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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필요한 덕 꾸준히 수행하고 노력하세요”

“자신에게 필요한 덕 꾸준히 수행하고 노력하세요”

[김용은 수녀가 묻고 살레시오 성인이 답하다] 10. 사랑의 삶을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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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8 발행 [1678호]
▲ 작은 덕이 쌓여 성덕을 이룬다는 마음으로 내가 잘해낼 수 있는 하나의 덕을 목표로 삼거나 나에게 필요한 덕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살레시오 성인은 “한 가지 덕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많은 덕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다양한 형태의 성합.



사랑하올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께

안녕하세요. 성인께서 지난 편지에 ‘모든 유혹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사랑을 하라’고 하셨어요. 구체적으로 실천하라고요. 아마도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사랑인데요. 이 사랑이란 것이 참으로 모호하고 관념적으로 들릴 때가 있답니다. 그럼에도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랑이 무엇일까요? 너무도 익숙해서 사랑한다고 말만 해도 마치 내가 진짜 사랑을 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미움과 시기 질투와 험담이라는 유혹 앞에 깨어 기도하고 주님을 사랑하라는 성인의 말씀이 너무 당연한데요. 순간 어린아이가 된 듯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노래 가사와 영화는 사랑이 무엇인지 반복해서 말합니다. 끝없는 예술의 원천이기도 한 사랑, 어쩌면 예술인들의 직업이 사랑을 말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사랑전문가라 하면 종교인들이겠고요. 그런데 가끔은 ‘사랑’이란 말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성인께서는 정말 어떻게 사셨기에 ‘사랑의 성인’ ‘애덕의 박사’ ‘우정의 성인’이라 불리게 되었을까요? 사랑의 실천가이신 성인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사랑을 구체적으로 살고 싶은 김 수녀 드립니다.



사랑하는 김 수녀와 독자들에게


김 수녀의 말처럼 사랑이란 말을 많이 듣고 말하다 보면 관념에만 사로잡혀 그렇게 산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네요. 아마 나의 두 번째 편지에서일까요? 신심은 애덕에서 피어나는 불꽃이고 완전한 사랑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깐 사랑은 애덕으로 드러나요. 하느님께로 향한 사랑은 생물처럼 움직여 그 누군가를 향한 애덕으로 꽃피우니까요. 그럴 때 신심이고 완전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이 애덕이란 단순히 누군가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아요. 여왕벌이 날 때에 수많은 일벌에 둘러싸여 비행을 해요. 사랑은 사령관이 병사와 함께 움직이듯 다른 수많은 덕들을 이끌고 우리 마음속에 들어와요. 그런데 사랑은 저마다 때에 맞춰 튼실한 열매를 맺듯이 우리의 덕도 저마다 아주 다르게 다뤄져야 해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애덕의 색으로 옷을 차려입기 때문이지요.

덕이라고 하면 왠지 크게 느껴지고 어렵게 생각을 할 것 같아 작은 덕(little virtu)라고 말할게요. 평범한 작은 덕은 일상에서 꼭 필요한 덕이며 어디서나 필요한 덕이지요. 누군가 나에게 물었어요, 작은 덕행 하나 실천해서 언제 성덕에 이를 수 있냐고요. 그럴 때마다 난 힘주어 말했지요. 일 년, 십 년이 걸리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실천하려는 노력이라고요, 단 매우 구체적인 아주 작은 덕,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하나의 덕을 목표로 연습하기를 바란다고요. 하느님을 향한 그 어떤 것도 작은 것은 없답니다.

물론 덕 중에는 인류역사에 영향을 주는 위대한 덕이 있겠지요. 자신을 죽이고 남을 살리는 덕도 있겠고요. 엄청난 기부를 통해 가난한 이들을 살리는 덕도 있겠지요. 요즘처럼 유명한 연예인들이 재능기부도 있겠고요. 내가 살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수행자 중에서도 온유나 친절 겸손과 같은 내적 고행보다 금식과 맨발수행이나 매질과 같은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외적 고행을 더 선호하기도 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대단한 자선이나 기부 그리고 자극적인 외적 고행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나 봅니다.

하지만 남의 이목을 끄는 것보다 나에게 정말로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으면 해요. 예를 들어 성격이 급해 기다리지 못하고 쉽게 누군가를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인내의 덕이 필요하겠지요. 평소 자기주장이 강해서 사람들과 자주 부딪친다면 겸손의 덕을 수행하고요. 스스로 교만하다고 느끼면 아주 쉬운 첫걸음, 단순하고 친절하게 말하고 행동하세요. 친절함은 사랑의 꽃이랍니다. 화를 잘 내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온유함의 덕을 구해요. 가능한 한 부드럽고 조용하게 이웃에게 다가가는 연습부터 하고요.

이렇게 내게 필요한 덕을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 신심에 유익하고 이것이 바로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어떠한 덕이든 노력하다 보면 유혹도 죄도 막을 수 있고 동시에 모든 다른 덕과도 만나게 돼요. 욥이 인내의 덕을 쌓음으로써 많은 유혹과 싸워 다른 덕들을 살아갈 수 있었듯이 한 가지 덕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많은 덕을 만날 수 있어요.

‘사랑합니다’란 말은 ‘애덕을 실천할게요!’라는 의미의 사랑 고백이란 걸 기억해주세요.

예수님을 사세요! Live Jesus!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씀


         김용은(제오르지오, 살레시오 수녀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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