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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 사제와 찾아가는 사목으로 ‘더 넓은 우리’ 개척한다

현지인 사제와 찾아가는 사목으로 ‘더 넓은 우리’ 개척한다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천안모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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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9 발행 [1630호]
▲ 지난 2월 당진성당에서 필리핀공동체 지역 리더들이 선서하고 있다.

▲ 지난 3월 8일 베트남공동체가 여성의 날을 맞아 공동체 차원에서 꽃 증정식을 거행하고 있다.

▲ 지난 3월 천안모이세에서 동티모르공동체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26일로 제107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이주민과 난민의 날 주제를 ‘더욱더 넓은 우리를 향하여’로 정하고, 이 세상에서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하는 여정을 위해 이주사목의 지평을 분명히 보여줬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사목적 배려와 함께 형제적 사랑 실천을 통해 이주민, 난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꿈꾼다. 이에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묵묵히 이 꿈을 이루고자 이주민 사도직의 길을 걷는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천안모이세를 찾았다.



지역 외국인 공동체와 호흡하는 천안모이세

주일이면, 필리핀 출신 천안 모이세 활동가 에밀리아노 파하르도(47)씨는 홍성과 서산, 당진, 신합덕, 천안으로 향한다. 매달 한 차례 지역별 필리핀 공동체를 방문해 이주민들과 함께 미사에 참여한다. 또 공동체별 친교와 신심 행사에도 함께한다. 그리고 노동, 의료, 출입국 상담 창구를 열어 필리핀 이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말씀의 선교 수도회 빅토르 플로리다 신부 등 3명의 전담ㆍ협력 사제, 2명의 협력 수녀와 함께하는 지역공동체 사도직을 통해 결혼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 유학 중인 학생들, 연예인이나 예술인들을 돕는다. 지역 공동체가 적게는 50∼60명, 많게는 120명을 훌쩍 넘겨 힘에 부친다. 코로나19로 지역별 공동체 미사나 행사 참석이 많이 줄었는데도 이 정도다. 매주 지역 공동체를 방문하지는 못하기에, 한 달에 두 번씩은 저녁에 온라인 화상 시스템을 통해 ‘말씀 나눔’도 한다.

“어떻게 하면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잘 살게 해줄지를 상담하는 데 집중합니다. 말씀 나눔은 성경공부에 갈증을 느끼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인근 개신교회에 성경공부를 하러 다니는 걸 보고 시작했고요. 결혼 이주 여성들에 대한 상담도 많습니다. 임금체불이나 산재, 노동 착취,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 등을 나누다 보면 진이 다 빠지죠. 때로는 이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어떤 비지니스를 할지 사업 모델이나 대출 문제 등을 나누기도 하지요. 눈물도 있고, 또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베트남 출신인 느 아숨타(미리내 성모성심 수녀회) 수녀는 지역별 베트남공동체를 돌본다. 특히 천안 베트남공동체의 토요일 저녁 미사와 주일 오후 1시 미사를 돕는데, 참여자가 200명이나 된다. 해서 최근엔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돼 미사를 두 대로 늘렸다. 말씀의 선교수도회 바 따 탁 신부와 함께하는데, 요즘 들어 공동체가 활성화하는 게 눈에 띈다.

“처음엔 힘들었지요. 200명을 관리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매일 만나는 것도 아니고 주말에만 만나는 데다 코로나19로 미사만 보고 나면 빨리 가라고 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1년쯤 되고 나니 이제는 조금 경험이 붙었어요. 천안이나 보령, 서천 등 3개 지역 베트남공동체 대표들을 자주 만나 진료나 한국인과의 소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이야기를 나눠요. 필요하면 한글 교육도 할 생각입니다. 비대면 교리수업은 꾸준히 하고 있고요. 베트남 이주노동자들끼리 혼인하는 경우도 꽤 돼 혼인교리도 생각보다 많아요. 앞으로 장항이나 태안, 대전에도 베트남공동체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현지인 성직자·수도자가 사도직 공동체 이뤄

