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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단상(황필규, 가브리엘,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시사진단]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단상(황필규, 가브리엘,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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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1 발행 [1621호]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로 요즘도 문제되고 있는 가스개발사업의 현지 주민 인권침해가 문제되던 때의 얘기다. 관련 한국 기업의 임원진을 만나 현지의 목소리를 전했다. 본인들은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며 윤리경영 관련 문서를 내밀었다. 금시초문인 세계인권선언 ‘○대 원칙’에 입각하고 있다는 문구가 있어 그 내용을 물었다. 답할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진정성을 기대한 만남은 순간 코미디가 되어 버렸다.
 

인도 내 제철소 건설사업이 현지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고 있을 때, 관련 한국 기업 대표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내세워 현지 결식아동 2만 명을 먹여 살리겠다고 발표했다. 얼마 후 현지에서 한국 기업 직원들을 만났다. 2만 명의 결식아동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했지만 찾을 수 없어 없던 일이 됐다고 했다. 기업의 책임을 논할 때 그냥 모르고 얘기하면 희극이 될 수 있지만 책임 있는 이가 모르면서도 안다고 착각하고 접근하면 심각한 비극이 될 수 있다.
 

ESG가 화두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약자로 기업을 평가할 때 비재무적 요소들을 그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10여 년 동안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논의와 실행이 있었지만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경제계, 정치계에서 유행하는 용어가 되어 버렸다.
 

ESG의 시간적, 공간적, 그리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맥락을 물어야 한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한국의 2021년이 ‘ESG 경영 확산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고 하고, ESG가 ‘따뜻한 자본주의 시대’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리고 정부가 ESG의 ‘표준 마련과 인센티브 제공’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K-ESG’를 논한다. 그동안 비재무적 요소들의 공시제도 도입이 기업들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쳐 유명무실한 수준에 그쳐왔고, ESG선두그룹이라는 기업들이 심각한 인권침해와 연루된 현실에서 왜 지금, 누구를 위한 ESG인가를 물어야 한다.
 

ESG 논의가 권력이 집중된 정부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주목하면서 그 권력구조와 이해관계를 물어야 한다. ESG의 의미, 내용, 형식, 목표와 그 구체화 등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국제적인 기업과 인권 관련 논의의 핵심인 인권실천점검(human rights due diligence) 의무와 ESG는 어떻게 관련되는가. 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극단적인 정경유착, 재벌왕국 소유 및 경영체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와 선거공신의 일자리 창출, 기업과 이를 마주하는 노동자, 소비자, 지역 주민 간의 극단적 힘의 불균형 하에 ESG 논의는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가.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경우 관련 국가인권위 권고 이후 인권경영 관련 위원회와 정책이 대부분 도입됐지만 실제 인권침해가 문제될 수 있는 주요 사업과 관련된 인권영향평가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인권경영, ESG 등 말잔치의 풍년 속에 인권실천점검의무의 법제화, 공급망에 대한 법적 책임의 도입 등 국제적인 흐름에 부합하는 논의는 외면당하고 있다.
 

ESG는 결코 새로운 그 무엇이 아니다. 인권경영, 윤리경영, 사회적책임경영, 지속가능경영, 인권침해구제제도 등이 모두 경제적 이익에만 연연하지 않는 문제 해결, 시민사회, 이해관계자, 피해자 등과의 소통, 참여를 얘기해왔지만 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ESG의 허와 실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앞으로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진지한 성찰과 계획이 없다면 우리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고, 기업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침묵의 공범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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