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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길까지 비참하게 떠나고 싶지는 않아요”

“마지막 길까지 비참하게 떠나고 싶지는 않아요”

무연고자 김현빈씨의 ‘마지막 소망’… 비참한 죽음 피하려 홀로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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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4 발행 [1674호]
▲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무연고 사망자는 모두 2만 906명으로 10년간 3배 넘게 증가했다. 서울형 공영장례 추모서비스인 ‘그리다’를 통해 진행되는 무연고자 장례 모습. 6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는 무연고자 4명의 장례가 치러졌다.



“미혼이고 법률상 가족은 있지만 교류가 없어 사실상 무연고자입니다. 제가 사망했을 경우 시신이 부패되고 악취가 발생할 정도로 장기간 방치될 것이 예상되는데 이렇게 주변에 민폐 끼치며 가고 싶지는 않아 조속히 처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현빈(51, 가명)씨는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 이런 글을 올렸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 몸부림이었다. 시청, 구청,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기관 등에 문의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말만 돌아왔다. 글을 올린 인터넷 카페에서조차 그에게 연락하는 사람은 없었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무연고자들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씨 가족은 가난했다. 그의 형은 20살 때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고 누나도 결혼 후 연락이 끊겼다. 자식 노릇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3남매 중 막내였던 김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하지만 사이가 좋지 않던 부모님도 결국 이혼했다. 아버지는 절에 들어갔고 김씨가 모시던 어머니는 그를 버렸다. 그렇게 김씨의 가족은 해체됐다. “가족들과 관계도 끊어졌지만, 다시 이어지는 것도 원하지 않고 기대도 할 수 없습니다.” 그는 사실상 무연고자가 됐다.

김씨가 죽음을 준비하게 된 것은 2년 전부터 찾아온 몸의 변화 때문이었다. 체중이 급격히 줄고 시력도 나빠졌다. 그는 비참해지지 않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죽음이라고 하는 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망 후 장시간 방치되면 비참한 현장으로 변합니다. 그러면 제 시신을 수습하는 사람들도 힘들 테고요. 그걸 원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그나마 멀쩡한 모습일 때 수습이 되길 원하는 겁니다.” 김씨는 “가족이 제 장례를 치러주는 걸 기대할 수 없다”며 “그래서 죽음을 혼자 준비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어디서도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을 핑계 삼았다. 사회복지기관은 김씨를 자살 위험군으로 생각해 자살예방센터에 연계했다. 김씨는 “저 같은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없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방법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겐 필요한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무연고자들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연고자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드는 역할도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2년 1025명, 2013년 1271명, 2014년 1379명, 2015년 1676명, 2016년 1820명,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2019년 2656명, 2020년 3136명, 2021년 3488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무연고 사망자는 모두 2만 906명으로 10년간 3배 넘게 증가했다. 2021년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는 남성 2643명, 여성 739명, 미상 106명으로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3.5배 높았다. 연령별로는 남성의 경우 40대부터 증가 폭이 커졌고, 여성은 60세 이상에서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웰다잉연구소 강원남(베드로) 소장은 “내가 살던 익숙한 곳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옆에 있어주는, 고통 없는,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맞이하는 죽음이 좋은 죽음의 4가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죽음 이후 장례를 치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죽음을 통해 그들의 삶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그들이 왜 혼자 쓸쓸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 쓸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경우 한 번 넘어졌을 때 옆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때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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