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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폐지 주워 1만 3000원… 손수레 끄는 노인들의 고단함

하루 폐지 주워 1만 3000원… 손수레 끄는 노인들의 고단함

[우리 가운데 계시도다] 3. 폐지 줍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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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2 발행 [1680호]
▲ 김상철 할아버지가 폐지를 수거하고 있다.



오늘도 쓰레기더미 곁에 한 노인이 서성인다. 한참을 뒤지는가 싶더니 작은 상자를 손에 든다. 누군가가 버린 이 상자가 모여 노인에게 한 끼 식사가 된다. 폐지를 주워 판 돈으로 삶을 이어가는 그는 ‘폐지 줍는 노인’이다.

노인들은 여전히 일하지만 삶은 어째서인지 궁핍하기만 하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칠수록 가난은 몸을 더욱 옥죄어온다. 가난한 이들 곁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우리 가운데 계시도다’. 폐지 줍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갈 곳 없는 노인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6시. 어둠이 걷히지 않은 거리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길을 비췄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으로 갔다. 그곳에는 벌써 수많은 노인이 탑골공원 경계선을 따라 자리하고 있었다. 정해진 자리가 있는 듯 군데군데 비어있는 자리가 있는데도 노인들은 각자의 자리에 알아서 찾아 들어갔다. 이곳에 오는 노인들은 좋아서 이곳을 찾는다기보다 대부분 갈 곳이 없어 몰려든 이들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듯 혼자 앉아 있는 노인부터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 이른 시간인데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노인까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지만, 노인들은 온종일 이곳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며 무료급식 등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탑골공원을 조금 벗어나 상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청년들이 술에 취해 거리를 서성이고 있었다. 거리에는 어젯밤의 흔적이 가득했다.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노인과 청년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 김상철 할아버지가 폐지가 가득 실린 리어카를 끌고 있다.



노인의 하루

서울 종로 탑골공원 뒤 한 고물상에서 김상철(가명, 81)씨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고물상은 이미 많은 사람이 오가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손수레 가득 폐지를 싣고 와서는 폐지를 내려놓고 곧바로 다시 폐지를 수거하러 고물상을 빠져나갔다.

김씨와 6시에 고물상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한 시간이 30분이 지났는데도 어째서인지 나타나지 않았다. 어렵게 동행 취재 허락을 구했는데 이대로 못 만나는 걸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할 때쯤 김씨가 웃는 얼굴로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오래 기다렸지? 오는 길에 좀 주워오느라고 늦었어.” 그가 끌고 온 작은 손수레에는 오는 길에 수거한 폐지가 실려있었다. 고물상으로 들어간 김씨는 폐지를 내려놓고 큰 손수레를 끌고 나왔다. “이게 내 손수레야. 어서 가자고.” 큰 손수레를 끌고 좁은 골목길을 빠르게 빠져나가는 그의 뒤를 따랐다. 매일 새벽 6시. 김씨는 하루를 시작한다.



고단한 삶의 무게

조금이라도 많은 폐지를 수거하기 위해 마음이 급해서일까. 김씨는 걸음이 빨랐다. 그가 첫 번째로 들린 곳은 한 오피스텔 분리수거함. 김씨는 익숙한 듯 상자를 찢고 접어 손수레에 싣기 시작했다. 밤사이 비가 내린 탓에 폐지는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젖은 거는 돈을 적게 쳐줘. 그래도 가져가야지 어떡해.” 김씨는 “요즘은 폐지 1㎏에 60~70원을 준다”며 “젖은 폐지는 그마저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오피스텔 분리수거함 정리를 끝내고 골목길로 손수레를 끌었다. 골목길을 다니며 전봇대나 가게 앞에 놓인 폐지를 수거했다. 골목길은 비교적 괜찮았다. 하지만 도로로 다녀야 할 때는 김씨의 안전이 우려됐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의 안전보다 폐지가 적게 나오는 현실 이 더 걱정스럽다. “그전에는 이 코스에서 두 손수레를 했는데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잘 안되니까 폐지가 없어. 그래서 한 손수레 하면 집에 가. 물가도 오르니까 소비도 줄고 살기 힘들어.”


▲ 김상철 할아버지가 폐지 수거 일을 끝내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할아버지의 손에서 폐지 수거하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느낄 수 있다.



길을 나서다

김씨는 공무원 생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건축회사로 직장을 옮겨 전국을 다니며 건축과 설비 관련 일을 했다. 하루는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갈 기계를 설치하고 있었는데 과로를 한 탓이었는지 쓰러지면서 사다리에서 떨어져 일을 그만뒀다. “2004년까지 일을 했어. 그 이후로 일은 못 했지. 그때 번 돈으로 살고 있는 거야. 지금도 돈 버니까.”

김씨가 폐지 수거로 한 달에 버는 돈은 60만 원가량.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하는 일을 생각했을 때 많은 금액도 아니다. 다행히 폐지를 수거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지나가다 보면 들렀다 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매일 아침에 음료수 주는 약사도 있어. 이거는 못 할 때까지 해야지. 나이 들어서 공짜 밥 얻어먹고 그렇게 사는 것보단 낫잖아.”

김씨는 이날 280㎏의 폐지를 주워 1만 3000원을 받았다. 그는 “폐지를 줍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그럼에도 매일 길을 나서는 건 고립되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많은 수의 노인은 여전히 삶에 허덕이며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다.



쓰레기 더미 속 노인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폐지수집 노인 실태에 관한 기초연구’ 자료를 보면 2017년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만 65세 이상 폐지 수집 노인은 약 6만 6000명으로 추정됐다. 이 수치는 전체 노인의 0.9%, 일하는 노인의 2.9%에 해당한다.

