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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가정의 향기 -가정, 가정 사목의 주인공-

[담화] 가정의 향기 -가정, 가정 사목의 주인공-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위원장 이성효 주교 제21회 가정 성화 주간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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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3호]

▲ 이성효 주교


가정의 향기

-가정, 가정 사목의 주인공-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반포 5주년을 맞아, 2021년 3월 19일부터 제10차 세계 가정 대회를 마치는 2022년 6월 26일까지를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교황께서는 「사랑의 기쁨」을 통하여 가정이 전 세계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십니다. 우선적인 원인은 인간학적 문화적 변화의 영향입니다. 지나친 개인주의의 확대로 타인과의 내적 친밀감과 여유로움을 상실하고, 가정 구성원 개인이 점차 가정의 영향을 덜 받는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가정 안에서 가족 간의 내적 친밀감을 잃게 되었습니다. 개인주의 문화가 가져오는 긴장은 가정 안에 편협함과 갈등, 때로는 적대감까지 불러일으킵니다. 다른 원인은 혼인과 가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타락입니다. 삶의 피곤함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가정을 꾸리지 말라고 압박하는 문화적 현상들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혼인과 가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끔 합니다.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리기를 단념하도록 유혹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기쁨」은 공동체적 사회적 차원에서 공권력이 가정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오늘날 가정은 일자리와 관련되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돈독한 가족 관계를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사랑의 기쁨」, 32-44항 참조).

우리는 이러한 위기와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의 시련을 겪으며, 이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 가정의 본모습을 되찾고, 가정의 참된 가치를 다시 숙고합니다. 가정은 사목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입니다(「사랑의 기쁨」, 200항 참조). 가정의 구성원 각자가 가정 사목의 주체이며 주인공임을 인식하고 자신의 소명과 책임을 되돌아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가정은 조급함의 시대에 맞서 내적 친밀감과 여유로움을 회복하는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이 온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간의 향기’를 발하는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시간의 향기」, 78면 참조). 「사랑의 기쁨」은 “무관심하고 무정한 개인주의”(「모든 형제들」, 209항)와 “영혼 없는 실용주의”(「모든 형제들」, 187항)를 넘어서는 가정의 향기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가정은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성장하며 그분의 사랑으로 거룩해집니다. 혼인성사로 맺어진 부부는 온전한 자기 증여로 둘이 하나를 이루며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완전성에 참여합니다.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혼인한 부부가 누리는 사랑의 기쁨은 인간적인 사랑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적인 사랑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부부가 선포하는 기쁜 소식은 다른 가정에 복음이 되어 그리스도의 거룩함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렇듯 그리스도의 성사로 맺어지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성장하여 거룩해진 가정은 그 자체로 교회가 되어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는 자신의 사명을 완수합니다.

지금 보편교회는 세계주교시노드를 소집하며 모든 교회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시노드 정신이란,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며, 참여를 통하여 친교를 이루고, 함께 나아가며 주님의 사명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교회 본연의 모습이며, 가정 교회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가정 안에서 시노드 정신의 온전한 구현을 체험합니다. 가족 구성원이 함께 모여 하느님께 드리는 흠숭과 찬양의 기도는 경청하는 교회이며, 부모가 자녀에게 베푸는 자비와 온유한 사랑은 친밀함의 교회입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모두 ‘함께 걷는’(시노드) 모습은 복음 선포의 사명을 실천하는 순례하는 교회, 시간의 향기를 발하는 교회입니다.

기도 안에서 서로 경청하고, 자비와 온유로 친밀함을 나누며, 함께 순례의 길을 나서는 가정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입니다. 인간학적 변화와 문화적 타락, 개인주의의 만연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오늘날 가정의 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인 가정이 구현하는 이러한 모습은 불확실한 세상을 비추는 빛이요 부패를 막는 소금입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보내며 교회는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가 이루는 가정의 성화는 인류의 빛이며 교회의 미래입니다. 그리스도인 성가정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경청하는 교회, 친밀함의 교회, 순례하는 교회입니다. 우리를 인도하시는 성령께 의탁하며, 순례의 여정에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이, 주님 성탄의 신비 안에서 거룩함의 은총으로 가정의 향기를 세상에 발하기를 기도합니다.

2021년 12월 26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위원장 이 성 효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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