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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교회 돕기] 중동 (6,끝) 우리를 기억해 주십시오

[고통받는 교회 돕기] 중동 (6,끝) 우리를 기억해 주십시오

2000년 믿음의 땅, 성당 종소리 다시 크게 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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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발행 [1442호]
▲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동 그리스도인 돕기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경매에 내놓을 람보르기니를 축복한 뒤 서명하고 있다. 【바티칸=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모 자동차 회사가 기증한 세계적 스포츠카 람보르기니를 축복만 하고는 바로 소더비 경매에 부쳤다. 경매 수익금은 이라크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니네베 평원 재건 사업을 추진하는 고통받는 교회돕기(ACN) 등에 전달하려는 게 교황 뜻이라고 바티칸이 밝혔다.

교황은 지난 8월에도 “동족상잔의 전쟁과 종교적 광신주의 때문에 집을 포기하거나 혹은 강요 때문에 조국을 떠나야 했던” 중동 그리스도인들 처지를 상기시키고 “그들의 고통에 눈을 감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콜럼버스 기사단 총회에 보낸 서한 중에서) 교황에게는 이슬람 극단 무장 조직의 박해로 목숨을 잃거나 난민 신세가 된 이라크와 시리아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아픈 손가락일지 모른다.

글·사진=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 레바논 국경도시 자흘레에 있는 ‘자비로운 성 요한’ 난민 급식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식사시간에 낡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앙트완(성 프란치스코회) 수사는 “난 돈이 없어 음악으로나마 난민들 아픔을 위로하고 싶다”고 말한다.

▲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도시 자흘레에 있는 성 리타 초등학교. 재학생의 3분의 1이 난민 가정 아이들이다.


이슬람이라는 대양(大洋)에서 목숨을 걸고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레바논에서 만난 프리아스 벤암(47, 이라크 바그다드 성 프란치스코 본당) 신부가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내 인생에서 전쟁이 없었던 때는 단 10년뿐이다. 예전에는 누가 죽었다고 하면 슬펐고, 어디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하면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무덤덤하다. 그리스도인들이 사라지고, 그로 인해 ‘잊혀 가는 교회’가 되는 것이 더 두렵다.”

150만 명에 달하던 이라크 그리스도인 수는 현재 30만 명쯤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벤암 신부는 “15만 명 정도 남았다”며 “돈과 석유, 정치적 다툼이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붕괴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점령지의 90%를 잃고 지하 테러 조직으로 전락한 이슬람국가(IS)는 정치적 야욕과 종교 광신주의가 결합하면 어떤 참극을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 줬다. 재앙의 직격탄은 힘없는 그리스도인들이 맞았다.

최대 격전지 시리아 알레포에서 버티다 두 달 전 레바논 국경도시 자흘레에 도착한 가톨릭 난민 바샤르(32)씨. 어머니와 여동생을 데리고 나온 그는 “알레포에는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너무 늦게 탈출해 유럽으로 가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내일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IS가 물러가지 않았느냐”고 묻자 “1년 안에 새로운 무장 조직이 등장할 것이다. 여태껏 그랬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가족은 다음날 보이지 않았다.

교황청과 ACN이 추진하는 니네베 평원 재건 사업은 2014년 IS가 벌인 피의 광란을 피해 탈출한 그리스도인들의 재정착을 돕는 것이다.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니네베와 카라코쉬는 그리스도인들이 밀집해 살던 성경의 땅이다. 이 지역에서 2000년 가까운 교회 역사상 처음 미사가 끊기고, 성당 종소리가 멎었다. 재건 사업은 미사를 이어가고, 무너진 종탑을 세워 다시 종을 울리자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자흘레대교구장 이삼 다위시 대주교는 중동에서 그리스도인이 사라지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이슬람 시아파 지도자들이 ‘그리스도인이 중동에서 떠나면 우리는 어둠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서방과 아랍 세계, 때로는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서 다리가 돼 주었다.”

레바논 맨발의 가르멜수도회 관구장 레이몬드 신부는 “중동 교회는 이 정도 시련에 쓰러지지 않는다”며 “우리가 7세기 이슬람 발흥 때부터 지금까지 숱한 시련을 겪는 동안 하느님은 아름다운 선물도 많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형제들이 부축해 주면 시리아와 이라크 교회는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침묵과 무관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신앙 형제들의 고통에 침묵한 채 국제 사회가 그들을 도와주기 바라는 것은 위선이다.

프랑스의 한 자선단체가 IS에 의해 파괴된 이라크 에르빌 외곽 에인카와 마을에 루르드 성모상 15개를 보냈다. 그곳 그리스도인들은 성당에 안치하기 전에 성모상을 앞세우고 마을을 행진했다. 그 광경은 복음의 증언이었다.

“네 앞날은 희망이 있다. 주님의 말씀이다. 네 자녀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리라.”(예레 31,17)





<인터뷰> 할렘바 신부(ACN 중동 담당)








“특별한 우산을 쓰고 다녀서 총 맞을 걱정 같은 건 안 한다.”

알레포에서 몇 시간 전 레바논으로 돌아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중동 담당 안제이 할렘바 신부. 그는 위험하지 않았느냐는 안부 인사에 ‘성령의 우산’ 얘기를 하더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라크와 시리아를 옆집 드나들듯 하면서 지원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중대한 결정의 순간이다. 그리스도교 요람인 두 나라 교회를 방치하고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재건해 회복할 것인가에 관한 결정이다. 우리 신앙의 뿌리를 더는 잃을 수 없다.”



차별과 박해,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

그는 사도행전과 요한 묵시록의 무대 터키(소아시아)를 예로 들었다. 비잔틴 종교와 문화가 만발했던 소아시아 지방은 15세기 이슬람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점령된 후 서서히 쇠락해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다.

“100년 전만 해도 터키 인구의 23%가 그리스도인이었다. 하지만 0.2%(로마 가톨릭은 0.06%)밖에 남지 않았다. 이슬람의 차별과 박해, 그리고 우리의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다. 그런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할 수 없다.”



교회 재건축과 청소년 교육 중요

그는 교회 재건축과 청소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에 로마 가톨릭을 비롯해 칼데아ㆍ시리아 동방 가톨릭 교회 주교들에게 건축비를 지원할 테니 성당을 하나씩 선정해 공사를 시작하자는 얘기를 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성당은 희망의 표징이다. 이라크만 하더라도 성당 350곳이 완전 또는 부분 파괴됐다. 난민들이 성당 건축 소식을 들으면 희망을 품고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다. ACN은 차비가 없어 학교에 못 가는 그리스도인 대학생들도 돕는다. 그들이 교회와 사회를 재건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쟁의 상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자신의 부모 형제를 죽인 사람들과의 화해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용서와 화해라는 훌륭한 덕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울분을 토로하는 젊은이들에게 우리는 주님의 기도 중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부분을 입이 아니라 삶으로 바쳐야 한다고 타이른다”고 말했다.

‘일용할 양식’과 관련해서는 “매일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우리가 그들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먹을 것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신자들을 향해 “고통받는 그들 안에 주님이 계신다”며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을 돕는 행렬에 기도와 나눔으로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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