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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은 하느님께서 가까이 오라고 부르시는 손짓”

“그늘은 하느님께서 가까이 오라고 부르시는 손짓”

박용만 실바노 회장의 ‘나의 삶, 나의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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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4 발행 [1607호]
▲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사장 조정래 신부가 박용만 회장을 본사 스튜디오로 초청, 박 회장의 나눔 정신과 신앙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박 회장이 TV 방송 스튜디오에 출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소외된 이웃에게 각별하다. 사회복지법인 명휘원과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를 후원했고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을 위한 무료 도시락 나눔 봉사해 참여하며 나눔 정신을 실천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산동네에 ‘프란치스코의 이웃’ 회관을 열고 봉사자들과 함께 홀몸노인과 어려운 이웃을 방문해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의 나눔 정신 바탕에는 가톨릭 신앙이 자리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실바노 회장 이야기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사장 조정래 신부가 박 회장을 본사 스튜디오로 초청, 박 회장의 나눔 정신과 신앙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정리=백영민 기자



▶얼마 전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를 쓰셨다. 어떤 계기로 글을 쓰셨고 책 제목에 그늘의 의미는 무엇인가?

‘왜 그늘을 이야기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주셨다. 누구나 양지만 있는 인생은 없을 것 같다. 양지가 있는가 하면 그늘이 있고, 그늘이 있는가 하면 양지도 있다. 같은 그늘도 추워서 힘든 그늘이 있는가 하면, 더위 끝에 서늘한 그늘도 있다.

저도 나름대로 그늘이 있고, 그 그늘에 있을 때 성장했고 성숙해졌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 아직 자서전을 쓸 나이는 아닌 것 같고, 자서전을 쓸 만큼 스토리가 많지 않다. 사실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살아오면서 가졌던 에피소드들, 즐거운 이야기들, 좀 힘든 이야기들도 친구들과 술잔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듯이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책이 됐다.



▶교회 내에서 봉사를 많이 하신다. 마리아수녀회 한국 후원회장도 맡고 계시고,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을 방문해 요리도 하고 포장, 배달까지 했고, 기부도 많이 했다.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마음으로 봉사하는가?

여러 신부님들과 정진석 추기경님을 뵈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사회적 책임’ 까지는 아니지만, 안락한 삶을 사는 저희들이나 부족해서 그늘에 계시는 분들이나 다같은 이 사회의 구성원이고 같은 나무의 열매 아니겠는가. 저에게 안락한 그 나무가, 어떤 분에게는 모자라고 힘든 나무라면 같은 열매로서 도와야 한다는 생각, 그런 생각에서 시작했다.



▶직접 주방을 만들어 봉사하게 된 이유가 있는가?

기부하는 것도 참 값진 일이다. 사실 재력이 있어도 쉽지 않은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담장 너머로 먹을 것을 던지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신 분이 계셨다. 받는 분들과 직접적인 교류와 대화가 없으면 도움의 손길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직접 그분들을 만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책에도 썼지만 신체적인 장애가 있다. 척추에도 장애가 있어서 활동에 제약이 있다. 그런데 주방 일이 제일 맞더라. 주방에서 반찬 만들어서 갖다드리고 혼자 계신 어르신들 뵙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행복하다. 그분들의 삶을 자꾸 들여다보고 알게 되니까 겨울 되면 양말도 사다드리고, 최근에는 이불을 잘 빨지 못하는 걸 알고 이불을 빨아서 갖다드리는 일을 시작했다. 그분들께 필요한 걸 저희가 봤고 대화로 들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오늘까지 왔다.



▶보통 기업인은 돈만 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요리도 하시는 걸 보니까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신앙인이기 때문에 하시는 것 같다. 어떻게 신앙인이 되셨나?

신앙이 독실하신 외할머니 손길을 많이 받고 자랐다. 할머니께서는 하루종일 한 쪽 손엔 묵주를 들고, 다른 한 쪽 손엔 갱지에 인쇄한 것처럼 세로로 쓰인 기도서를 말아서 쥐고 다니셨다. 유아세례를 받진 않았지만 할머니가 하루종일 기도하시니까 저도 모르게 익숙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늘 마음 속에 언젠가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었고 세례를 받았다.


▲ 박용만 회장은 '언제 행복하냐'는 질문에 일상 속 행복을 꼽았다. '아내와 저녁 식탁에 앉아 있을 때' 등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얻는 것이 행복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교회는 올해를 ‘성 요셉의 해’로 지내고 있다. 박 회장은 가정에서 어떤 아버지인가?

