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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터널… 한 줄기 빛 되는 의료진의 헌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터널… 한 줄기 빛 되는 의료진의 헌신

코로나19 1년 인천성모병원 의료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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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1 발행 [1601호]
▲ 인천성모병원 건물 외벽에 새겨진 문구.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 통제구역 안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보인다.



공이 울리고 2라운드가 시작됐다. 2라운드 초반 맹렬한 기세로 소나기 펀치를 퍼붓던 상대는 빈틈없는 방어에 조금씩 지쳐가는 모습이다. 상대가 지쳤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방심하는 순간 상대는 바로 빈틈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1라운드에서 몇 번을 쓰러졌다 일어나며 상대에 대한 파악이 끝났고 맷집도 생겼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고 했던가. 이제는 그동안 모아뒀던 힘을 폭발시킬 차례다. 1라운드의 경험을 토대로 2라운드에서 KO승을 거두자. 승산은 있다.

우리나라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잘 싸웠다. 하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많은 사람이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더 슬픈 것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터널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멀리서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와 올해부터 시작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덕분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중 의료진들은 해야 하는 일을 택했다.

코로나19 1년을 맞아 4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중증격리구역을 찾았다. 그곳에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을 만났다. 그들이 취재진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희망’이었다.


▲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발열·호흡기 안심진료소. 이 곳에서 코로나19 유증상자들의 검사가 이뤄진다.



코로나19 2년 차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앞 코로나19 발열ㆍ호흡기 안심진료소. 코로나19 유증상자의 검사를 위한 공간이다. 인천성모병원은 2020년 2월 임시로 코로나19 발열ㆍ호흡기 안심진료소를 설치해 운영했다. 그러다 6월 의료진과 코로나19 유증상자의 동선을 분리하고 감염 위험을 차단한 지금의 안심진료소 문을 열었다. 줄이 길게 늘어섰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안심진료소 앞은 한산했다. 하지만 안심진료소 안은 바깥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방호복에 마스크를 한 의료진들은 쉴 틈 없이 유증상자들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의료진들은 유증상자들에게 증상을 묻고 검사를 진행하며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의료진들은 분주함 속에서도 세심하고 친절했다. 아빠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온 아이의 질문에도 미소로 친절하게 답했다. ‘혹시나 내가 코로나에 걸리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한가득 안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일까. 의료진들은 안심진료소를 찾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듯했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유증상자들이 안심진료소를 떠나면 의료진들은 안심진료소 내부 곳곳을 꼼꼼하게 방역했다. 안심진료소 안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유증상자들을 위해서다.



불이 꺼지지 않는 곳

병원은 코로나19에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아니 모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러기에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 대해서는 특히 민감하다. 병원 특성상 경증 환자에서부터 중증 환자까지 많은 환자가 치료를 받는 까닭이다. 최근 대학병원 등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잇따르면서 의료진들의 신경은 더욱 곤두서있다. 취재진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만 취재가 가능했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후 인천성모병원 중증격리구역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중증격리구역, 이른바 코로나 중환자실은 뇌병원 7층에 위치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7층에 내리자마자 코로나 중환자실이 보였다. 하지만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다.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코로나 중환자실에 들어갈 수 있고 나올 때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에 이동의 자유는 없다.

인천성모병원은 원래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되고 나서 뇌병원 7층을 코로나 중환자실로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병상들은 모두 빼야 했다. 의료진들이 평소 근무하는 청결구역과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는 오염구역 등 코로나 중환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조 변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 22일, 의료진들은 병상 9개를 만들어 코로나 환자들을 맞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이곳은 한 번도 불이 꺼진 적이 없다.


▲ 인천성모병원 중증격리구역에서 한 간호사가 모니터를 통해 환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

일반환자와 달리 코로나 환자는 1명당 간호사가 5~6명이 배정돼야 한다. 그래서 내과 중환자실, 신경계 중환자실, 외과 중환자실, 심장 중환자실 등 중환자실 4개 부서와 병동팀에서 43명의 간호사가 모였다.

간호사들은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한다.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 환자들이 있는 오염구역으로 들어가면 보통 2시간에서 2시간 30분을 근무한다. 수혈을 하고 수액을 연결하는 등 환자들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도 모두 간호사들의 몫이다. 오염구역에 들어가지 않는 간호사들은 청결구역에 있는 스테이션(간호사들이 사무를 보는 공간)에서 내부 상황을 모니터하며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 환자들이 있는 공간은 오염구역이어서 내부에 두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스테이션에서 지원을 하다 도움이 필요하면 방호복을 입고 긴급 투입되기도 한다.

코로나 중환자실에는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전문의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고 필요하면 흉부외과와 신경과 등 다른 부서와 협진을 하기도 한다. CT 촬영 같은 다른 검사가 필요할 경우 환자가 중환자실 밖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음압들것과 방역 등 많은 것이 필요하다.



수많은 어려움 중에도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감염에 노출되다 보니 일반 환자들을 돌보는 것보다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매뉴얼만 잘 지키면 감염에 대한 가능성은 낮지만, 혹시 모를 감염으로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도 앞선다. 한 간호사는 코로나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독립해 살고 있다.

레벨D라고 부르는 방호복은 간호사들이 코로나 환자들을 돌볼 때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바이러스를 막는 방패다.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방호복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많다. 방호복을 입으면 평소보다 호흡이 힘들다. 동작을 빨리하거나 많은 활동을 할 경우 숨이 차고 그러다 보면 순간 감당이 안 되는 상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있다. 땀도 많이 난다. 온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다. 그래서 수분섭취가 많이 필요한데 생리적인 현상이 발생하면 또다시 복잡한 방호복 탈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감염 우려도 있기 때문에 보통 방호복을 입기 전 간호사 대부분은 물도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가장 힘든 것은 치료제가 없어 치료하는데도 효과가 없을 때, 환자들에게 더 이상 해줄 것이 없어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할 때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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