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입장문]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심각한 우려와 강력한 반대 천명

[입장문]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심각한 우려와 강력한 반대 천명

보건복지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에 대한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입장문

Home > 온라인뉴스 > 온라인뉴스
[1632호]

보건복지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에 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의 입장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2021년 8월 2일 발표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이하 ‘탈시설 로드맵’)이 집중적인 돌봄과 보호가 필요함에도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지원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어려움에 놓여 있는 중증발달장애인, 최중증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어려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정책이라고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지역사회 지원 체계 부족 등의 심각한 현실을 무시하고, 중증발달장애인이나 최중증장애인의 돌봄과 보호의 책임을 결과적으로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시설 이용이 절실한 상황에 있는 중증발달장애인 및 그 가족들과 연대하여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더불어 강력한 반대 입장을 천명하며,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첫째, 정부는 ‘장애인 탈시설화’ 이전에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방안’부터 제시하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권 헌장’은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사회가 제공하는 모든 기회와 편의를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비근한 예로, 지역 내 특수학교, 주간보호시설, 장애인 자립홈 설치 등에 대해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님비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나 구체적 대응 방안 없이 ‘장애인 탈시설화’라는 미명 아래, 상시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과 가족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정책을 실행하기 이전에 장애인들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비장애인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서 동등하게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는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현실적 방안을 먼저 제시하고 이를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정부는 장애인의 장애 특성, 생애주기 등에 따른 선택권 보장과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수립하기를 요청합니다.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중증발달장애인에서 최중증발달장애인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의 생활 형태는 다양합니다. 그룹홈, 마을 단위의 공동체, 30인 공동 생활 시설 및 그 이상의 대형 시설, 장애인 요양 센터, 최중증 집중 치료 센터에 이르기까지 장애 특성 및 건강 지수에 따라 가장 적합한 생활 형태를 장애인 본인과 부모 및 가족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선택의 권리는 중증발달장애인 중 도전적 행동 정도가 심하여 부모가 통제할 수 없거나, 부모의 건강 악화, 사망 등으로 장애인 자녀를 돌볼 수 없는 경우 등 장애인 거주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장애인 가족들에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은 이러한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없애고 오로지 온전한 자립만을 강조하는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은 이미 시작된 장애인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도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셋째, 정부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새로운 ‘탈시설 로드맵’을 구축하기를 희망합니다.

전국 장애인 거주 시설의 80%는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숫자는 전체 발달장애인의 10%에 불과합니다. 지금 시설 밖에서 살고 있는 나머지 90%의 발달장애인은 중증과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이미 시설 입소 대기자는 엄청나게 많지만 이는 무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신규 시설 설치를 지원하지도 않고, 예산도 책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설 밖에 존재하는 90%의 발달장애인 가운데에서 최중증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봐 줄 시설을 찾지 못해 정신병원에 보내야만 하는 부모와 자녀 돌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가정의 아픔에 대해,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불도 끄지 못하면서 그나마 발달장애인의 10%가 머무는 시설을 없애려는 이유를 우리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새로운 방향의 ‘탈시설 로드맵’을 구축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정부(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정책 수립과 법률 제정이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러한 정책을 국가가 정의롭고 합리적으로 집행하기를 기대합니다. 따라서 향후 ‘탈시설 로드맵’을 비롯한 사회복지정책 수립과 추진, 관련 법률 제정 및 개정 과정에서 해당 정책과 법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당사자와 가족, 사회복지 현장 종사자 등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함께 논의하여 진행하기를 촉구합니다. 특별히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이 천명하고 있는 인간 존엄성의 정신과 가치를 올바로 해석하고, 적용하고, 실천하기를 강력히 권고합니다.


2021년 10월 6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유경촌 주교

총무 김봉술 신부

천주교 광주대교구 이봉문 신부

천주교 대구대교구 최광경 신부

천주교 대전교구 노승환 신부

천주교 마산교구 최  훈 신부

천주교 부산교구 강정웅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성훈 신부

천주교 수원교구 이규현 신부

천주교 안동교구 김학록 신부

천주교 원주교구 배하정 신부

천주교 인천교구 이상희 신부

천주교 의정부교구 도현우 신부

천주교 전주교구 서철승 신부

천주교 제주교구 김형민 신부

천주교 청주교구 최정묵 신부

천주교 춘천교구 김학배 신부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라형규 신부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김영렬 수녀

 천주교 전국 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김재섭 신부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추성훈 신부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
오늘의 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