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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조부터 한국 전쟁까지, 순교자 ‘시복 통합’ 추진 마무리

조선 왕조부터 한국 전쟁까지, 순교자 ‘시복 통합’ 추진 마무리

‘하느님의 종 81위’ 시복 안건 예비심사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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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9 발행 [1667호]
▲ 하느님의 종 81위 시복 안건 예비심사 재판관 조환길 대주교가 법정 직책자들과 청원인, 역사 및 고문서 전문가, 교구 수도회 가족 증인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종료 회기를 진행하고 있다.

▲ 하느님의 종 81위 시복 안건에 대한 예비심사 문서.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이하 하느님의 종 81위) 시복 안건 예비심사가 종료됐다. 이로써 한국 가톨릭교회는 교회 태동부터 한국전쟁 시기까지 신앙에 대한 증오 때문에 죽임을 당한 순교자와 증거자들에 대한 주교회의 차원의 시복 통합 추진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 곧 조선 왕조 치하와 근현대 순교자와 신앙의 증거자에 대한 한국 교회 차원의 통합적인 시복 재판을 모두 일단락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평가될 일이다. 앞으로는 이미 교황청 시성부에 상정된 124위 복자의 시성건과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건, 하느님의 종 133위와 하느님의 종 81위의 시복 안건에 대한 실무를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계속해서 담당하겠지만, 새로운 시복 추진 안건은 이제부터 교구별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 교회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

시복 추진 대상자인 하느님의 종 81위는 한국 교회의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이다. 81위 가운데 78위가 1950년 한국전쟁 전후에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증오 때문에 공산주의자들의 조직적인 박해로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이다. 나머지 3위는 1901년 제주도 신축교안으로 순교한 신재순(아우구스티노), 중국 공산당의 박해로 1951년 흑룡강성 강제수용소에 15년간 갇혀 있다가 1974년에 병사한 김선영(요셉) 신부, 가톨릭 선교 활동에 대한 시기심에 개신교 신자들의 음해로 공산주의자란 누명을 쓰고 피살된 송해붕(요한 세례자)이다. 이들 3위는 순교 배경은 다르지만, 신앙 때문에 희생된 순교자들이다.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를 비롯해 북한 지역에서 피랍돼 옥사하거나 피살된 하느님의 종들은 모두 35위이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국전쟁 이전에 체포됐다. 또 한국전쟁 때 서울, 대전 등 남한 지역에서 체포돼 북송된 뒤 중강진까지 이르는 ‘죽음의 행진’으로 순교한 하느님의 종들은 패트릭 번 주교를 비롯해 11위가 있다.

하느님의 종 81위 가운데 27위는 피랍돼 행방불명된 뒤 순교 정황이 확인된 이들이다. 홍용호 주교를 비롯한 19위는 한국전쟁 발발 전 북한 지역에서 피랍됐다. 이재현(요셉) 신부 등 나머지 8위는 서울에서 피랍된 이들로 인천 상륙작전 직후인 1950년 9월 16~18일 사이 북한군이 퇴각할 때 처형된 이들로 생존자의 정황 증거를 통해 순교 사실이 확인됐다.

하느님의 종 81위 시복 안건 예비심사 재판관 대리 박선용 신부와 검찰관 이정주 신부, 청원인 류한영 신부는 하나같이 “순교 일시와 장소가 특정되지 않아 시복에 지연 요소가 될 가능성은 당연히 있지만,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공산당에서의 박해와 처형의 형태는 국제사회에서 거의 같은 방식(체포-처형-증거말살-시신훼손 등)으로 경험된 내용이기에 ‘윤리적 확실성’에 따른 정황 증거뿐 아니라 생존자의 증언이 있어 충분히 순교 사실이 인정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리적 확실성은 ‘물리적 확실성’의 반대되는 법률 용어로, 물증이 확보되지 않을 때 그간의 행태와 사례를 통해 사건의 앞뒤를 연결할 때 정황적으로 당연한 결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법적 증거가 된다.



