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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정우의 인연의 향기] 아무것도 하기 싫은 당신에게

[길정우의 인연의 향기] 아무것도 하기 싫은 당신에게

길정우 베드로(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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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2 발행 [1626호]


코로나19는 정말 가혹하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평소에도 혼자서 책 읽고 생각하며 글 쓰는 데 익숙한 나는 그나마 버틸 만하다. 하지만 외출과 만남이 조심스러운 이 시절에 많은 이들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의욕 상실과 제한된 일상에 대한 지루함에 시달린다.

얼마 전 미국 뉴욕타임스지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의욕 불어넣기”라는 글이 실렸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인용했지만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소개할까 한다.

보통 사람들이 의욕을 잃고 무력감과 외로움에 빠지는 경우는 대체로 자기 자신을 부추길 동기나 자극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런 동기들 가운데는 어쩔 수 없이 남이 나에게 부여한 업무나 책임 탓에 내가 움직여야 하는 동기도 있지만 나 스스로 자신을 독려하는 자발적인 동기부여도 있다. 그리고 동기부여의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가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이나 인연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가 그런 연결이나 인연을 소홀히 하고 개개인을 고립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엔 소중한지 모르고 지냈던 인연이나 관계가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의 무력감에 얼마나 크게 작동하는지 알게 된다.

그래서 뉴욕타임스지의 필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평소 얼마나 그들을 생각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간단한 메시지나 편지를 쓰도록 권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금은 적극적인 나 자신의 대단치 않은 행보가 거의 즉시 상대방으로부터 유사한 반응을 확인하게 된다는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한마디로 코로나19 덕분에 인연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

90세 넘은 나의 어머니 역시 바깥나들이 못하는 답답한 현실을 공유하면서도 요즘 어르신들 즐기시는 대중가요 트롯 방송 보는 재미에 빠져 계신다. 방송을 보며 가능하면 실내 자전거를 타고 간단한 운동도 겸하신다. 이처럼 작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새로운 재미를 찾는 것 역시 아무 일도 하기 싫은 당신이 택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동기 부여다.

의욕 상실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방법은 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열정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새로운 짓거리를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림물감 갖고 장난하기, 기부할 옷들 정리하기, 지난 자료와 버릴 책들 솎아내기에서부터 성경 베껴 쓰기, 지난 추억의 팝송 모아서 듣기 등 조금이라도 마음 끌리는 일을 벌여보도록 하자. 심리학자들은 무언가 자신이 정한 목표에 집중하고 실천하면 낭패를 볼 걱정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와중에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생긴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시절에 내가 선택한 새로운 짓거리는 살아있는 배우자의 삶을 정리해 보는 작업이다. 정치계절에 선거에 나설 사람도 아니고 소속된 단체의 홍보를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오랜 기간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집사람의 지난날 자료와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모든 기록들이 사라진다 해도 몇 가지 남겨놓고 싶은 기억들을 한데 모아보는 일도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대별로 정리한 삶도 아니고 그저 내 가슴과 기억 속에 새겨져 있는 집사람의 모습들을 크게 몇 가지로 나누고 그 범주에 걸맞는 사실과 추억들을 사진과 함께 엮어낸 것이다. 특정 독자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다 보니 글 쓰는 데 부담이 없다. 과거의 한 장면, 한순간들을 음미하는 즐거움도 더해진다. 코로나 시절 잘한 선택이다.

작은 일에 가치 두기, 새로운 짓거리로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자기감정 추스르기 등은 바이러스 시절이 지나가고 맞게 될 나의 내일, 신나게 뛸 수 있는 에너지를 모아두는 동기 관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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