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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곁에 사람이 있다(황필규 가브리엘,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시사진단] 곁에 사람이 있다(황필규 가브리엘,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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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7 발행 [1633호]



국가인권위는 10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 북구청장이 중지시킨 이슬람 사원의 공사 재개에 필요한 조치에 관한 입장 표명과 공사장 주변의 이슬람 혐오 표현 광고물에 대한 제거 등의 권고를 확인했다. 지난 2월 냄새와 소음, 주택밀집지역 등을 이유로 일부 주민들이 항의하기 무섭게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북구청장이 공사중지를 내렸다. 지난 7월에는 법원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를 이유로 공사중지 행정명령의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법원과 국가인권위 결정이 있었지만 변한 것은 없다. 처음에는 일부 주민들이 냄새와 소음 등을 문제 삼는 것에 불과했지만 전국적인 외국인 혐오세력까지 가세해 점점 무슬림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극단적이고 노골적인 형태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집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고, 공사장 앞은 공사가 불가능하도록 반대자들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테러’, ‘살인’ 등 자극적인 단어들이 나열된 배너들이 심지어는 무슬림 가족 거주지 담을 둘러치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무슬림 혐오 배너들을 바라보며 무슬림 아동들의 마음의 상처는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종교적 장소를 부정하는 가장 심각한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벌어지고 있는데 관련 당국은 물론 다른 모든 종교 지도자들은 침묵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될까.

3년 전, 예멘 난민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제주를 방문했다.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던 한 종교단체 관계자에게 그가 겪은 절망을 물었는데 그는 희망을 얘기했다. “신자들이 성당에서 처음 난민들에게 옷가지를 나눠줄 때는 옷을 놓고 멀찌감치 서서 가져가라고 했어요. 그런데 대화를 하고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이 지나자 ‘어이 총각, 이것 좀 더 가져가.’ 하며 가까이 다가가더라고요.”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 의무검사 행정명령을 내리고 일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검사를 받도록 한 강릉의 상황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방송은 이주민들과 함께 사는 강릉 주민들에 주목했다. “이제는 이 사람들도 같이 사는 사람들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나도 처음에는 불안해 죽겠더라고…. 말이 다르고 생긴 게 다르면 사람 이상하게 몰아세우잖아요…. 이해하려고 하면 다 똑같더라고요…. 서로 공존하고 사는 거지, 혼자서 살 수 있어요?”

한 해외방송은 대전에 있는 이슬람 사원, 그리고 서로 공존하는 무슬림들과 한국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갈등과 마찰도 있었지만 서로 소통하며 풀어나가는 과정이 있었다. 무슬림하면 테러리스트랑 연관 짓던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한 주민의 이야기가 나왔다. “신이 각각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만든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한 가지 색보다는 무지개가 더 아름답듯이, 각각 다른 색이 어우러지면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것은 어색하고 불편하고, 때론 두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느낌이 바로 배척과 낙인, 혐오와 차별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의 꾸준한 인권옹호활동이 필요하다. 정부와 언론의 올바른 역할의 촉구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다른 배경의 주민들이 함께 사는 과정, 소통과 공감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밖’에 있다고 모른 척하며 이해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곁’에 있음을 알고 다가가야 한다. 곁에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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