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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탄생' 교황청 시사회... 교황 "1000만 관객 위해 기도"

영화 '탄생' 교황청 시사회... 교황 "1000만 관객 위해 기도"

배우와 제작진들 교황 알현, 김대건 신부 행보 널리 알려지길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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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7 발행 [1688호]

▲ 영화 탄생 감독 박흥식(왼쪽에서 다섯 번째) 감독과 배우 윤시윤(왼쪽에서 네 번째) 등 출연진이 16일 바티칸 뉴 시노드 홀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영화 '탄생' 시사회가 16일 바티칸 뉴 시노드 홀에서 개최됐다.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화 ‘탄생’ 출연진과 제작진을 만나 “1000만 관객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영화 배급사 관계자가 1000만 관객이 들어와 김대건 신부의 행보가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자 응답한 것이다.

 

“1000만 관객 위해 기도”…이태원 참사 언급도
 

교황은 16일 바티칸 바오로 6세 홀 알현실에서 진행된 개별 알현에서 특유의 유머와 따뜻함으로 한국 배우들을 맞이했다. 교황은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의 삶, 또 인간으로서 아름다웠던 성 김대건 신부의 삶에 대해서 연구와 공부를 한 것 자체가 축복”이라며 “아주 수준 높은 민족인 한국인들이 김대건 신부의 삶을 영화로 만들기로 한 것이 특별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고국인 아르헨티나에서 사목할 때 한국인을 경험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교황은 전쟁이라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한국인들은 늘 미소를 잃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고 회상했다. 교황이 “여러분은 미소를 지을 줄 아는 민족”이라며 “봐라, 지금 다 미소 짓고 있지 않으냐”라고 말했을 때는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유흥식 추기경을 향해서도 “73세 생일을 맞이했는데 미소가 어린이 같지 않으냐”며 “미소는 여러분을 회춘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최근 이태원 참사를 겪은 한국인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교황은 “핼러윈 때 한국의 젊은이들, 그렇게 많은 불쌍한 젊은이들이 세상을 떠난 것을 마음의 품고 있다”며 “희생자를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 일부는 교황의 위로에 눈물을 보였다.


▲ 영화 '탄생' 제작진 및 출연진이 16일 바티칸 바오로 6세 홀 알현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있다. 사진=교황청 제공

 

교황 알현한 배우들
 

교황 알현과 바티칸 시사회는 배우들에게도 커다란 울림을 남겼다.
 

배우 윤시윤씨가 김대건 신부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겸손’과 ‘존경’으로 요약된다. 한국 최초의 사제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를 표현한다는 부담에서 오는 겸손과 20대 청년이 조선의 백성을 위해 온몸 바쳐 희생했던 숭고한 행보를 바라보는 데서 느껴지는 존경이다.
 

교황 알현과 시사회 일정이 다가오자 초조함이 커졌다. 윤씨는 교황 알현 전날인 15일 본지 기자에게 “처음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왔는데, 떨리고 부담된다”고 말했다. 윤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방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물론, 소수자를 대할 때도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분”이라며 “교황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아이 같은 모습과 김대건 신부의 모습이 닮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황을 만나 김대건 신부의 마음처럼 따뜻한 심장을 가진 청년의 마음을 전하고 의젓한 손주처럼 인사 잘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교황과의 만남은 윤씨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며 “200년 전에 태어난 조선의 한 청년은 바티칸에 와 보고 싶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산을 건너고 강을 건너고 아주 작은 라파엘호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며 “꽤 오래 걸려서 200년 만에 배우 윤시윤이 바티칸에 온 것이 아니라 김대건 신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들에게 기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씨는 “윤시윤이라는 배우가 이 영화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 영화가 전 세계에 많은 메시지를 전할 때, 오직 한 인물만 바다를 건너고 산을 건너고 전 세계를 방방곡곡 누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대건 신부를 향한 존경과 겸손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정하상 역의 배우 김강우(빈첸시오)씨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둘째 아들 세례명이 프란치스코인데 프란치스코 교황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지었다. 김씨는 교황 알현 전날 본지 기자에게 “울면 어떻게 하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전 소감은 현실이 됐다. 그는 “교황께서 한국인에 대한 위로를 말씀하셨는데 이상하게 막 눈물이 흘렀다”고 밝혔다.
 

현석문 역의 배우 윤경호(바오로)씨는 “너무나 감격스러운 순간”이라며 “종교와 인종을 넘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기도했다”고 전했다. 윤씨는 시사회 다음 날인 17일,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유흥식 추기경 주례로 봉헌된 감사 미사에서 “이 영화가 성인께서 품으셨던 거룩한 마음을 세상에 더 널리 전하는 도구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를 바쳤다.
 

