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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오길 바란다면 교회도 변해야죠... “청년들 목소리 경청부터”

청년들이 오길 바란다면 교회도 변해야죠... “청년들 목소리 경청부터”

[나는 가톨릭 청년이다] (5) 냉담 풀고 돌아온 청년들 (서울 답십리본당 '냉담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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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발행 [1681호]
▲ 답십리본당 냉담FC가 경기 후 상대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본당에 청년들이 없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청년들도 있지만, 빈자리도 적지 않다. 문제는 청년들이 떠난 이유를 알기 쉽지 않다는 것.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다 보니 청년들을 다시 만나는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

‘나는 가톨릭 청년이다’ 이번에 만나볼 청년들은 냉담을 풀고 다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온 청년들이다. 청년들이 냉담을 했던 이유, 다시 돌아온 이유를 들어봤다. 서울대교구 답십리성당에서 청년들을 만났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성당에서 멀어지는 청년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를 보면 2021년 12월 31일 기준 만 20~39세 신자 수는 154만 4634명이다. 2006년 153만 2842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전체 신자 대비 20·30세대 신자 비율은 25.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냉담의 이유는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생계나 학업 때문’,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신앙’, ‘성직자나 수도자에 대한 실망’ 등 냉담의 이유는 다양하다. 응답 비율은 설문에 참여한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 저마다 냉담의 이유는 있다.

냉담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교회에서는 사목에 변화를 주겠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교회의 입장에서만 사목에 대한 변화를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청년들이 말하는 냉담의 이유

“저는 사람 때문이었어요.” 냉담의 이유를 묻자 남윤철(요한 사도, 25, 답십리본당)씨가 말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하자 남씨가 조금 망설이다 말을 이어갔다. “21살 때 주일학교 교사를 했는데 교사회 안에서 신부님과 교사들과 갈등이 좀 있었어요. 사람들이 싫어지더라고요. 상처를 받다 보니 냉담을 하게 됐죠.”

남씨는 유아세례 후 초등학교 때까지 신앙생활을 하다 중학교에 들어가 야구단 활동을 하게 되면서 성당과 거리를 뒀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수험생 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쳤었다.

남씨는 대학생이 되고선 다시 성당에 나갔다. 초등부 교사회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사람들과 충돌이 생겼고 또다시 성당과 거리를 뒀다. 그런데 군대에 가서는 또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남씨가 신앙생활 재개와 중단을 반복했던 이유. 그를 단단히 잡아줄 무언가가 부족해서였을까.

박형빈(루카, 28, 답십리본당)씨는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냉담을 하게 된 경우다. 마냥 아이들과 함께하면 될 줄만 알았던 20살의 주일학교 교사생활은 생각과는 달랐다. 대학교도 거리가 멀어서 주일마다 나오기도 힘에 부쳤다. 그러던 중 봉사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의무감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데 의무감으로 하는 게 맞나 생각이 들던 중 준비 과정에서 의견 차이로 충돌이 발생하면서 굳이 성당을 다닐 필요는 없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는 20살이 끝나갈 무렵 성당을 떠났다.






신앙이 필요했던 순간은

최근에 냉담을 푼 박씨는 2021년까지 개인적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에만 집중했다. “일만 하다 보니까 신앙의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박씨의 어머니는 그에게 신앙에 대해 강요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네가 언제든 다시 돌아오기만 한다면 사실 그것만으로도 큰 용기일 테니까 좀 더 그냥 지내보라고 말씀하셨어요.” 박씨의 어머니는 그가 정말 필요로 한다면 자연스럽게 다시 신앙을 찾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신앙이 필요했던 순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솔직히 그렇긴 해요.” 남씨에게 신앙이 필요했던 순간에 대해 묻자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신앙심이 있어서라기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았어요. 미사하고 청년들과 어울려서 이야기하고 노는 생활 자체가 재미있어서 성당에 나왔던 것도 없지 않아요.” 재미를 위해 신앙을 가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남씨에게는 ‘재미’가 하나의 이유였다.