2004년에 문을 열어 올해로 개소 17주년을 맞는 천안모이세는 이처럼 ‘찾아가는’ 이주사목을 통해 ‘더욱더 넓은 우리’를 개척한다. 민족별로 현지인 성직자와 수도자를 파견받아 이주민 사도직 공동체를 이루고 이들이 이주민을 사목하는 형태다. 2018년 6월 말 현재, 국내 이주민은 119만 8000여 명, 충남에만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이 6만 5500여 명(5.5%)에 이르러 갈수록 지역 사회가 다문화돼 가자 이에 대한 교회 응답으로 이주사목의 틀을 확 바꿨다. 그 나라 사제가, 그 나라 언어로, 그 나라 이주민이 사는 지역에 직접 가서 이주민을 돌보는 ‘찾아가는’ 사목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비전 속에서 현지인 사제를 충원하고자 수도단체와 계약을 맺었다. 수도사제나 수녀들을 파견받아 천안모이세를 중심으로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공동체를 이뤄 한데 모여 살고 공동생활을 하면서 매일같이 협의했다. 이를 통해 사도직 활동을 진행하고 지역별 민족공동체를 돌보는 방식으로 사도직 방향과 내용도 바꿨다. 이에 따라 현지인 사제나 수도자들이 함께하는 미사 전례나 상담으로 민족 공동체가 부쩍 활성화됐다. 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들과의 좀더 깊은 ‘소통’이 가능해졌고, 많은 민족끼리 모이는 ‘자조 공동체’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은 민족 공동체가 베트남과 필리핀, 동티모르 공동체 등 3개에 그치지만, 앞으로 미얀마 등 새로운 민족 공동체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출신인 응웬 티 옌 니(미리내 성모성심 수녀회) 수녀도 “지난 2월에 와서 이제 이주민 사도직을 한 지 7개월째인데, 어려운 친구를 도울 때마다 하느님께서 저를 통해서 쓰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특히 임금체불이 생기면 다른 센터와 연계해 해결하는데 짜증 나고 힘든 경우도 많지만, 기도를 통해 해결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출신으로 필리핀공동체 사도직을 지원하는 너무 테레사(미리내 성모성심 수녀회) 수녀는 “이주사목은 사실 처음이라서 힘들고 정신이 없지만,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면서도 “한국에 들어와 있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나 이주민들은 불교 신자가 대부분이지만, 미얀마 친구들을 위한 민족 공동체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찾아가는 이주민 사목

천안모이세는 사업을 교회사업과 사회사업, 운영지원사업 등 세 분야로 나눠 조직을 운영해 나간다. 교회 사업은 전례나 민족공동체 활동, 신심행사로 나눠 9개 지역에 800여 명을 돌본다. 사회사업은 신자든 비신자든 일반 사업과 지역사회 다문화 사업으로 나눠 다문화가정과 아동 지원활동, 노동상담, 의료서비스 제공, 이주민 교육ㆍ긴급 지원, 국내와 지역 연대활동, 공공부문 통ㆍ번역활동, 찾아가는 다문화교육, 다문화 인식개선활동, 체험활동 등을 펼친다. 운영지원사업은 사업 운영과 지원, 특히 홍보와 후원, 교육을 위주로 진행한다.

천안모이세 대표 박찬인 신부는 “통계를 보면 이주민이 국내에 119만 명 정도지만, 실은 미등록자를 포함하면 3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면서 “기존 이주민 사도직이 도시 중심의 영어 미사 봉헌에 그쳤다면, 이제는 찾아가는 이주민 사목 비전을 통해 현지인 사제나 수도자들이 자국의 이주민들을 돌보는 형태로 사목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비전이 조직 개편을 통해 어느 정도 새로운 틀이 정착되면, 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들의 출신국가에 재난이 생겼을 때 이들과 함께하는 국제협력사업이나 고령화돼 가는 이주민들을 위한 요양원 사업과 노인복지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사진=천안모이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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