) 이 시인은 임금의 수려함과 인자하고 우아한 말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에게 끝없는 복을 주신다고 합니다.  

들어라, 딸아, 보고 네 귀를 기울여라. 네 백성과 네 아버지 집안을 잊어버려라. (11절)

시인은 왕비가 될 신부에게 훈계하면서 '딸아"라고 부릅니다. 너무도 사랑스러워 부르는 애칭으로 여겨집니다. 시인은 젊은 왕비에게 충고해 주고 용기를 주는 아버지와 같습니다.

"네 백성과 네 아버지 집안을 잊어버리라"는 말은 새 왕비가 외국인임을 말해줍니다. 그녀는 이스라엘 임금과의 혼인을 통해 자기 백성과 아버지 집안을 떠나야 하고, 자기의 습관과 관습을 버리고 주인을 따라야 합니다. 특히 그녀는 자기 조상이 섬기는 신을 버리고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따라야 합니다. (룻기 1, 16) 그녀는 이스라엘 왕실이 외국의 습관과 관습을 받아들이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솔로몬의 외국 아내들과 시돈 임금의 딸인 이제벨은 이 충고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1열왕 16, 31-32)

시편 45편은 원래 임금의 혼인식을 축하하기 위한 노래입니다. 이 시편에 나오는 임금의 모습은 이 세상에서 가장 수려하며, 그의 입술은 우아함을 머금고, 그는 허리에 칼을 찬 용사입니다. 그는 '진실과 자비와 정의'를 위해 싸웁니다. 이런 임금의 모습은 이상적인 임금의 모습을 보여 주는데 그에게는 하느님의 영광의 모습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구약의 예언서들에서는 결혼을 통해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들의 관계를 표현합니다. (이사 62, 1-5 등) 곧 이스라엘 백성은 신부로서 신랑이신 하느님과의 혼인관계로 이해되었습니다. 신약에서도 그리스도와 교회를 신랑과 신부의 관계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마태 9, 5 등) 이 시편에 묘사된 영광스럽고 아름다운 임금의 모습은 메시아적 의미를 지닌다고 봅니다.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의 저자는 이 시편의 7-8절을 예수님에 관한 말씀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히브 1, 8-9)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전통적으로 이 시편이 그리스도와 교회간의 사랑의 관계를 노래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이로써 이 시편은, 교회인 우리가 신부로서 우리 자신의 세상을 떠나(11절)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순종해야 함(12절)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신부인 우리는 풍성한 복을 누리고 그리스도와 일치하게 될 것입니다. (14-16절)

"들어라, 딸아, 보고 네 귀를 기울여라. 네 백성과 네 아버지 집안을 잊어버려라." (1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