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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복음] 연중 제28주일 -모든 것이 ‘당신 덕분’임을 고백

[생활속의복음] 연중 제28주일 -모든 것이 ‘당신 덕분’임을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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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발행 [1681호]



오늘 복음에 나오는 나병환자들은 대부분의 사람이 당연하게 누리는 건강한 피부의 은총을 누리지 못한 이들입니다. 살이 썩어 문드러지는 육체적인 고통과 하루하루 흉한 몰골로 변해가는 자기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정신적인 고통. 그 병이 옮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외로움, 사람들로부터 ‘괴물’, ‘죄인’이라고 손가락질받고 무시와 핍박까지 당하는 정서적 고통에 이르기까지…. 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가까운 곳에 예수님께서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희망이신 그분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간절히 매달립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그 자리에서 바로 치유해주지 않으십니다. 그들이 병에서 낫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했으나, 예수님께 대한 믿음은 아직 약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치유의 은총을 입으면 그것을 그저 신기한 ‘기적’ 정도로 여길 뿐, 회개를 통한 구원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을 염려하셔서 그들의 믿음이 숙성될 시간을 주신 것이지요. 마을로 돌아가는 그 시간 동안 그들은 하루하루 깨끗하게 변해가는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주님께서 자기 삶에 일으키신 그 기적의 의미를 깨닫고, 그분이 급격한 변화 대신 느린 변화를 택하신 이유와 의도를 헤아리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당신 뜻을 천천히 곱씹어보고 음미하며 믿음의 참된 맛을 알아가도록 섭리하신 주님의 자상하고 섬세한 배려를 깨닫는 순간, 자연스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와 찬미가 흘러나오게 되겠지요.

그런데 아홉 명의 유다인들은 그런 예수님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립니다. 자기들이 수고와 위험을 무릅쓰고 예수님을 찾아갔으니, 그분께서 자기들이 청하는 걸 들어주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런 모습은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남이 베풀어준 호의 자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고 그것이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평하며 서운해 하는 모습, 이미 누리고 있는 것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당연히 더 받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억울해 하는 모습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의 사마리아인은 감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에 ‘당연’이나 ‘우연’ 같은 건 없음을, 내 삶을 지속시켜주시고 보살피시기 위해 애쓰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은 내가 그로 인해, 그가 베풀어준 선의와 사랑으로 인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를 말과 행동으로 드러냅니다. 또한, 그를 사랑하고 축복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서 ‘이 모든 게 당신 덕분’이라고 적극적으로 고백합니다. 그 사마리아인은 그런 마음으로 그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와 주님 앞에 엎드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 것이지요.

그런 그에게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받은 은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이 그의 마음에 감사를 불러일으켰고, 그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과정 안에서 주님을 향한 그의 믿음이 깊어졌습니다. 주님 앞에 엎드려 전적으로 순명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깊은 믿음까지 나아간 겁니다. 그 굳건한 믿음 덕분에 그는 육신의 건강을 되찾았을 뿐 아니라 영적으로 거룩해져 구원에 이르는 문을 열었습니다. 자기가 받은 은총 자체에만 머물러있지 않고, 그 은총을 베푸신 분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의 모습을 본받아야 합니다. 주님의 능력을 누릴 생각만 하지 말고, 능력의 주님을 만나기 위해 그분의 마음과 뜻을 헤아리고 따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는 힘은 그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모든 것들에서 감사할 이유를 찾으려는 마음가짐으로부터 나옵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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