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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그후 2년

[사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그후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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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1 발행 [1608호]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1일로 2년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11일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에 대해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법 개정 시한을 2020년 12월 31일로 정했다. 그러나 2년이 다 되도록 국회는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았고, 낙태죄는 죄의 굴레를 벗고 자유의 옷을 입었다. 태아의 생명권은 반려동물만큼도 보호받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헌재 결정 직후, 사목교서 ‘인간 생명은 다수결로 결정될 수 없다’를 발표하고, 헌재 결정이 더 많은 여성과 태아를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국회의장에게 의견서를 발송, 임신의 모든 과정에 걸쳐 태아의 생명을 전혀 보호할 수 없는 법적 공백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해 1월 본지가 서울 시내 산부인과 50곳의 낙태 가능 주수를 문의한 결과, 낙태죄 관련 규정과 낙태 수술 지침이 전혀 없는 법적 공백 상태에서 태아의 생명은 의료현장에서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낙태죄 실효의 파장은 자연스럽게 “임신 중지를 공적 의료 서비스로 보장하라”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임신 중지 의약품 미프진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가톨릭 교회는 헌재 결정 이후 생명운동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 어느 때보다 생명에 대한 근본 가치와 의미를 회복해야 할 때다. 뿌리 깊은 물질만능주의의 눈으로 바라본 생명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계획되지 않은 생명을 모체의 자유를 갉아먹는 존재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어둠이 짙다 해도 빛을 이길 수는 없다.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가톨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현실의 삶에 뿌리내린 생명운동을 구체적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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