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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나무에 대한 오해와 진실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2)아카시꽃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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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2 발행 [1663호]



동구밖 과수원길은 아니더라도 아카시꽃에 대한 향수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듯하다. 봄이 무르익으면서 피기 시작하는 아카시꽃은 우리나라 곳곳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라서 누구라도 다 알 수 있다. 흔히 아카시아꽃이라고 불려왔지만 아카시아는 사실 나무 이름이 아니고 속명이며, 그 속에는 약 500여 종의 나무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혼돈을 피하기 위해 학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 나무를 ‘아카시’라고 부르길 권장하고 있다.

아카시꽃은 피기 시작하면 주변이 그 향기로 가득 찰 정도로 향이 강하고 멀리 퍼진다. 그래도 늘 맡아오던 익숙한 향기라 그런지 친근하고 거부감이 없는 향기이다. 그래서 한 번쯤 씹어 보았을 껌에도 이 향이 브랜드가 되기도 하였다. 또 아카시 꿀은 가장 흔히 접하는 꿀이다. 아카시 꿀은 연간 1000억 원어치가 시장에 팔리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꿀의 70~80%를 차지한다고 한다.

불과 반세기 전 민둥산이었던 우리나라를 울창한 숲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나무를 찾으라면 아카시나무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오리나무, 리기다소나무 등과 함께 먼지만 날리던 척박한 국토를 안정되게 만들고, 대기에 있는 질소를 땅으로 끌어들여 비옥하게 만든 비료 나무였다. 당시 필요한 땔감을 채취하기 위해 나무들이 훼손되었는데 아카시나무로 연료림을 조성하여 숲이 파괴되는 것도 막아주었다.

이런 아카시가 한때 쓸모없고, 없어져야 할 나무라고 천대를 받았었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들어와 너무 흔히 볼 수 있고, 산에 있는 묘지 근처에서도 많이 자라서 없애고자 하는 나무여서 그랬을 것이다. 사람들은 참 잔인하게도 뿌리를 자르고, 농약을 쳐가며 없애려 했다. 아카시나무도 생물인지라 이렇게 학대를 받고 생존의 위협을 받으면 더 강력하게 살려는 몸부림을 친다. 그래서 모든 힘을 다해 더 뿌리를 뻗고 자라다 보니 몹쓸 나무란 오명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사람의 생각일 뿐, 아카시나무의 입장으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해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조림 성공국을 만들어주었고,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선물했으며, 거기에다 꿀까지 얻게 해서 돈도 벌게 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런 억울함을 꾹꾹 참고 아카시나무는 묵묵히 우리 주변에서 매년 이맘때 꽃을 피우고 어릴 적 추억을 선사한다.

이런 아카시나무가 이제는 점점 사라져간다고 한다. 양봉을 하는 분들은 매년 줄어드는 꿀 생산량에 시름이 깊어지고 위기감을 느낀다고 한다. 아카시나무의 평균 수명이 약 40~50년 정도라니 국토녹화 때 심었던 나무들이 사명을 다 하고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같이 환경오염이 심한 때에 아카시는 대기의 질소를 흡수해서 공기를 맑게 하고, 또한 다양하게 약용으로도 쓰인다니 더욱 안타깝다.

다행히 산림청에서는 이러한 아카시 나무의 이로움을 인식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나무로 다시 심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아카시나무는 터무니없는 오해와 손가락질에도 참아내고 제 몫을 다하는 우직함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신원섭 라파엘(충북대 산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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