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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하고 구체적인 감축 목표 세우자

성당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하고 구체적인 감축 목표 세우자

[보시니 좋았다] <2>녹색 성당 만들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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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5 발행 [1628호]
▲ ㈔한국기후환경원 전의찬 교수가 만든 ‘녹색성당 온실가스 계산기’ 메뉴와 서울대교구 대치2동성당 데이터 시뮬레이션 결과.



울릉도부터 백령도까지, 전국 팔도에 가톨릭 성당이 없는 곳은 없다. 현재 한국 교회에 있는 본당만 1767개. 여기에 등록된 신자 수를 모두 더하면 592만 명이다. 우리나라 국민 10명당 1명은 가톨릭 신자인 셈이다.

이는 그만큼 가톨릭교회가 우리 사회를 ‘녹색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선봉에 서야 할 곳은 풀뿌리 성당들이다. 전국 각 성당을 구심점으로 지역사회를 녹색 공동체로 바꿔나가야 한다.




성당도 피해갈 수 없는 온실가스

각 성당은 지구와 환경을 살리기 위해 ‘온실가스 줄이기’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주범은 바로 우리 인간이다. 성당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여름날, 한 신자가 집에서부터 차를 몰고 성당에 왔다고 상상해보자. 불이 환히 켜진 성전에서 미사를 드린 그는 다른 신자들과 함께 교리실에 들어갔다. 곧장 전등과 에어컨을 켠 뒤, 종이컵에 담긴 음료수와 과자를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고 휴지로 닦은 다음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과연 이 가운데 어떤 행동 때문에 온실가스가 발생했을까? 정답은 ‘전부’다. 자동차ㆍ전기ㆍ물ㆍ가스ㆍ일회용품 사용과 쓰레기를 만드는 것 모두 성당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원인이다.



‘녹색성당 온실가스 계산기’

녹색 성당은 배출원마다 온실가스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결국 성당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은 얼마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온실가스를 얼마만큼 줄일지 적합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를 벌고 쓰는지 모르면 돈을 아낄 수 없다.

가톨릭에는 종교 중 유일하게 종교시설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녹색성당 온실가스 계산기’다. 서울대교구 ‘하늘땅물벗’과 사단법인 한국기후환경원이 공동 개발했다. 하늘땅물벗은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신자들이 모인 생태사도직 단체, 한국기후환경원은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모인 싱크탱크다.

‘녹색성당 온실가스 계산기’는 매달 성당과 사제관 등에서 전기ㆍ가스ㆍ수도ㆍ승용차ㆍ일회용품ㆍ폐기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을 알려준다. 이들 가운데 일부를 덜 사용하거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으로 교체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기능도 있다. 기자는 지난해 서울대교구 대치2동성당 데이터를 토대로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조명 사용시간과 종류, 냉방ㆍ난방ㆍ일반가전 사용시간과 도시가스ㆍ물 사용량, 차량 종류, 물품소비ㆍ난방연료ㆍ폐기물량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조절해봤다.

시뮬레이션으로 나온 배출량은 61tCO2eq(이산화탄소 환산t). 2020년 연간 배출량 148tCO2eq보다 무려 59%나 줄어들었다. 금전적인 가치는 얼마나 될까. 온실가스를 일정 기간에 일정량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탄소배출권’ 가격으로 측정해봤다. 현재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을 1t당 2만 원으로 치면, 87t을 줄였으니 174만 원 상당 경제적 효과를 거둔 셈이다. 실제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1t당 40만 원, 즉 3480만 원어치 감축 효과를 봤다.

㈔한국기후환경원 원장 전의찬(스테파노,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성당들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싶어도 얼마나 배출하는지를 몰라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제 각자 특성에 알맞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녹색성당 온실가스 계산기’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웹 서버(http://2050.sejong.ac.kr/catholic)에 접속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참여를 원하는 성당은 한국기후환경원(sorikim1030@kakao.com)으로 신청하면 된다.
서울대교구 하늘땅물벗 홍태희(스테파노) 반석벗(회장)도 “하늘땅물벗이 설립된 교구 내 본당 위주로 보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하늘땅물벗은 성당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실천 방안을 담은 「기후 변화 극복을 위한 본당 활동 안내서」를 누리집(http://fhew.org/category/eco_news/etc/)이나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자료실(http://ecocatholic.org)에서 보급하고 있다.



정부 지원책을 활용해도 좋다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줄이기를 잘하면 돈이 되기도 한다. 에너지 절감 성과를 이룬 개인ㆍ단체에 보상금을 주는 정부 지원책을 통해서다. ‘에코마일리지제’(서울)와 ‘탄소포인트제’(서울을 제외한 16개 시ㆍ도)다. 이렇게 번 돈을 또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쓰면 선순환이 된다. 서울대교구 압구정동성당이 모범 사례다. 성당은 ‘2020년도 에너지 절감 우수단체’로 선정돼 강남구청으로부터 상금 5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6~9월 4개월간 에너지 사용량을 최근 2년(2018ㆍ2019) 같은기간 평균보다 10% 이상 절감한 덕이다. 그 비결은 바로 ‘투자’였다. 성당은 2018년부터 당시 주임 이성운 신부 주도로 큰 비용을 들여 성전 가스보일러(관류보일러)를 전기보일러로 바꿨다.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지하 교리실도 모두 신형(시스템) 에어컨과 LED 전등으로 바꿔 달았다. 성당은 강남구청에서 받은 상금도 성전 천장 등 2개를 LED 등으로 바꾸는 데 썼다. 나머지 50개는 가로등으로 많이 쓰이던 메탈할라이드등인데, 차차 바꿔 나갈 계획이다.