임치화 역의 배우 신정근씨는 교황 앞에 서서 “오 마이 갓”이라고 외쳐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촬영 때 추위 속에서 고생했던 순간이 생각났던 것이다. 영화 ‘탄생’의 주요 특징 중에 하나는 김대건 신부 일행이 라파엘호를 타고 폭풍우를 만나는 장면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배우들은 추위와 파도 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신씨는 “배 타는 건 경험이 있어서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엔 추위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며 “항상 미소를 잃지 말라는 교황의 그 말이 크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유일한 가상 인물인 즈린 역을 맡은 배우 송지연씨는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신예다. 무려 300:1의 경쟁률을 뚫었다. 송씨는 교황 알현을 앞두고 과거 순교자들의 성모 마리아 성당으로 불린 판테온을 찾았다. 송씨는 이 자리에서 “배우들이 순교자들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며 “그 진심이 교황께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영화 '탄생'의 한 장면. 김대건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민영화사 제공


▲ 김대건 신부가 세례를 받는 모습. 사진=민영화사 제공

 

천주교 신자가 아닌 감독
 

영화 ‘탄생’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다.
 

천주교의 성인을 영화로 그려낼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섰다. 일각에서는 엄청난 흥행을 거둔 것도 아니고 천주교 신자도 아닌 감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자신감은 있었다. 이미 ‘정하상’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구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두산 순교성지에서의 의기투합이 결정적이었다. 가톨릭문화원 원장 박유진 신부의 지원 사격은 큰 힘이 됐다. 박 감독은 박 신부와 절두산 순교성지 김대건 신부 동상 앞에서 손을 맞잡고 결단했다. 박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절두산을 찾았다. 박 감독은 “이 영화는 제 능력으로 만든 것 같지 않다”며 “절두산의 김대건 신부를 100번은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영화 속 작은 대사 하나도 근거 없는 대사가 없을 정도다. 관련 논문과 서적은 물론, 조선 조정의 기록, 파리외방전교회 문서까지 살폈다. 예컨대 김대건 신부는 해적을 만난 적이 있다. 페레올 주교에게 보낸 편지에 관련 일화가 나온다. 김대건 신부가 폭파하라고 했더니 해적이 그냥 갔다고 적은 부분이다. 박 감독은 전문가에게 라틴어 번역을 다시 요청했다. 폭파가 아닌 발사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당시 시대적 배경으로 미루어 일행 또는 김 신부가 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김대건 신부가 해적을 만난 장면은 이같은 고증을 통해 탄생했다.
 

박 감독이 주목한 건 김대건 신부가 근대를 열었다는 점, 김 신부의 행보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이다. 박 감독은 “김대건 신부는 전혀 무모하지 않았다”며 “굉장히 치밀했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또 “병오박해 때 9명이 순교했는데 김대건 신부의 치밀함이 있었기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바라봤다. 조정의 기록을 보면 임성룡을 비롯한 사람들이 다 털어놓은 것처럼 돼 있는데 아무도 김 신부가 상해에 다녀온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신부는 이미 조정에 잡혔을 상황까지 그리고 있던 것이다.
 

특히, 박 감독은 “하느님이 만든 인간은 모두가 똑같다는 생각이 근대를 여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김대건 신부는 사제로서 천주교를 전해야 하는 것뿐 아니라 조선의 비참한 백성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편전쟁을 목격하고, 열강의 동양 침략 의지를 확인한 조선의 청년이 비참한 조선 백성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설명이다. 박 감독은 “김대건 신부에게는 양반이든 천민이든 모두가 동등한 하느님 자녀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박 감독은 대본을 쓸 때 주로 도서관에서 작업했다. 김대건 신부의 여정을 글로 옮기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박 감독은 “고생한 김대건 신부께 술 한 잔 따라주고 싶었다”며 “그 장면이 영화 속에서 김 방지거가 김대건 신부에게 술을 따르는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영화에는 김대건 신부의 후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김용태 신부도 등장한다. 박 감독은 순교에 관해 이야기하는 대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연히 김용태 신부의 영상을 보게 됐다. 김 신부는 영상에서 “순교는 적극적인 사랑의 고백이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무릎을 탁 쳤고 대사를 수정했다. 김용태 신부는 영화에도 직접 출연했다.
 

바티칸=맹현균 기자 maeng@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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