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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없이 위패만 덩그러니… 죽음마저 외로운 무연고 사망자

영정 없이 위패만 덩그러니… 죽음마저 외로운 무연고 사망자

[우리 가운데 계시도다] 2.무연고 사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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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4 발행 [1674호]
▲ 서울시립승화원 내 유택동산에 고인의 위패와 유골이 놓여져 있다.



가족이 있지만, 가족이 없는 사람들. 생전에는 물론 죽어서조차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일컬어 ‘무연고자(無緣故者)’라고 한다. 무연고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핵가족화,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이웃과의 교류 단절, 빈곤 등 이유는 많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잘 보지도 그들의 소리를 잘 듣지도 못한다.

가난한 이들 곁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우리 가운데 계시도다’. 무연고자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마지막 배웅


6월 24일 수원시가 지원하는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현장을 찾았다. 빈소에 들어서니 적막이 흘렀다. 고인의 빈소에는 위패만이 놓여 있었다. 사진조차 없었다. 그의 생전 모습이 어땠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혼자 생활하다 요양병원 입원 중 지병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정보로 그의 삶을 짐작해볼 뿐이었다. 흐느낌이나 이야기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빈소에서 위령기도 소리가 적막을 깼다. 이날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장례는 수원교구 연령회연합회(회장 김태은, 영성 지도 심재형 신부, 이하 연합회)가 주관했다. 연령회 회장을 비롯한 회원 9명이 고인을 위해 바치는 위령기도 소리가 40분가량 울려 퍼졌다. 위령기도를 바치는 동안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문상객은 아무도 없었다.

연도가 끝나고 연령회원들마저 하나둘 자리를 떠난 빈소에 잠시 머물렀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았습니까’, ‘눈을 감는 순간 누구를 떠올렸습니까’. 고인에게 물었지만,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향로에는 자신의 몸을 태우는 향이 재를 떨구며 스러졌고 포장지도 뜯지 않은 부의록은 다음에 차려질 빈소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 수원교구 연령회연합회 회원들이 고인을 위해 위령기도를 바치고 있다.



낯선 이의 장례식

공기가 물기를 가득 머금은 6일 서울시립승화원에는 비가 오락가락했다. 서울시립승화원에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배웅을 하고 있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무연고자 4명의 장례도 함께 치러졌다.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치러지는 무연고자 장례는 서울시가 지원한다. 서울형 공영장례 추모서비스인 ‘그리다’이다. 빈소는 서울시립승화원 2층에 마련됐다. 빈소에 도착하니 무연고자 장례를 진행하는 단체인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공영장례 수행업체 관계자들이 예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낮 1시가 되자 오후 장례가 시작됐다. 예식은 고인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상주가 분향한 후 마지막 술과 식사를 올렸다. 이어서 조사 낭독이 이어졌다. 무연고자 장례는 한 번에 2명씩 진행된다. 오후에는 유가족이 없어 공영장례 수행업체 관계자 2명이 상주가 됐다. 오전 장례에는 유가족이 함께했다. 예식은 10분 정도 진행됐다. 예식이 끝나고 화장을 하기 전 20분 정도 빈소에 머물렀지만 다른 빈소와 달리 이곳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나눔과나눔 직원만이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오후 1시 30분이 되고 화장을 위해 운구를 하는데 뒤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눔과나눔, 공영장례 수행업체 관계자들이 서울시립승화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운구할 뿐이었다. 고인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과 쓸쓸함이 느껴졌다. 화장이 끝난 후 고인은 서울시립승화원 내 유택동산(화장장에 유골을 뿌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장소)에 모셔졌다.


▲ 공영장례 수행업체 관계자가 위패종이를 태우고 있다.


▲ 공영장례 수행업체 관계자가 고인의 유골을 유택동산에 모시고 있다.



무연고자 70%, 시신 인수 거부당해

무연고자 장례식은 위의 사례처럼 유가족이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 등을 들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와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2021년 전국에서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 3488명 중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포기한 경우는 70.79%에 달하는 2469가구다. 2016년 622건보다 296.95% 증가했다.

수원시 관계자에 따르면 6월 24일 장례를 치른 고인 역시 가족은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무연고자라고 하면 담당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해 연고자를 찾는다. 수원시 관계자는 “시는 2021년 8월부터 무연고자 장례를 지원했는데 고인이 사망한 뒤 병원비를 낼 수 없거나 장례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등 경제적인 이유로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80% 정도 된다”고 말했다.

나눔과나눔 박진옥 상임이사는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고인이 병원에서 사망하는 경우 평균적으로 500만 원 정도의 병원비가 발생한다”며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여건을 가진 연고자가 1000만 원가량 드는 장례비를 부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5년 장례부터 장묘까지 드는 총 장의비용이 평균 1380만 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공영 장례의 필요성이 대두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무연고자 장례의 현주소

정부는 2021년 12월 장사법을 개정해 지자체가 장례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의무조항은 아니기 때문에 관련 조례가 마련된 광역지자체는 전체 17곳 중 11곳, 기초지자체는 전체 226곳 중 51곳에 불과하다.

법이 개정됐지만, 무연고자 누구나 공영장례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복지부는 “무연고 사망자 발생 현황이 지역별로 편차가 크기 때문에 공영장례를 의무로 정해 예산을 마련하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공영장례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만큼 거주 지역에 따라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해 정부 차원의 공영장례 지원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지자체의 신청을 받고 있으며 장례식장과 같은 분향시설이나 빈소를 갖춘 운구용 버스에서 장례의식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서울형 공영장례 추모서비스인 ‘그리다’ 빈소 모습.



