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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가족 세미나(이서원, 프란치스코, 한국분노관리연구소장)

[신앙단상] 가족 세미나(이서원, 프란치스코, 한국분노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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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 발행 [1646호]



제일 가까운 사람이면서 가장 먼 사람은 누구일까요. 답은 가족입니다. 늘 가까이 있어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남보다 더 모르는 사람이 가족일 수 있습니다. 어느 해, 가족들끼리 세미나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형제들에게 온 가족이 모여 세미나를 하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물었더니 다들 반응이 시큰둥했습니다.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눈치였습니다. 이번에는 10대와 20대였던 조카들에게 가족 세미나를 하면 참석하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조카들이 가장 먼저 보인 반응은 호기심이었습니다. 그게 뭐냐는 거였습니다. “응, 가족들이 다 모여서 너희들이 발표하고 삼촌이나 고모들이 질문하는 거야.” “야, 재미있겠다, 해요, 삼촌.” 조카들의 호기심과 응원 덕분에 엄마, 아빠들이 동의하여 첫 번째 가족 세미나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가족 세미나의 주제를 ‘나의 꿈, 나의 미래(My dream, My future)’로 정해 조카들이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온 조카는 뉴질랜드로 가서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죽고 싶은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는 이야기로 부모는 물론 할머니와 다른 가족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방학에 집에 왔을 때마다 아이에게 그저 잘 있다는 말만 들어오던 가족으로서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눈물을 흘릴 때 가족들이 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저 깊은 마음속 사정을 모르고 있었구나!’ 반성이 되었습니다. 조카는 장래 꿈이 디즈니 같은 회사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온 조카는 온 세상의 땅을 발로 밟아보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고모부가 물었습니다. “돈은 어떻게 할 거야.” 그 말에 조카가 대답했습니다. “네, 그것만 문제인데요.” 온 가족이 뒤집어졌습니다. 그 뒤 세 명의 조카도 자기 속마음과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부모와 가족들은 늘 알고 있던 자식, 조카가 아니라 마치 처음 만난 모르는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계속 입이 벌어졌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아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와 가족이 모르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때론 황당하기까지 한 미래에 대한 꿈을 꾸며 그 꿈을 향해 외롭게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걸 왜 쓸데없이 하냐고 하시던 할머니는 가족 세미나를 마치고, 몇 번이나 이런 가족 모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저런 마음으로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줄 모르고, 그저 몸 건강하고 헤헤거리며 잘 지내는 줄만 알았다는 거지요.

가족 세미나 후에 많은 변화가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은 꿈을 하나씩 이루어나가고 있고, 그것을 아는 가족들은 격려와 도움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진짜 가족이 된 것입니다. 어느 신학대 학생이 자신의 장점은 예수님을 아는 것이고, 단점은 잘 알지는 못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족도 그런 게 아닐까요. 가족을 잘 알고 하느님도 잘 아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가족 세미나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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