대기업 회장이라고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열망이 왜 없겠나. 누구나 자식이 좀 순탄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 충고와 조언하고 그 아이들이 살아갈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녀들에게 (부모의 바람을)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얼마 전에 한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를 위해서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이의 미래를 닦아주고 간다’라는 이야기를 하길래, ‘자제분이 이해가 가는가?’라고 물었고 ‘이해 못한다’는 답을 들었다. 젊은이의 오늘을 이해 못하는데 어떻게 젊은이의 미래를 만들 수 있겠는가? 자식 세대는 제가 살아온 세대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텐데, 새로운 환경은 저보다 아이들이 더 잘 알지 않겠나? 그러기에 웬만하면 아이들한테 맡기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은 없다.(웃음)



▶프랑스 대담 프로그램에서 기업인, 스포츠인, 정치인이 다양하게 초대돼 이야기하는데 진행자의 마지막 질문은 늘 똑같았다. ‘죽어서 하느님을 나중에 만나게 되면, 하느님이 당신에게 뭐라고 하실까?’ 먼 훗날 하느님께서 뭐라고 물으실 것 같나?


여러 질문을 하실 수 있겠지만, ‘행복했느냐’는 질문을 하실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저같은 사람을 보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냐’ 그러겠지만, 제가 신체 장애가 많다. 척추 수술을 3번 했고, 한쪽 눈은 악성황반변성으로 반 이상 실명했다. 또 밤에 생기는 호흡장애로 잘 때는 마스크(양압기)를 쓰고 잔다. 병이 굉장히 많다.

병이 생길 때마다 생각해보면, 편안하고 좋을 땐 하느님을 찾아본 적이 없다. 어렵고 힘들면 하느님을 찾는다. 결국은 내가 불행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느님께서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힘든 일이 생기는 건 하느님이 기도하고 가까이 오라고 부르시는 거겠지, 그런 생각이 사실 굉장히 큰 힘이 된다. 또 어떤 신부님이 ‘하느님은 인간이 견딜 만큼의 시련을 주시는 분’이라 말씀하셨다. 제가 할 만큼 하다가 안 되면 아버지 하느님께서 해결해주시겠지, 또 이렇게 힘든 일이 생기는 건 하느님이 기도하고 가까이 오라고 부르시는 거겠지, 그런 믿음이 굉장히 큰 힘이 된다.



▶하느님께서 회장님한테 나타나셔서 ‘필요한 덕이 뭐야?’ 물어보시면 어떤 덕을 청하시겠는가? 그리고 주변에 모래시계를 선물한다고 들었다.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사장이 되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저와 같이 일하는 임원들도 경험이 늘어나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리더십 발휘가 요구된다. 구성원이 물어보거나 결정을 해달라고 할 때, 정답을 주머니에 가지고 있다가 탁 내줄 때 유능한 것이라는 강박이 생긴다.

한 번은 실적이 나쁜 날이었다. 전화기를 들어서 질책하려고 하다가 누군가 선물로 준 모래시계를 엎어 놓고 있는 동안에 생각이 바뀌었다. 모래시계를 엎어 놓고 짧은 시간을 바라보면 직관에 의한 결정도 생각을 또 다듬어서 과학적으로 하게 되고, 분노가 솟았다가 가라앉게 된다. 그래서 모래시계를 선물했다. 모래시계 1분 짜리를 사니까 1분에는 생각이 안 바뀌더라. 10분 짜리는 기다리는데 오히려 화가 났다. 3분 짜리가 제일 좋은 것 같다.



▶회장님은 젊은 사람들뿐 아니라 누구와도 소통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인터넷 포털에 ‘내가 어떻게 비춰질까’ 이런 것을 궁금해하신 적은 없나?

저를 미워하시는 분도 많지 않겠나. 대기업의 회장은 분노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러신 분도 있을 거다. ‘희한하다, 저 사람은 이상하다’ 이렇게 보는 분도 계실 거다. 책을 쓸 때도 편안하게 친구가 조곤조곤 얘기하듯이 하고 싶어 문체도 일부러 그렇게 썼다.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 보면 웃음이 떠오르게 재미있는 사람, 그렇게 봐주시면 제일 좋겠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을 보시고 듣는 분들에게 나눠주실 이야기가 있으시면 신앙인 실바노, 기업인 박용만으로서 한말씀 부탁드린다.

코로나 사태 2년 차에 들어서면서 얼마나 힘드시겠는가. 많은 자영업하시는 분들은 일이 잘 안 되지 않는가. 살림살이가 어려우시고 그런 모든 것이 다 고통 아니겠는가.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보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말씀드리는 게 조심스럽다. 사실 저도 힘들지만, 하느님이 저희 곁에 항상 계시다고 생각하면 용기가 많이 난다. 신문과 방송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서 용기를 가지시고 하느님이 늘 곁에 계시다고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박용만 회장이 말하는 삶과 신앙 이야기가 담긴 CPBC TV 특별대담 ‘나의 삶, 나의 신앙’은 1일 낮 12시 / 3일 오전 9시 / 6일 밤 11시 / 7일 오후 4시에 방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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