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공동합의적 교회는 상호 경청하는 교회”

“공동합의적 교회는 상호 경청하는 교회”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 / 박준양 신부 (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Home > 교구종합 > 일반기사
2021.10.17 발행 [1633호]
▲ 박준양 신부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가 11일 시작된 가운데 주교단은 주교 연수에서 박준양 신부에게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박 신부는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위원으로 2018년 국제신학위원회에서 발표한 문헌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 작성에 직접 참여했다. 박 신부의 강의를 요약, 소개한다.


공동합의성(시노달리타스, Synodalitas)는 ‘시노드’(synod)에서 나온 단어로서, 교회의 구성적 속성을 가리킨다. ‘시노드’는 그리스어 전치사 ‘쉰’(~와 함께)과 명사 ‘호도스’(길)가 합성된 것이기에,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을 가리킨다. 교회에서 ‘시노드’를 통해 공동체의 합의를 이뤄 당면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은 중요한 전통이었다. 초대 교회에서 일곱 봉사자를 뽑는 과정(사도 6,1-7 참조), 그리고 이방인들도 세례를 받도록 결정한 것(사도 10,44-48 참조)이 그 예다.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사도 회의에서는 제자 공동체의 식별 과정이 묘사된다. “그때에 사도들과 원로들은 온 교회와 더불어”(22절) 합의해 말한다, “성령과 우리는… 결정하였습니다.”(28절)

‘시노달리타스’는 ‘시노드’ 자체를 넘어서, 교회 구성원들이 질서 있는 애덕의 관계를 통해 ‘같은 생각’ 안에서 일치를 이룸을 의미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가 보편 교회의 중요한 기구로 발전해나가면서, 이와 관련해 형용사형 ‘시노달레’(synodale)가 사용되었고, 이를 넓은 교회론적 맥락에서 명사화한 것이 ‘시노달리타스’다. 지난 수십 년간 발행된 신학과 사목 문헌에서 이 신조어가 발견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10월 17일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제정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이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의 교회에 바라시는 것은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요청하시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시노드’라는 단어 안에 이미 모두 담겨 있습니다. 평신도와 사목자와 로마의 주교가 모두 함께 걸어가는 여정은 말로는 표현하기 쉬운 개념이지만 실천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입니다.” 2018년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문헌으로서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이 발표됐는데,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반영해 제9대 국제신학위원회가 2014년부터 작업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 주제가 의회 민주주의와 혼동되고 다수결 원칙이나 책임순환제 혹은 권위의 공유나 권력의 분산 등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제16차 정기 총회를 위한 예비문서 14항은 강조한다. “하느님 백성의 협의는, 교회 내에서 다수결의 원칙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역학이 장악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공동합의적 과정에 대한 참여의 바탕에는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화라는 공동 사명에 대한 공유된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공동합의성’의 문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남긴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교회 헌장」 8항은 비가시적인 ‘친교의 교회’ 상과 가시적인 ‘교계 제도적 교회’ 상을 통합하는 ‘성사적 교회’ 상을 제시했는데, 병합된 두 가지 차원의 실제적 조화와 통합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평가된다. 그래서 ‘공동합의성’은 교회의 삶과 사명에서 성령의 인도에 따라 교회 공동체의 비가시적 친교 차원을 가시적인 제도적 차원과 연결해 실현해야 할 과제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요청되는 것은 상호 경청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한다. “공동합의적 교회는 경청하는 교회이고, ‘경청이 단순히 듣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교회입니다. 신앙을 가진 백성, 주교단, 로마 주교, 그 각자는 다른 이들을 경청하고, 모든 이는 성령, 곧 ‘진리의 영’(요한 14,17)을 경청하여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묵시 2,7)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상호 경청은 ‘은사적 선물’과 ‘교계적 선물’의 공동본질성 원리에 근거한다. ‘은사적 선물’이란 하느님께서 신자들 전체에게 신앙의 본능, 곧 ‘신앙 감각’을 통해 주신 식별 능력이며, 교회와 조화를 이루어 느끼고 체험하며 지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은사적 친교와 교계적 권위의 조화 안에서 상호 경청을 통해 이뤄지는 의견 제시와 활발한 토론은 하느님의 활동에 대한 증언과 서로의 판단을 교환하여 함께 성령의 인도하심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뜻을 모아”(사도 15,25)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한편으로 최종 결정 직무를 지닌 주교들의 은사와 개인적 권위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공동체 전체에 부어진 성령의 선물, 이 둘 사이의 협력을 통한 공동체적 식별 과정의 동반상승작용(synergy)을 강조하는 것이다.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
오늘의 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