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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병들과 함께한 11년, 축복이자 행복한 시간”

“군 장병들과 함께한 11년, 축복이자 행복한 시간”

군종교구장에서 퇴임하는 유수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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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1 발행 [1608호]
▲ 유수일 주교가 퇴임 직전인 3월 31일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3대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가 10년 6개월여간 군사목을 뒤로 하고 9일 서상범 주교에게 교구장 자리를 넘겨줬다. 2010년 9월 15일 착좌한 유수일 주교는 재임 동안 성경 말씀을 중심에 둔 신앙,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구세주로 받아들이는 삼위일체 신앙을 강조했고, 북한과 가장 가까운 JSA성당을 건설해 하느님께 봉헌했다. 퇴임을 앞둔 3월 31일 집무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후임 교구장에 거는 기대, 퇴임 후 계획 등을 들었다.



10년 6개월의 군종교구장을 떠나는 소감을 묻자 유 주교는 축복의 시간이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10년 반이 참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제가 혹시나 교구민들에게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드렸을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런 것이 있다면 참 죄송스럽고 용서를 청합니다. 그런데 제 개인으로는 축복의 시간이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군종교구에 와서 살면서 사병부터 간부, 장교, 지휘관들 그리고 군종신부님, 군종교구민을 대하며 저는 좋은 것을 많이 발견했어요. 저는 군종교구장 생활이 짧게 느껴졌고 정말 행복하고 축복된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JSA성당에 대한 애착

유 주교는 집무실 벽에 큰 사진을 걸어 놓을 정도로 JSA성당에 대해 애착이 크다. JSA성당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있는 성당으로 2019년 8월 21일 봉헌됐다. 원래 그 자리에는 1950년대부터 미군이 쓰던 막사를 개조한 성당이 있었다. 건물이 워낙 오래된 데다 낡아서 전기와 음향 시설이 시원치 않았다. 공교롭게도 수년 전 주교회의 정기총회를 마친 주교단이 DMZ(군사분계선) 방문차 성당을 찾았다. 그때 마이크가 꺼졌다. 유수일 주교는 전국의 주교들에게 편지를 써서 도움을 호소했고, 한국 주교단이 보내 준 성금과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후원금, 군종교구 자체 예산을 모아 새 성전을 건립했다. 유 주교는 JSA성당은 통일을 기원하는 기도의 장소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모든 성당 중에서 북한 DMZ를 기점으로 할 때 제일 북쪽에 있는 게 JSA 성당이에요. 저는 우리가 평화롭게 자유민주주의 하에 통일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JSA성당은 통일을 기원하는 기도의 장소로서 중요합니다. 또 부대 신자들을 위한 영적인 전례 장소, DMZ와 판문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기도와 휴식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6ㆍ25전쟁 때 얼마나 위기였습니까? 그때 우리나라를 도와준 22개 나라에 대한 감사함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행했던 작년 한 해는 유수일 주교에게 가장 마음이 아픈 해였다. 군은 부대 전체가 단체생활을 하는 특성상 사회보다 훨씬 엄격한 방역지침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2월 팬데믹이 시작된 후 제대로 미사를 봉헌한 것은 8월 한 달뿐이었다. 그 결과 군종교구 영세자 수가 급감했다.

“작년은 참 마음이 아픈 한 해였어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2만 3000명에 달했던 영세자가 지난해에는 3400명 정도였어요. 누구를 탓할 수도 없어요. 저도 사목 방문을 지난해 2월 중순부터 못하게 됐고요. 우리 신부님들이 가장 어려웠던 게 병사들을 만날 수 없었어요. 팬데믹 상황 때문에 신부님들이 노력하려고 해도 못 하는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그때 가톨릭평화방송 TV에서 미사를 매일 했잖아요, 매일 미사, 그게 큰 도움을 줬어요.”

군종교구는 전국 모든 육ㆍ해ㆍ공군과 해병대 군 장병과 그 가족을 사목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민간 교구와의 협력과 연대, 그리고 신자들의 관심과 격려가 무엇보다 필요한 곳이다. 유수일 주교는 팬데믹 상황에서 전국 교구에서 보여준 따뜻한 지원과 격려에 거듭 감사를 전했다.

“군인 주일 헌금이 군종교구 예산의 반 이상이에요. 작년 군인 주일은 코로나 때문에 신자들이 거의 못 나오는 데다 추석까지 겹쳤어요. 군인 주일을 한 달 앞두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편지를 썼어요. 2019년에 비해서 5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12%만 줄었어요. 놀라운 일이죠. 주교님과 전국 본당신부님들, 신자들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후임 교구장은 적임자


후임 군종교구장으로 군내 사정에 정통하고 군 사목에 대해 잘 아는 서상범 주교가 착좌한 것에 대해서 기쁨을 표했다. 서상범 주교는 1991년 육군 군종장교로 임관돼 22년 만인 2013년 2월 전역했고 곧바로 군종교구 총대리로 2017년 8월까지 사목했다. 유수일 주교와는 수년간 현장에서 호흡을 맞췄다.

“후임인 제4대 군종교구장은 군종 사제 가운데 나오길 바랐어요. 서 주교님은 군 현역 때도 가까이 있었고 총대리로 매일 같이 동고동락했죠. 서 주교님께서는 군종 생활 때 타 종교 군종장교나 가톨릭 신자가 아닌 고위 지휘관과도 관계가 좋았어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서 주교님을 제 후임자로 임명해줘서 감사드립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이스라엘 가서 기도·노동하고 싶어

유 주교는 퇴임 후 본래 소속인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로 돌아간다.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올 하반기 이스라엘로 떠날 예정이다.

“오래전부터 이스라엘 성지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수백 년 전 작은형제회는 교황청으로부터 이스라엘 성지 수호 임무를 부여받았고, 그래서 이스라엘에는 작은형제회 성지보호구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가서 오래 살고 싶고 가능한 한 거기서 여생을 마쳤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있어요. 좀 더 기도하고 좀 더 노동하고 좀 더 단순하게 살고. 또 혹시 순례 오시는 분이 제가 사는 수도원에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하고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유수일 주교는 주교회의 보건사목담당 주교로 일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의사와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사목자들에게도 감사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군종교구민에 대한 감사였다. “군대 경험도 없고 군의 조직도 모르는 저를 교구장으로 받아주시고 함께 기쁘게 함께 해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를 청합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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