압구정동성당이 에코마일리지 단체 회원으로 가입한 데는 사무장 김선진(안드레아)씨 공이 컸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에코마일리지제를 통해 반기마다 5만 원 상당 혜택을 봤다”며 “단체회원을 접수하길래 우리 성당도 등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성당은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며 “참여해 혜택을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교구는 교구 차원에서 탄소포인트제를 홍보하고 있다.


▲ 제주교구 중문본당 주임 양영수 신부와 하늘땅물벗 회원들이 손수 만든 팻말을 들고 서있다.



▲ 인천교구 가정3동본당 하늘땅물벗 '나비의벗' 회원들이 주변 상점에 가져다 줄 아이스팩을 챙기고 있다. 나비의벗 제공




환경을 구하는 나비의 날갯짓
 

에너지 절약만이 ‘녹색 성당’의 역할은 아니다. 성당에서 시작된 작은 물결이 지역사회를 녹색 공동체로 만들 수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과도 같은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7월 11일 교중 미사가 끝난 뒤, 인천교구 가정3동성당 신자들이 작은 화분을 하나씩 든 채  밖으로 나왔다. 안에 든 것은 다름 아닌 지렁이다. 지렁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 치워 온실가스를 줄인다. 본당 하늘땅물벗 ‘나비의벗’이 전날 4시간에 걸쳐 회비로 산 지렁이를 화분에 옮겨 담은 이유다.
 

나비의벗 회원은 대부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나비의벗은 성당 밖, 지역 사회를 위해서도 봉사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아이스팩을 버리는 대신, 거둬가 잘 씻어 주변 정육점이나 떡집ㆍ시장 등에 전달한다. 이들 가게는 늘 아이스팩이 필요하다. 김신혜(마리아) 반석벗은 “나중에 아이들이 ‘기후위기 때 엄마는 뭐했어요?’라고 물었을 때, ‘엄마는 이런 노력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연(엘리사벳) 일벗(총무)는 “아이들을 위해 활동했는데 스스로 바뀌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며 “‘나 하나쯤’보단 ‘나 하나라도’ 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푸른 섬 제주를 지키는 벗들
 

제주교구 환경 지킴이 선두주자 화북본당 하늘땅물벗은 매주 셋째 주일을 ‘환경 정화의 날’로 정하고, 인근 마트를 돌며 장바구니를 나눠준다. 고객들이 비닐을 덜 쓰게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건강한 지구와 아름다운 제주를 만들자”며 ‘환경 회복 개인 실천 카드’도 나눠주고 있다. 여기에는 일회용품 줄이기와 소비ㆍ물 절약, 음식물 쓰레기 만들지 않기 등 일주일 동안 매일 각기 다른 실천 방안이 적혀 있다. 하늘땅물벗을 이끄는 본당 환경위원장 고은희(체칠리아)씨는 매번 따로 선물을 챙겨온다. 쌀뜨물로 손수 만든 EM(유용미생물) 물비누다. 교구 주보를 접어 만든 봉지에 담아 마트 손님들에게 나눠준다. 고씨는 “제 고향 제주도는 수질 오염에 민감하다”며 “EM이 수질 오염을 막는 유용한 방안이라 자비로 비누를 만들어 나눠준다”고 말했다. 하늘땅물벗은 4년간 모은 플라스틱 병뚜껑 4.4t을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 보내 받은 적립금으로 국내외 이웃을 도왔다.
 

제주교구 중문본당 하늘땅물벗은 주변 주민들이 함께 환경봉사단체 ‘늘벗향토사랑회’를 만들었다. 회원 20명 가운데 6명이 비신자다. 늘벗향토사랑회는 4명씩 조를 짜서 중문관광단지를 돌며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를 줍는다. 동네 수거장에 엉망으로 배출된 쓰레기는 하나하나 제대로 분리 배출한다. 하늘땅물벗 이정려(가타리나) 반석벗은 “2018년 청정 제주에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 느낀 바가 많았다”며 “미래 세대에 깨끗한 제주를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늘벗향토사랑회는 귤밭에 있는 임시 건물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주민들을 찾아 청소를 해주고, 농촌 일손돕기도 한다. 하늘땅물벗 차원에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는 ‘로컬 푸드 운동’과 카카오톡을 활용한 아나바다 장터도 한다.

 

▲ 제주교구 화북본당 하늘땅물벗 고은희씨가 직접 만든 환경회복 개인 실천표를 들고 있다.



▲ 제주교구 조천성당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조천성당 제공

 

성당을 전기차 충전소로
 

성당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안도 고민해봤다. 번뜩 ‘전기자동차 충전소’가 떠올랐다. 전기차 1대가 보급되면 연간 온실가스 2t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에어컨 1대를 1년간 가동하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1톤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신자 중에 전기차를 타는 사람도 많다.
 

인터넷 지도에 검색해 보니 전기차 충전기가 있는 성당은 전국에 모두 10곳이다. 1곳은 수원교구, 9곳은 제주교구에 있다. 화성에 있는 수원교구 발안성당 사제관 앞에는 완속충전기 1대가 설치돼 있다. 성당이 열려 있는 시간에는 비신자도 이용할 수 있다. 주임 신부가 전기차를 산 것을 계기로 환경부 지원사업에 신청해 비용을 전액 지원받아 설치했다.
 

제주교구에는 해안을 따라 비교적 부지가 넓은 9개 성당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 있다. 조천성당과 김녕성당은 마당 주차장에 완속 충전기 2대를 세웠다. 성당 사무장들은 “신자나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이나 성지순례자들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며 “설치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성당에서 시작된 녹색 물결은 지역사회로 차츰 퍼져 나가고 있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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