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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주일] 빠듯한 군 복무 중 유일한 힐링 ‘주일 미사’ 기다리며 생활

[군인 주일] 빠듯한 군 복무 중 유일한 힐링 ‘주일 미사’ 기다리며 생활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육군 태극본당 사목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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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2 발행 [1680호]

▲ 서상범 주교가 미사에 참여한 후 선물꾸러미를 받은 용사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군인 주일(10월 2일)을 맞아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가 9월 25일 본당 설립 30주년을 맞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육군 태극본당(3군단)을 사목 방문했다. 3군단에는 703특공연대 등 본부 직할대와 12, 21사단, 3공병여단 등 예하 부대가 있다. 이번 사목방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3년간 긴 터널을 지나고 핸드폰 지급과 외박ㆍ외출 자율화 등 군내 변화에 따른 군 사목의 현장을 확인하고 군종신부와 군인가족, 용사들이 전하는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서상범 주교의 사목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미사의 기쁨

“제가 입대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2주간 격리를 했습니다. 격리하다 보니까 화장실 가는 것도 다 보고하고 종이에 기록해야 했습니다. 종교 생활은 당연히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2주 동안 미사를 못 하고 지내다가 3주 차 때 처음으로 사단에서 신부님이 오셔서 공소에서 미사를 드렸는데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내가 평소에 했던 미사가 이렇게 소중한 거였구나!’라는 느낌이 들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미사를 드리는 일상이 얼마나 감사하고 또 소중한 것이었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습니다.”

이현수(요한 세례자) 일병은 “입대 후 신앙생활을 어떻게 했냐?”라는 질문에 대해 “요즘은 그래도 코로나도 많이 풀리고 군에서도 장병들의 신앙생활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 적극 장려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올 1월에 입대한 이현수 일병은 3군단 예하 12사단 군수지원대대에서 복무하고 있다.

2월 입대한 12사단 17포병여단 임승준(시몬) 일병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임 일병은 “처음 입대했을 시기에는 아직 미사도 막혀 있던 때라 신앙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또 그래서 마음도 많이 불편했다”며 “지금은 주일 미사를 매주 드릴 수 있고 성체도 모실 수 있다 보니까 주일을 기다리면서 한 주를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 참여한 용사는 30여 명, 과거 성당 마당까지 북적북적했던 것에 비하면 적은 수지만 그래도 자리를 제법 다 채울 정도였다. 더구나 이날은 오랜만에 태극본당에서 견진성사가 열린 날이어서 기쁨을 더했다.

3군단 특공연대 2대대 이재민(프란치스코) 상병과 태극본당 황은하(베로니카)씨가 견진을 받았다. 용사들을 현장에서 다시 만난 서상범 주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서 주교는 미사에서 “작년 4월에 주교 서품식을 했는데 코로나19로 부대 출입들이 지양됐기 때문에 사목 방문을 하지 못했다”며 “제한적이지만 미사하고 얼굴 맞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간만큼은 영적으로 풍요로운 은총을 하느님께 받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부모님을 위해서 기도하고, 한 주간을 살 수 있는 자양분을 얻을 기회로 삼는다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미사에 참여한 장병들을 격려했다.


▲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가 태극성당에서 이재민 상병에게 견진성사를 집전하고 있다.

▲ 서상범 주교가 간담회에 참석한 용사들에게 묵주를 선물하고 있다.




군에서의 신앙, 본당으로 이어지길

서 주교의 당부는 미사가 끝난 후 이어진 용사들과의 간담회에서 계속됐다. 서상범 주교는 “사람 한 명을 하느님께 데려오면 성당 성전 하나 짓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 있다”며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명씩 성당에 데리고 나와 세례를 받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교회가 젊어져야 미래가 있는데 요즘 제일 아쉬운 게 본당 공동체의 고령화”라며 “군에서 신앙생활 잘하고 제대해서 고향 본당에 가 청년 활동과 성가대도 하고 나중에 사목위원도 하라”고 덕담을 건넸다.

서 주교와 간담회를 마친 용사들이 나오자 본당 사목회 위원들이 사탕과 초콜릿, 과자가 가득 담긴 선물 꾸러미 하나씩을 전달했다. 한 사목위원은 “우리 용사들 당뇨병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훈련을 받다 보면 그럴 시간이 없을 것”이라며 농담을 건넸다. 이를 지켜보던 서 주교는 선물 꾸러미를 든 용사들을 다시 이끌고 성모상 앞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용사들과 만난 서 주교는 활짝 웃음을 짓고 사진을 찍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예비역 군 장성들로 이뤄진 이냐시오회 회원들이 손뼉을 치면서 성당의 분위기는 더 화기애애해졌다.