무연고자 장례, 영국은

영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37년 앞선 1984년 ‘공중 보건(질병 통제)법’을 제정해 지방정부가 관내에서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를 책임지도록 했다. 영국 주택·지역사회·지방정부는 ‘공중 보건 장례’의 모범 사례 지침을 제공한다. 영국 지방정부는 이 지침에 따라 존엄한 죽음의 전제가 되는 ‘존엄과 존중 보장 원칙’, ‘유족 배려의 원칙’, ‘투명성의 원칙’을 준수한다.

우선 존엄과 존중 보장 원칙이다. 영국은 고인의 뜻에 반한다고 믿을 만한 사유가 있다면 고인을 화장하지 않는다. 만약 영국에 있는 이주노동자가 사망하고 무연고 사망자가 되었다면 그의 국가 장례문화까지 고려해 매장이나 화장을 결정한다.

다음은 유족 배려의 원칙이다. 영국 지방정부는 무연고 사망자의 가까운 친척을 찾기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 공공기관에 보관된 고인 관련 모든 기록을 검색하고 고인의 친구, 지인과 이웃에게까지 문의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고인의 재산을 찾거나 거주지에 들어가 유언장이나 유품 등을 확인한다. 또한, 종교단체나 커뮤니티에 연락을 시도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투명성의 원칙이다. 영국 지방정부는 누리집에 ‘공중 보건 장례’에 대한 서면 정책을 발표하며 모국어인 영어가 아닌 시각 장애인용 점자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무연고자 장례 위한 제도 정비해야

우리나라에서도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정부가 나선 건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한국은 무연고자의 시신을 장사법에 따라 5년간 매장 또는 봉안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화장해(기존의 화장한 경우는 제외) 장사시설 내에 뿌리거나 자연장 한다. 고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5년이 지나면 화장하는 것이다. 고인의 유족을 찾을 때도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은 영국과 비교된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2016년 죽은 이의 매장과 화장된 유골의 보존에 관한 훈령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을 발표해 매장을 장려하고 있다. 죽음으로 영혼과 육신은 분리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육신에 썩지 않는 생명을 주셨으며, 이 육신은 우리의 영혼과 다시 결합해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인 부활신앙에 따라서다. 화장한 유골을 수목 등 밑에 묻는 것 또한 일부 허용하고 있으나, 나무 주위에 뿌리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는다.

수원교구 연령연합회 김태은(안셀모) 회장은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봉사를 하면서 지켜본 결과, 그들의 유해는 자연장 중에서도 나무 등의 근처에 뿌리는 방식으로 처리된다”며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창조 사업으로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고 생을 마감하는 건데, 무연고자의 종교와는 관계 없이 일괄적으로 유해를 처리하는 데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가톨릭, 개신교, 불교, 원불교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본당 신자인 경우 장례 미사를 거행할 수 있지만, 교회에 가르침에 맞는 장사까지는 아직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복지부에서 해마다 ‘장사 업무 안내’를 발표해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지만, 외국어나 장애인을 위한 점자로 제공하지는 않는다. 장사 업무 매뉴얼에 대한 미비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무연고자라도 고인의 죽음을 애도할만한 친구나 지인 등은 있다. 하지만 이들이 무연고자의 장례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서 부고를 게시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부고는 고인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이 장례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례 일정을 미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대부분의 지자체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부고 게시를 생략한다.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2022년 장사 업무 안내’를 보면 무연고자 시신이 발생했을 때 부고 게시 절차 없이 장례의식을 거쳐 시신을 처리하고 이에 대한 공고를 하게 돼 있다. 고인의 종교를 고려해 관련 의식을 제공하거나 고인이 생전에 원하던 장례를 지원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나눔과나눔 박진옥 상임이사는 “연고자가 없다는 것이 사회와 단절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무연고자의 마지막을 외롭게 만드는 것이 과연 연고자의 부재뿐이냐”고 되물었다. 무연고자를 외롭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연고자가 있는 사망자, 다시 말해 죽음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부고조차 무연고자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변화를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

김태은 회장은 “무연고자들의 경우 요양병원이나 의료기관에서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지만, 집에서 혼자서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다”며 “이웃 간에도 서로 왕래가 없다 보니 돌아가시고 나서도 바로 발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회장은 “무연고 사망자들을 볼 때마다 ‘혼자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롭게 돌아가셨을까’하는 것을 느낀다”며 “정부나 지자체, 종교단체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지면 무연고 사망자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연고자 장례의 경우 예를 갖춰 모시는 장례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또 슬퍼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많은 이의 돌봄 속에 마지막을 준비해드리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신을 무연고자라고 밝힌 김현빈씨는 공영 장례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씨는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내내 세금을 내는 국민이니 당연히 치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그런 것에 너무 인색하지 않았으면 한다. 생명이 끊어지면 짐짝처럼 불필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있는데 그러면 삶이 너무 비참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는 죽음을 아름다운 도착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름답진 못하지만 적어도 비참하진 않은 마지막을 맞고 싶다”고 호소했다.

“존엄한 죽음이요? 방치되지 않는 것이요. 방치되지 않는 것이 존엄함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무연고자 장례란

무연고자 장례가 치러지는 경우는 연고자가 없는 사람이거나 고인의 신분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했을 경우 등이다.

보건복지부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에서 정한 ‘가족 대신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의 예시를 4가지로 제시했다.

공부상으로 확인되지 않으나 사실상 가족관계인 사람, 조카와 며느리 같은 친족 관계, 장기·지속적 동거부양 돌봄 관계, 사실혼 관계 등 이다. 무연고자의 장례는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다. 장례는 담당 지자체에서 장례식장이나 장례업체에 위임한다. 무연고자 장례는 대부분 무빈소로 진행된다. 빈소를 마련해서 조문을 받는 절차가 없다는 뜻이다. 무연고자 장례 예식은 일반적인 장례 예식과 달리 간소하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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