신앙이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묻자 박씨는 신앙에 기대지 않더라도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내가 힘들 일이 있겠어? 아직 난 젊은데. 실패하고 고꾸라져도 난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성당에 다녀봤자 현실적으로 효과가 별로 없으니까요. 제가 생활하는 데 안 나가도 지장이 없었고 나가도 제 생활이 더 나은 쪽으로 바뀌는 것도 없었어요.” 남씨는 대답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요즘 MZ세대라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 (왼쪽부터) 박형빈씨, 라경호 신학생, 남윤철씨가 제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냉담FC, 청년들과 교회를 잇다


냉담을 했고 신앙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던 그들을 다시 성당으로 부른 것은 ‘축구’였다. 다시 말해 청년들의 관심사가 그들을 성당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그 중심에는 라경호(서울대교구, 답십리본당) 신학생이 있었다. “주임 신부님께서 먼저 냉담 청년들이 답십리에 많이 있다고 들었는데 신학생으로서 어떻게 이끌어볼 방안을 고안해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제가 운동을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 성당에서 같이 축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던 친구들 위주로 연락해서 축구를 한번 해보자 해서 시작했습니다.” 연락은 라 신학생이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던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소식이 끊긴 친구들이나 왕래가 잦지 않았던 친구들의 경우에는 라 신학생의 친구들을 통해 연락했다. 성당에 나오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시작은 ‘축구 한번 하자’, ‘밥 한번 먹자’였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청년들은 축구를 하기 위해 모였고, 서로의 안부가 궁금해 모였다. 하지만 부담스러워하는 청년들은 기다려줬다. 그리고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냉담FC가 입소문을 타고 부담을 느꼈던 청년들이 먼저 라 신학생에게 연락을 해왔다.

라 신학생은 청년들을 무조건 성당에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닌 청년들이 성당에 가까워지게 하고 싶었다. 그 결과 본당 냉담 청년 약 40명 중 15명이 냉담FC에서 활동하게 됐다. 냉담FC 회원 15명 중 3명은 냉담을 풀고 다시 성당으로 돌아왔다. 냉담을 푼 청년들은 이제 냉담하는 청년들에게 오히려 다가가는 중이다. 신앙이 있어서 좋았던 것을 나눠주려고 말이다. “‘성당에 왜 안 와? 성당에 나와’라고 말하기에는 세대가 달라졌더라고요.” 라 신학생이 다른 본당 축구팀과 경기를 하고 사제들과 청년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만드는 이유다. 그렇게 라 신학생은 청년들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다.



다시 생긴 울타리

잊고 지내던 성당 친구들을 만나고 다시 성당으로 돌아오면서 박씨와 남씨는 얻은 게 많다. 어쩌면 신앙을 찾는 동시에 자신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박씨는 “일만 할 때 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많이 유연해진 것 같다”며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고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남씨도 성격이 매우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오래전 일인데 주일학교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해서 ‘왜 성당에 나오지 않느냐, 성당에 나올 생각이 없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그런 데 안 가요’라고 대답했대요.(웃음) 그런데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나서는 달라진 것 같아요.”


눈높이에 맞는 사목의 절실함

교회가 요구하는 것들은 어쩌면 MZ세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박씨와 남씨는 입을 모았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눈높이에 맞는 사목이 절실한 이유다.

“가치관이 바뀐 게 예전에는 어떤 일이 있으면 함께 힘을 모으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에는 자신이 잘살아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그 마음의 여유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는 것 같아요.” 박씨는 “봉사 같은 경우에도 강요나 의무감에 하게 되면 부담이 되고 봉사라고 느끼지 못하는 순간 성당에 나가는 것 자체도 싫어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씨는 “교회가 너무 늙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변하지 않는 교회가 변화에 민감한 세대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을 불러모을 생각은 하면서 왜 바뀌진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변하지 않고 청년들에게 오라는 말만 한다면 가는 청년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회도 이제는 변해야 하는 이유다.



청년과 교회

“새로운 것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박씨는 “교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유연함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씨의 주장도 다르지 않다. 그는 “교회에서 SNS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접근하긴 하지만 정보 전달이나 모든 방식 자체가 너무 아날로그적인 것 같다”고 했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교회도 발맞춰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라 신학생은 “청년들은 교회의 현재”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은 현재라고 생각을 해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도 어른들도 다 똑같이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힘이 돼야 교회가 유지되는 것 같아요. 청년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청년들이 결혼해 자녀들이 또다시 신앙을 이어받으면 교회의 미래가 될 테니까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변화는 경청으로부터 시작해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는 생각을 했다.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하겠다면 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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