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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정치가 외교를 망친다(마상윤, 발렌티노,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시사진단] 정치가 외교를 망친다(마상윤, 발렌티노,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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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발행 [1681호]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미국 및 캐나다 순방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촌극이 여야 간의 정치적 격돌을 불러왔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순방이 외교 참사로 끝났다고 주장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그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대통령실을 포함한 여권은 언론이 대통령의 사적인 비속어 발언을 왜곡 보도함으로써 국익을 훼손했다며 비난하고, 최초 보도가 나온 MBC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했다. 여기에는 민주당이 언론의 협조하에 외교 참사라는 프레임을 씌워 정치 공세를 펴고 있으므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치는 물가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다. 1947년 아서 반덴버그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외교에 대한 초당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긴 말이다. 정쟁은 국내에서 그쳐야지 외교에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이었던 그는 대외정책에 있어서 고립주의자였지만,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의 위협에 맞서는 국제적 역할을 모색하는 시점에 민주당의 트루먼 행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국제주의적 외교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다. 의회에서의 초당적 협력을 바탕으로 미국은 나토 창설 등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구축할 수 있었다.

물론 미국에서도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외교에 대한 초당적 접근은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대신 맹목적인 진영논리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미국도 그러니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며 애써 위안으로 삼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외교에서 미국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북한이 핵무장 고도화를 꾀하는 가운데 남북 간 대화는 전면 단절되어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반도는 미국의 일차적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미ㆍ중 경쟁이 심화하면서 우리의 외교적 입지도 좁아지고 있는데,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갈등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또 ‘킹달러’로 불리는 달러화 초강세 현상,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자유무역질서 약화,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의 경제적 난제가 있고,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이에 더해 기후변화와 보건ㆍ방역, 그리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의제가 급부상하며 국가의 미래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어서 외교 차원의 시급한 대응을 요한다.

이제 소위 ‘4강 외교’라고 불리는 주요 강대국과의 정무적 관계에 치중하는 외교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먼 거리의 약소국이라도 희귀광물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작은 시장이라도 있다면 소홀히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상대국의 정부만이 아니라 민간기업과 단체를 상대로 하는 공공외교와 과학기술외교도 중요하다. 전 방면에서 전방위적이고 전층위적으로 전개하는 총력 외교가 필요한데, 외교의 정치화는 이를 방해할 뿐이다. 보여주기식 단기적 성과와 말초 감정을 자극하는 문제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정작 중요한 외교의 본질적 과제는 도외시된다.

대통령의 순방외교를 소재로 첨예한 정쟁이 벌어지는 최근의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다소의 상승세를 보이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순방 직후 다시 20%대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민주당 지지도가 상승한 것도 아니다. 지난 3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누가 덜 싫은가’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는데, 우리 정치는 그러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교를 포함해서 모든 것을 정쟁에 가져다 쓰는 행태를 이젠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지금 우리가 처한 국제정세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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