군종 활동에 관심과 후원 필요

하지만 현장에서 본 사목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3군단 예하인 12, 21사단에는 을지, 백두산 등 별도의 본당이 있지만 703특공연대 등 본부 직할대, 예하 부대인 3포병여단, 3공병여단은 모두 태극본당 관할이다. 그럼에도 용사들의 미사 참여자는 30여 명에 불과했다. 미사에 참여한 임승준 일병은 “생활관 동기들 가운데 성당에 나오는 사람은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며 “분위기상 주위에 권유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말을 하고 친해진 다음에 한 번씩 권유하는 정도로 선교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신부님들이 노력해서 미사에 참여할 수 있고 친교도 나눌 수 있는 모습을 보니 더 힘내서 활동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본당 주임 정천진 신부(육군 소령)는 “입대 전에는 성당에 다녔는데 군대에 오니까 근무도 서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힘들었는데 주말은 쉬고 싶다는 생각이 클 것”이라며 “코로나보다는 핸드폰이 더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사에 참여하는 용사 중에서 신자 비율은 절반이 채 안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태극본당 사목회장 주정용(바오로, 3군단사령부 화력처장) 대령도 핸드폰 사용 등 군내 상황 변화를 지목했다. 주 회장은 “용사에서 주어지는 자유가 핸드폰부터 해서 소소한 부분들까지 아주 많다”며 “굳이 여기(성당)로 오지 않더라도 부대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성당에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앙을 갖고 오는 데 건물이 그렇게 큰 영향을 줄까 싶긴 한데 그래도 와서 보면 깨끗하고 안락하고, 또 본인들이 어떤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최적화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노후화된 시설이 선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도 비췄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속속 해제되면서 새로운 희망이 꿈틀거렸다. 주정용 회장은 “우리 용사들이 성당 안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각자의 부대로 가서 한 사람씩 데리고 오고, 또 냉담 중인 전우들을 미사에 초대한다면 공동체가 커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주교는 이날 미사에 참여한 용사들에게 “예전에 국방부에서 미사할 때 여섯 명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렇게 오늘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어 힘이 난다”며 “여러분들이 신앙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힘이 돼 주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모범적인 생활로 군인으로서 또 신앙인으로서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군종교구 태극본당 주임 정천진 신부







“병사들이 미사 때 핸드폰을 보는 등 다른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다 듣고 있어요. 때로는 강론을 하면 미사 후에 자기들이 느끼는 것을 이야기해요. 병사들이 성당에 나오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자기들 나름대로 듣고 얻어가는 게 있습니다.”
 

군종교구 태극본당 주임 정천진 신부는 “매주 병사 20~30명이 미사에 참여하고, 그중에서 한 10명이 영성체를 하고 나머지 반은 성체를 모시지 않지만 계속해서 성당을 찾는다”고 말했다. 수원교구 출신인 정 신부는 2002년 12월 입대해 최전방 28사단에서 GOP 경계병과 조리병으로 근무했다. 2010년 사제품을 받은 후 2014년 군종장교로 다시 입대해 28사단과 50사단, 육군훈련소, 특전사를 거쳐 태극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조치가 대부분 해제됐지만, 현장에서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환경 자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병사들을 만나러 옆 사무실을 가는 것조차도 안 된다는 분위기가 만연했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더 신자들 한 명 한 명을 따로 만나 기도도 하고 식사도 하고 그랬습니다.”
 

정 신부는 비대면 사목에 대해서는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비대면 사목은 어디까지나 대면 사목을 대체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병사들에게 가톨릭평화방송에 좋은 분들 많이 나오니까 방송을 보라고 했습니다. 아니면 강론 내용을 병사들에게 전해주거나 공소에서 각자가 기도할 수 있게 해 준 적도 있습니다.”
 

정 신부는 현재 군 사목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핸드폰 사용 등 군내 여건 변화라고 밝혔다. “코로나 영향보다는 병사들에게 핸드폰 지급 여부가 군 사목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병사들은 자유롭게 핸드폰을 사용하는 게 당장은 즐거우니까 아무래도 미사 참여율이 떨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 신부는 육군훈련소 연무대본당 주임으로 복무할 때 많은 영세자를 배출한 사제다. 군 사목의 여건은 바뀌었지만 예전처럼 영세자를 늘리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 온 지 두 달 반 됐습니다. 이제는 부대를 많이 돌아다니려고 합니다. 예전 특전사에 있을 때 부대에 가면 장병들이 ‘아 신부라는 존재가 있구나’, ‘맞아 내가 옛날에 세례를 받았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제를 자주 봐야지 성당에 대해서 알게 되고 ‘한 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성당에 가만히 앉아서 ‘병사들이 언제 오나, 왜 안 오나’ 이런 걸 고민만 해서는 안 됩니다. 각 부대에 교육이든 위문의 형태가 됐건 최대한 찾아가다 보면 그중에 하나둘 씨앗이 뿌려져서 나중에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 신부는 나라를 위해 헌신ㆍ희생한 병사들의 명예와 예우를 증진하기 위한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에 1억 원 기부를 약정하기도 했다. 정 신부는 “‘하느님께 받은 건 하느님께 돌려드리고 부대에서 받은 건 일부분 부대에 돌려줘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기부를 시작했다”며 “서품 10주년이 되는 해에 먼저 1000만 원을 기부했고, 매달 150만 원씩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신부는 “‘병사들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각 부대에서 모범을 보이면 좋겠다’고 당부한다”며 “자기 전에 항상 ‘내가 좋은 신부로 살고 있나’, ‘내가 정말 좋은 사제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사제로서의 하루를 돌아본다”고 말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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