연령별로는 7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57.37%로 절반을 웃돌았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별로는 여성이 51.6%로 남성보다 높았다. 교육수준은 중졸 이하의 저학력자 비율이 93.93%로 나타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구유형별로는 노인 부부의 비율이 49.45%로 가장 많았고 홀몸노인의 경우도 33.16%로 나타나 3분의 1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9.33%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가 16.07%로 뒤를 이었다.

폐지 수집 노인 중 생계형은 68.5%로 전체 폐지 수집 노인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료급여 수급자 포함)는 26%로 집계됐다. 폐지 수집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에 평균 20여만 원, 시간당 평균 2200원으로 나타났다.

폐지 수집 노인 중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은 71.7%로 집계됐다. 우울증이 의심되는 노인도 33.7%에 달했다. 자신이 진료가 필요하다고 인식했는데도 병원이나 의원을 이용하지 못한 노인은 29.1%로 집계됐다. 그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는 응답이 83.3%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폐지 수집 노인 중 노인 일자리 사업에 신청한 적이 없는 노인은 77%로 조사됐다. 노인 일자리 사업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언젠가 우리도 노인이 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50년 뒤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 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고령 인구 구성비)은 2022년 17.5%에서 2070년 46.4%로 28.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2년 5200만 명대에서 2070년 380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합계출산율인 2.32명을 크게 밑돌았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20년 기준 83.5세로 세계의 기대수명 72세보다 11.5세 높았다.

반면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15∼64세) 구성비는 2022년 71%에서 2070년 46.1%로 24.9%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인구(유소년인구와 고령 인구 합)의 비율인 총부양비는 2022년 40.8명에서 2070년 116.8명으로 늘어난다.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 인구의 비율)도 약 50년간 24.6명에서 100.6명으로 2022년보다 4.1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 아립앤위립에서 노인들이 미술활동을 하고 있다. 아립앤위립 제공


▲ 러블리 페이퍼에서 노인들이 그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러블리 페이퍼 제공



노인과 일자리

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을 보면 2022년보다 노인 일자리 수가 2만 3000개 줄어든다. 민간·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를 3만 8000개 늘리기로 했는데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6만 1000개 줄이기로 하면서 전체 노인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공공형은 월 30시간 이상 일하면 월 27만 원을 받는 일자리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참여하는 일자리로 환경미화, 등굣길 안전 지킴이 등이다.

민간형은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노인이 경제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지속 가능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예산안 브리핑에서 “노인 일자리의 절대적인 규모는 크게 변화가 없다”면서 “다만 직접적인 단순 노무형 일자리는 소폭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는 조금 더 늘어나는 흐름으로 가져가기 위해 일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령층 복지 사각지대, 노인 세대 간 양극화 등을 이유로 공공형 일자리 축소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 소셜 벤처 '끌림' 관계자가 폐지 수거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끌림 제공



민간 차원의 자발적 참여

소셜 벤처 ‘끌림’은 안전하고 가벼운 손수레를 개발해 폐지 수거 노인들에게 무상 임대하고 손수레 양면에 광고판을 부착해 이를 통해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노인들에게 돌려준다. 현재 노인 약 300명이 함께 하고 있다. 노인들은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가 생겼고 광고 활동을 하는 광고인으로서의 정체성, 자신의 활동과 삶에 만족감과 자긍심도 갖게 됐다. 신유진 대표는 “폐지 수거 노인들의 소득 증대와 안전하고 편리한 폐지 수거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회적 기업 ‘러블리 페이퍼’는 노인들이 수거한 폐지를 시중 가격보다 높은 가격(1㎏에 300원)에 매입하고 노인들을 직접 고용해 폐지로 캔버스 제작을 하고 있다. 정규직 3명이 함께 하고 있고 러블리 페이퍼에서 폐지를 매입하는 노인은 6명이다. 노인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노인들은 경제적인 상황이 나아진 것보다 아침마다 갈 일터가 있고 함께 일할 사람들이 있어서 좋다는 반응이다. 기우진 대표는 “노인들을 지원할 제도적인 장치, 노인을 지원할 수 있는 법률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 ‘아립앤위립’도 폐지 수거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노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글을 작성하고 그림을 그리면 작품을 상품에 담는다. 그 과정에서 노인들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상품을 판매하면서 포장하는 일을 통해 2차적으로 보수를 지급한다. 현재 정규직 1명, 파트타임 15명이 함께 하고 있다. 아립앤위립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활력이 생겼고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가 생겨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심현보 대표는 “노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노인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백승호 교수

“노인들이 다양하게 활동할 기반 마련해야”




“노인들에게 충분한 소득이 보장되고 노인들이 소득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면 한국 사회가 좀 더 살 만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백승호 교수는 “성공적인 노화(나이가 들어가도 신체와 정신적 기능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며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 유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경제력, 주관적 안녕감 등을 지닌 상태)라고 표현을 하는데 노인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자아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교수는 “소득 보장과 함께 노인들에게는 사회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며 “주거 문제, 장기 요양 문제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 서비스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소득 보장 문제에서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백 교수는 소득 보장과 관련해서는 “소득 대체율(연금액이 개인의 생애평균소득의 몇 %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 연금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대비 연금지급액이다)도 올리면서 공적연금도 올리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서구의 국가들은 노인 빈곤 문제를 보편적인 제도로 대응하고 있다”며 “공적연금의 지출이 많다. 이런 보편적 급여를 가진 나라일수록 빈곤율이 더 많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 같은 민간 차원의 자발적 참여에 대해 백 교수는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는 국가가 중심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에 사회적 기업이 들어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정부가 공공 부문의 책임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동시에 사회적 기업 같은 민간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최근 노인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만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다만 “사회적 합의의 방향에 있어서 복지 재정의 건전성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활성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퇴직 연령이라든지 노인과 청년의 일자리 충돌 문제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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