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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없어도 정성껏 성경 필사 “하루라도 빠지면 찜찜합니다”

두 팔 없어도 정성껏 성경 필사 “하루라도 빠지면 찜찜합니다”

성서 주간에 만난 사람 - 7년째 붓글씨로 성경 필사하는 의수 화가 석창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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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1 발행 [1638호]
▲ 성경을 필사하다가 잠시 고개를 든 석창우 화백은 “어떤 특정한 말씀이 마음에 들어온다기보다는 모든 말씀이 베스트”라며 “죽을 때까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쓰겠다”고 다짐한다.

“손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날마다 성경을 필사할 생각입니다.”

의수(義手) 로 그림 그리는 석창우(베드로, 65) 화백. 그의 본업은 그림이지만, 요즘은 성경에도 푹 빠져 있다. 2015년 1월부터 3년 6개월에 걸쳐 개신교 성경을, 2018년 7월부터 3년 1개월간 가톨릭 성경 필사를 끝냈지만, 요즘도 그는 날마다 3시간씩 성경 필사에 매달린다. 최근에도 39일에 걸쳐 요한복음을 필사했고, 이에 앞서 마르코복음과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도 붓으로 옮겨 썼다. 제37회 성서 주간(21∼27일)을 앞두고 그에게 성경 말씀에 맛 들이며 살아가는 얘기를 들었다.

“하루라도 성경을 필사하지 않으면, 마음이 찜찜해 잠을 못 이룹니다. 처음엔 하루 10시간씩 죽기 살기로 쓰다가 몸살이 나서, 한 달을 앓았어요. 그래서 이게 아니구나, 싶어 하루 5∼6시간으로 줄였고, 요즘은 하루에 3시간만 씁니다. 여행을 다녀오거나 행사 참석으로 귀가가 늦으면 새벽 두세 시까지 말씀을 써야 잠을 잘 수 있습니다.”

그의 성경 필사는 손으로, 눈으로 두 번 필사하는 게 특징이다. 붓으로 화선지에 말씀을 옮길 땐 한 획 한 획씩 쓰는 데 집중하고, 그다음엔 필사한 내용을 다시 읽고 묵상하며 마음 밭에 새긴다. 그런 과정을 7년째 반복하니, 말씀이 저절로 마음에 들어와 생동한다. 그 말씀을 그림에 옮겨 형상화한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면서 행사나 강의가 중단돼 필사에 더 매달리게 됐는데, 열왕기를 쓰다가 십자가를 통한 치유를 체험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말씀과 함께 하느님께로의 회복을 주제로 한 십자가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성구를 쓰고 주변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합니다. 필사가 제 그림 작업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된 셈이지요. 저만의 서체 폰트를 개발한 것도 성경 필사 덕입니다. ‘석창우체’인데요. 한글과 영문, 두 폰트로 개발해 오는 12월 말 폰트 클라우드 서비스업체인 산돌구름을 통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 오는 12월 산돌구름을 통해 공개되는 석창우 한글, 영문 폰트.





이 정도면 거의 성경에 맛 들이다 못해 말씀에 중독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서 성경 필사를 하게 된 동기를 물었더니 그는 “감전사고로 제가 두 팔과 두 발가락을 잃은 게 1984년 10월 29일인데, 2015년에 환갑을 맞으면서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니 두 손이 있던 30년과 두 손 없이 살아온 30년 중 두 팔 없이 산 30년이 훨씬 행복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그래서 남은 세월 동안 그런 행복을 제게 주신 하느님께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성경을 쓰게 됐다”고 답변한다.

성경 필사는 이제 그에게 일상이고, 생활이다.

“두 번 쓰고 나니, 한때는 성경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교만이더라고요. 평생 써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다친 것도 다 하느님의 프로그램에 들어 있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처음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 화실에 갔는데, 안 받아줘서 서실 가서 글씨를 먼저 배우고 나중에 그림을 배우게 된 것도 다 필력을 키우고 그림을 배우라는 하느님의 계획안에 있었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그렇게 서화가 여태명 교수님, 서예가이자 화가 김영자 선생님께 글씨와 그림을 배우고 이제는 필사를 통해 성경에 맞갖는 삶을 살려다 보니 제 내면도 바뀌었지만, 제 그림도 바뀌었습니다. 다 하느님께서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쓰시고, 하느님께서 그리셨지요. 하느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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