하느님의 종 81위 시복 추진 배경과 과정

하느님의 종 81위에 대한 시복 안건 추진은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최근까지 신앙에 대한 배척 때문에 피를 흘린 모든 이를 미래에도 기억하자”고 호소하면서 전 세계 모든 지역 교회에 20세기 순교자들의 인명록을 만들어 이들의 시복시성을 준비해 달라는 요청으로 촉발됐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는 2007년 그동안 교구별로 조사, 수집해온 한국 교회 근현대 수난사와 순교자들에 관한 자료에 대한 조사 작업을 주교회의 차원에서 통합 정리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해 봄 정기총회에 정식 제안했다.

주교회의는 2008년 봄 정기총회에서 한국 교회의 근현대 신앙의 증인, 특히 1950년 전후 시기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증오 때문에 공산주의자들의 조직적 박해로 순교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 대한 조사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본격적으로 시복 추진을 결정했다.

주교회의는 2009년 가을 정총에서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조사를 시복시성주교특위에 맡겼다. 이어 주교회의는 2010년 봄 정총에서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통합 추진을 승인했다. 아울러 주교회의는 2013년 봄 정총에서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안건 제목을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로 정하고, 본 안건을 추진하는 청구인이 되어 2013년 3월 교황청 시성부에 예비심사 관할권을 서울대교구에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복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46위가 서울대교구(평양교구 포함) 소속이기 때문이었다.

시성부는 곧바로 그해 4월 26일 교령으로 시복 추진을 허가했다. 이에 당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주교회의 시복시성특위 위원장 안명옥 주교에게 예비심사 관할권을 위임했고, 시복시성특위는 2013년 3월부터 ‘역사 및 고문서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시성부는 2015년 7월 3일 예비심사를 위한 시복 법정 개정에 ‘장애 없음’을 교령으로 통보했다. 이에 시복시성주교특위는 법정 직책자와 청원인 등 재판진을 구성해 2017년 2월 22일 하느님의 종 81위 시복 안건에 대한 예비심사 법정을 개정했다.

이후 예비심사 법정은 총 25회기를 진행하면서 하느님의 종 81위의 생애와 순교 사실, 순교 명성에 관해 증언을 청취하고, 이들의 순교지, 활동지 등 현장 조사를 시행해 하느님의 종들에 대한 ‘공적 경배 없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2022년 5월 13일 문서 대조 회기를 끝으로 하느님의 종 81위 시복 안건에 대한 일련의 예비심사 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6월 7일 종료 회기로 폐정했다.



의미와 전망

하느님의 종 81위 시복 예비심사는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하느님의 종 81위 시복 안건에 대한 예비심사가 종료됨으로써 조선 왕조와 한국전쟁이라는 두 시대의 순교자들에 대한 한국 교회 차원의 시복 통합 추진 시복 안건이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간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 추진은 한국 교회의 뿌리 영성이라는 차원에서 당위론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 경우는 국내외 정치적인 현실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기에 추진의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둘째, 민족상잔의 비극과 상처로 점철된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삶과 죽음으로 증언한 순교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시복 운동이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우리 민족의 깊은 상처와 아픔을 보듬고 남북으로 분단된 현실을 사는 신앙인으로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을 모색하는 계기로 시복을 추진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 교회의 시복 예비심사가 종료됨에 따라 하느님의 종 81위의 시복 추진 안건은 본 심사인 시성부 재판 절차만 남게 됐다. 이 절차를 통과하면 모두 순교자인 하느님의 종 81위는 기적 심사 없이 복자로 선포된다.

재판관 대리 박선용 신부는 “하느님의 종 81위 시복 심사 전망은 평가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수많은 순교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명확히 확인했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나아가 좀 더 전문적 연구를 통해서 순교에까지 이르게 한 그분들의 놀라운 신앙의 용기와 교회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된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일깨웠다. 이것으로 조선 왕조 시대의 순교 정신에 이은 또 다른 시대의 박해에서의 순교 정신을 확인하고, 오늘날의 우리 모두에게 큰 모범이 된 것에 감사를 드리게 된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신부는 “시복은 하느님의 선물이지, 우리가 추구할 목표와 성취의 대상, 수단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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