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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 상징]78-재- 덧없음과 무상, 슬픔과 재회

[성경속 상징]78-재- 덧없음과 무상, 슬픔과 재회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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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8 발행 [1057호]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것과 함께 거행되는 참회 전례는 많은 상징을 갖고 있다. 예로부터 재의 수요일에는 재에 성수를 뿌린 다음 그 재를 신자들 머리에 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된 밥에 재 뿌린다'는 속담처럼 재는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에서 재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 초대교회 때부터 내려오던 교회의 공적 참회 제도가 10세기 말께 없어졌지만 재를 뿌리는 의식은 그대로 보존됐다. 교황 우르바노 2세는 1091년 이 관습을 모든 교회에서 보존하기를 권고했다. 이 예식에서 성직자들이나 남자들에게는 머리 위에 재를 얹었고, 여자들에게는 재로 이마에 십자표를 그었다.
 재는 덧없음과 무상, 슬픔과 참회의 상징이므로 사순절 회개의 전례에 안성맞춤이다. 재를 뿌리는 일은 구약성경이나 고대 이방인 문화권에서는 낯익은 의식으로, 슬픔과 속죄를 표현한다. 재를 축성하는 기도문은 12세기에, 그 전 해의 성지를 태워 재를 만들라는 지침으로 명문화된다.
 재를 머리에 얹을 때 사제는 전통적으로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참조 창세 3,19) 혹은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등을 외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회개를 할 때 옷을 찢고 재를 뒤집어 머리에 쓰고 베옷을 입는 관습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옷을 찢고 크게 통곡하며, 머리에 재를 뿌리고 나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그리고 나팔 소리를 신호로 하늘을 향하여 부르짖었다"(1마카 4,39-40). 머리에 재를 쓴 사람은 슬픔에 빠진 비천한 자를 의미한다. 그래서 구약에서 예언자들은 선포한 회개의 메시지를 특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옷을 찢고 재를 뒤집어쓰는 행동을 했다.
 또한 예수께서도 갈릴래아 호수 주변 도시인 코라진과 베싸이다를 향해 그들의 뉘우치지 않는 마음을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질책하실 때 참회의 표시인 이 상징을 인용하신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마태 11,21).
 이처럼 재는 정화를 의미한다. 실제로 재는 태울 것을 다 태우기에 무균의 상태를 뜻한다. 아울러 재는 먼지와 같이 미소한 존재를 상징하기도 한다. "아브라함이 다시 말씀드렸다. '저는 비록 먼지와 재에 지나지 않는 몸이지만, 주님께 감히 아룁니다.'"(창세 18,27).
 재는 탈 수 있는 것은 다 태워서 제거하기에 순수와 정결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 황소의 나머지는 모두 진영 밖 깨끗한 곳에 있는, 재를 쌓아 두는 정결한 곳으로 내다가 장작불 위에 올려놓고 태운다. 그것은 재를 쌓아 두는 곳에서 태워야 한다"(레위 4,12).
 성경에서 재는 인간의 죽음을 상징한다. "우리는 우연히 태어난 몸, 뒷날 우리는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될 것이다. 우리의 콧숨은 연기일 뿐이며 생각은 심장이 뛰면서 생기는 불꽃일 따름이다. 불꽃이 꺼지면 몸은 재로 돌아가고 영은 가벼운 공기처럼 흩어져 버린다"(지혜 2,2-3).
 재는 불로 태운 것이다. 따라서 재를 받고 살아가는 사순시기는 불로 자신을 태우듯이 사순시기를 지내는 우리가 하느님께 대한 정으로 자신을 온전히 태워버리고 살아야 하는 기간이다. 재는 자연으로 돌아가 훌륭한 거름이 되고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성장을 돕는다. 따라서 사순시기는 부활이라는 새 생명을 희망하는 기쁨의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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