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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북한은 왜 열병식을 자주 개최할까(임을출, 베드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시사진단] 북한은 왜 열병식을 자주 개최할까(임을출, 베드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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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9 발행 [1630호]



북한이 정권수립 73주년인 9월 9일 0시에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다. 심야 열병식은 과거 열병식과 비교되는 이색적인 형식과 내용으로 채워졌다. 사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독특한 통치스타일을 반영한다. 그는 늘 예상을 깨는 행보를 이어왔다. 국내 거의 모든 언론이 이번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전략 무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략·전술무기를 갖춘 정규군 대신 예비군격인 노농적위군과 우리의 경찰격인 사회안전무력 소속 병력과 무기가 동원됐다. 민간 생활 장비인 오토바이와 트랙터를 탄 노농적위대 기계화부대가 동원돼 눈길을 끌었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가 생산한 소방차도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맡는 비상방역종대가 주황색 방역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채 행진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처음으로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라고 불렀다.

코로나19로 경제난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열병식을 개최한 의도가 무엇일까. 사실 노동적위군은 200만 명 이상의 무시할 수 없는 병력과 일정한 군사장비도 갖추고 있다. 노동적위군은 북한의 지방 단위, 기업소, 협동농장, 대학 등 각계각층에 조직되어 있다. 이들은 평시 경제 사업에 매진하다 전시 무장 전력화되는 예비전력이다. 군사 측면에서만 보면 북한의 예비군 전력 수준을 과시하는 성격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적위군은 유사시 강력한 무장세력으로 전환된다. 열병식은 우선적으로 자신들의 종합적인 국가방위력을 과시하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축제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 북한 정권 수립일을 맞아 열병식과 더불어 각지에서의 경축야회, 야외 예술공연 등을 통해 축제 분위기를 띄움으로써, 코로나19와 대북제재 등 삼중고로 지친 인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사기를 진작시킨 것이다. 코로나로 지친 민심을 달래는 북한식 처방책인 셈이다.

이는 올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과 지난해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포함해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세 번의 야간 열병식을 잇달아 치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어려운 시기일수록 북한 당국은 열병식을 개최해 인민들의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고취시키고, 내부결속을 통해 국가건설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지금 김정은 정권이 직면한 최대 과제는 지난 8차 당 대회에서 결정한 경제건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노동적위군이 향토방위 무장력의 성격과 더불어 경제건설의 핵심 역량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번 열병식 개최를 통해 내부결속과 내부 노력자원을 총동원시키는 기폭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열병식의 구성을 보면 북한이 최근 중시하는 농업, 청년, 경제, 민생과 관련된 인원들만 참가했다. 이들이 각각의 일터에서 5개년 경제계획의 수행에서 더욱 분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자리로 열병식을 활용한 것이다.

열병식은 인민에 대한 맹세의 자리이기도 하다. 지금 김정은 정권은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의 전면적 부흥과 발전,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거창한 작전들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가활동과 사회생활 전반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곧 경제사업을 우선시하고 인민생활을 안정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힘을 집중하여야 한다는 메시지로 연결된다. 결국, 열병식은 전투력과 단결력 과시의 장이면서 축제의 장, 인민에 대한 맹세의 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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