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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5주일 -하느님과 재물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5주일 -하느님과 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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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8 발행 [1678호]




세상에서 많은 것들을 지니고 또 누리지만 그 중 어느 것도 온전히 ‘내 소유’가 아닌 상황,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부족하고 약한 처지, 그것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집사’로 비유되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잘 관리하며 누리다가 그분께서 원하시는 때에, 원하시는 이들에게, 원하시는 방식으로 잘 내어드려야 할 ‘집사’의 소명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소명을 망각할 때가 참 많습니다. 자신이 갖고 누리는 모든 것들이 ‘내 것’이라고 착각하여 제멋대로 오남용하고, 그것이 천년만년 갈 것처럼 욕심부리고 집착하는 겁니다. 그러나 내가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하느님 앞에 서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은 손에 쥔 모래처럼 다 빠져나가 버리고, 하느님 앞에 ‘빈손’으로 서게 됩니다. 그런 우리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오늘 복음의 비유에 나오는 집사는 참으로 현명하게 대처한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내 손에서 사라질 재물들을 활용하여 그 재물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고, 그 대가로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된다면 그보다 더 확실한 ‘행복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주님은 우리에게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만들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한 가지 단어가 마음에 걸립니다. 왜 ‘불의한 재물’이라고 하신 걸까요? 여기서 ‘불의한’이라고 번역된 그리스어는 ‘부정한’ 혹은 ‘부당한’이라는 뜻입니다. 재물 그 자체가 의로운 것과 불의한 것으로 나뉜다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았더라도, 하느님께 받은 것을 가지고 마치 자기가 주인인 양 생색을 내며 그 대가로 구원을 요구하는 우리 모습이 부당할지라도, 나에게 세상의 것들을 맡기신 하느님의 마음과 뜻을 생각하며 그에 합당하게 쓰기 위해 노력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부정함이나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에서 당신 뜻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어여삐 여기신다는 것이지요.

개같이 벌어도 정승같이 쓰면 됩니다. 어떤 이들은 이 속담을 나중에 정승 같이 살려면 지금 하는 ‘개고생’쯤은 참아야 한다는 식으로 오해합니다만 그건 하느님이 바라시는 게 아닙니다. 돈을 벌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체면과 위신까지 깎아가며 힘들게 벌더라도, 그것을 쓸 때에는 꼭 필요하고 옳은 일에, 훌륭하고 값지게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을 만큼 모았고 충분히 누렸으니 이제는 주변에 베풀고 살겠다는 넓은 마음으로 잘 쓰면, 그의 곁에는 늘 좋은 ‘친구’들이 머무릅니다. 이 세상에서 삶의 기쁨과 행복을 함께 누리는 것은 물론, 심판의 순간 나를 위해 증언해주고 편들어줄 영적인 동지, 전우들이 늘어나는 겁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는 주님의 말씀을 충실히 실천한 덕을 보는 것이지요.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오늘 복음 말씀의 결론입니다. 자기가 지닌 재물을 ‘자기 것’으로 여겨 제 욕심대로 휘두르는 사람은 자신이 재물을 쥐고 휘두른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욕심과 집착으로 그 재물에 속박되어 그것의 ‘종’처럼 휘둘리며 살 뿐입니다. 하지만 재물을 ‘하느님의 것’으로 여겨 그분 뜻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그 어떤 욕심과 집착, 걱정과 두려움에도 속박되지 않은 채,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안에서 자유롭고 기쁘게 살아갑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주인이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인 ‘종’이 아니라, 그분 뜻을 온전히 헤아리고 받아들여 ‘하느님의 일’을 함께 해나가는 그분의 가족이자 동료가 되는 겁니다. 그래야만 삶의 참된 기쁨과 행복을 ‘하느님과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그건 재물이 주는 소소한 기쁨으로 만족하며 살 땐 절대 누릴 수 없는 것들입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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