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순수녀의 시편 묵상

제1강 시편이란?

재생 시간 : 08:12|2012-11-27|VIEW : 12,556

'시편'은 유다교에서 히브리 말로 '찬양가들'(트힐림) 또는 '찬양가들의 책'(세페르 트힐림)이라 불렀습니다. 물론 시편 안에는 찬양 시편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찬양가'(트힐라)라는 단어는 개별 시편 안에서는 여러 번 등장하지만 시편의 머리글(제목)으로는 시편 145편에서만 단 한 번 나타납니다. 사실 '찬양가들'이라는 이 명칭이 ...

'시편'은 유다교에서 히브리 말로 '찬양가들'(트힐림) 또는 '찬양가들의 책'(세페르 트힐림)이라 불렀습니다. 물론 시편 안에는 찬양 시편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찬양가'(트힐라)라는 단어는 개별 시편 안에서는 여러 번 등장하지만 시편의 머리글(제목)으로는 시편 145편에서만 단 한 번 나타납니다. 사실 '찬양가들'이라는 이 명칭이 시편 전체를 묘사하는 데 부적절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편 안에는 찬양 시편 뿐 아니라 탄원 시편, 지혜 시편, 역사 시편 등과 같은 다른 시편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탄원 시편은 시편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그렇지만 시편을 전체적으로 볼 때 탄원 시편이 책의 전반부에 주로 나타나고 찬양 시편은 후반부에 더 자주 나타나서 시편 전체의 일반적인 어조는 찬양의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그리스도교에서 '시편'은 그리스 말 '프살모스'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것은 시편의 머리글로 가장 많이(57번) 나타나는 히브리 말 '미즈모르'를 번역한 것입니다. '미즈모르'는 악기로 연주된 음악이나 노래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시편이 하느님께 대한 찬양과 노래라는 사실입니다. 시편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입니다.

시편은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 여러 시기에 저술되어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환경에서 오늘 날 우리에게 전해진 노래들을 함께 모아놓은 명시선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약성경에서 150편의 시편이 유일한 시편집은 아닙니다. 구약성경의 다른 책들에서도 여러 시대에 속하는 시편들이 흩어져있습니다. 곧 바다의 노래(탈출 15, 1-18), 모세의 노래(신명 32, 1-43), 모세의 축복(신명 33장), 드보라의 노래(판관 5, 1-31), 한나의 노래(1사무 2, 1-10), 히즈키야의 기도(이사 38, 10-20) 등이 있습니다.

시편은 전통적으로 다섯 권으로 나눠집니다. 1권은 1-41편, 2권은 42-72편, 3권은 73-89편, 4권은 90-106편, 5권은 107-150편입니다. 시편이 다섯 권으로 나뉜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모세 오경에 상응한 것으로 추측합니다. 유다교 전통은 하나의 작품을 다섯 부분이나 다섯 권의 책으로 구성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라삐들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토라 다섯 권을 주었고, 다윗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시편집 다섯 권을 주었다고 합니다.

시편의 머리글(표제)에는 시편 저자로 간주되는 이름들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다윗'이 73번 나옵니다. 그 가운데 13번(시편 3; 7; 18; 34; 51; 52; 54; 56; 57; 59; 60; 63; 142편)이 다윗 임금의 생애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들과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다윗이 시편 저자로 널리 인식되었음을 짐작케 합니다. 그는 시인이며 음악가요 악기 발명가였습니다. 또한 그는 성전의 음악 전승을 구축한 자이기도 합니다. 칠십인역 성경에서는 다윗이 82편의 시편을 지었다고 합니다. 쿰란 두루마리 가운데 한 본문은 다윗이 4,050개의 노래를 지었다고 언급합니다.

시편집은 유형․유래․시기가 다양한 150개의 운문을 한데 모아 놓은 것입니다. 이 모든 시편이 다 성전에서 불린 것은 아닙니다. 성전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기록된 것도 있으나 개인 용도로 기록되었다가 점차 공적 예배를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도 있습니다. 어떤 시편들은 쉽게 공동체 노래로 불릴 수 있지만 다른 시편들, 특히 지혜 시편들은 오히려 개인 묵상에 가깝습니다.

시편은 전체적으로 하느님을 향한 말씀 곧 기도입니다. 시편은 연약한 인간의 삶에 대한 고백입니다. 시편은 예수님의 제자들(루가 11, 2 참조)처럼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잘 모르는 우리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시편 전체는 찬미와 찬양․감사․청원․회개 등의 내용을 담은 기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편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체험을, 우리의 고난과 고통을, 그리고 감사와 찬미를 적절히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시편은 하느님의 개입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표현한 것입니다. 곧 시편은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입니다.

시편을 기도로 바칠 때 우리는 그것이 우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실 시편은 구약성경에 속하고 우리 시대와는 거리가 먼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삶에서 형성되어진 책이고 기도들입니다. 시편은 시대․문화․환경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이스라엘 민족에 의해, 그리고 오랜 세월을 통해 쓰인 기도문이지만 모든 인간의 공통적인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편은 하느님 앞에 선 인간의 모습과 마음, 그리고 하느님의 응답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곧 인간의 삶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고통과 기쁨, 불행과 행복, 질병과 죽음, 불의와 배신 그리고 자신의 죄악과 같은 상황을 표현합니다. [심지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이해하기 힘든 복수와 저주를 시편 시인들은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원수들에 대한 저주의 표현은 사랑과 용서의 삶을 지향하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들뿐 아니라 참으로 당혹스럽기까지 한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시편기도를 통해 인간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고 나아가서 하느님을 향한 우리들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배우게 됩니다. 고통 속에서 부르짖는 탄원이나 기쁨으로 터져 나오는 환호 소리도 기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시편을 통해서 배울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의 느낌이나 감정, 그리고 체험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때 시편을 읊으면서 하느님께 기도드릴 수 있습니다.

시편은 신약성경에서 100번 이상 인용됩니다. 복음서들은 시편 기도가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임을 보여 줍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상에서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시편 22, 2을 인용합니다(마태 27,46). 또한 시편 31,6을 인용하여 "아버지, 제 영혼을 당신 손에 맡기옵니다"하고 생을 마치십니다(루가 23,46). 시편은 그리스도를 향하고 있고 그리스도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편은 신약성경에 가장 많이 인용되어 있는데 시편을 두고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내가 전에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말한 것처럼, 나에 관하여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에 기록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한다"(루가 22,44)고 말씀하셨습니다. 시편 기도는 하느님 앞에 서 있는 모든 인간의 기도이며 또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