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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 철수 영웅’ 라루 선장, 창작오페라로 만난다

‘흥남 철수 영웅’ 라루 선장, 창작오페라로 만난다

창작오페라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 7월 부산·거제·김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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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6 발행 [1668호]




6·25전쟁 통에 1만 4000명의 생명을 살린 라루 선장(마리너스 수사)을 기리는 창작오페라가 무대에 오른다.

가천대 이용주 교수가 극과 곡을 쓰고, 오픈씨어터 이혜경 대표가 각색과 연출을 맡은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

무대는 1950년 12월 미군의 대대적인 후퇴작전이 진행 중인 흥남항구에서 출발한다. 흥남항에는 미군과 한국군 10만 5000명을 비롯해 피난민 9만 명이 운집해 있었으나, 피난민을 생각하지 못한 미군은 군인들만 안전하게 철수시키려 한다. 이에 당시 한국인 의사 현봉학 민사고문은 에드워드 알몬드 미 제10군단장을 설득해 병력과 장비를 싣고 남은 자리에 피난민을 태우게 되나, 모두가 북한을 벗어나기는 역부족이었다.

작전에 투입된 200여 척의 배, 레너드 라루 선장이 지휘하던 메러디스 빅토리호도 그중 하나였다. 이름 뒤에 ‘빅토리’가 붙은 일련의 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짐과 장비를 실어 나르는 화물선. 철수 막바지에 흥남부두에 도착한 빅토리호의 라루 선장은 배에 실린 모든 무기를 버리고 피난민을 최대한 태우라고 명령한다. 피난민들도 자신의 짐을 버리면서 빅토리호에는 모두 1만 4000명이 탈 수 있었다.

빅토리호는 28시간 동안 항해해 12월 24일 부산항에 도착했지만, 이미 피난민이 가득 찼다는 이유로 입항이 거절된다. 라루 선장은 50마일을 더 항해해 크리스마스인 25일 거제도 장승포항에 닻을 내린다. 음식과 물, 의약품이 모두 부족했지만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고, 항해 도중 5명의 아기까지 태어나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렸다. 또 약 10만 명의 피난민이 몰려든 거제도에서는 지역민이 머물 곳과 먹을 것을 나누며 그들을 도왔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은 1만 4000여 명의 생명을 살린 라루 선장을 기리는 공연이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전국 공연예술 창·제작·유통 협력 지원 사업에서 오페라 부문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된 작품이다.

이혜경 연출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흥남항의 처절한 모습부터 사흘간의 항해 속에 감도는 극한의 긴장과 공포, 고립은 물론 사랑과 연민, 희망을 녹여냈다”며, “특히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고 극적 효과를 더하기 위해 다양한 영상과 사운드를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라루 선장의 인류애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에 나가는 사람이 배우는 첫 번째 교훈 중 하나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 교훈은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흥남에서 내가 했던 일은 이 계명을 실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1960년 미국 정부가 그의 인도주의적 공로를 인정해 훈장을 주었을 때 마리너스 수사가 남긴 말이다. 그는 더 이상 선장이 아니었다. 1954년 미국 뉴저지 성베네딕도회 뉴튼수도원의 수도자가 되어 2001년 선종 때까지 자신의 삶을 주님께 봉헌했다. 그의 수도명은 마리너스(Marinus)로, ‘바다(marine)’가 아니라 ‘성모 마리아(Maria)’에서 따왔다고 한다. 현재 마리너스 수사는 교황청으로부터 시복 추진을 승인받은 ‘하느님의 종’으로 신자들의 현양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군산시향 백정현 상임지휘자의 지휘 아래 국내 정상급 성악가와 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 메트오페라합창단, 거제시소년소녀합창단 등이 함께하는 공연은 7월 1~2일(금 19:30, 토 16시) 부산을숙도문화회관을 시작으로 7월 7~8일(19:30) 거제문화예술회관, 7월 22~23일(19:30) 김포아트빌리지 야외공연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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